미니멀하거나 맥시멀하거나, 일상적이거나 실험적이거나.
그 어느 때보다 극적인 아이디어로 가득한 2023 F/W 런웨이 트렌드 리포트.
01 깃털의 품격
이번 시즌을 드라마틱하게 바꿔놓은 주역은 바로 풍성한 깃털 디테일! 프린지보다 한층 유연하게 너풀거리며 초현실적인 분위기를 부여해 그 존재감이 강렬하다. 남성 권위의 상징이었던 셔츠와 슈트를 해체와 재구성의 과정을 통해 새로운 옷으로 조명한 발렌티노는 프릴, 페더, 스팽글, 장미 아플리케 등 특유의 화려한 디테일을 더했다. 샤넬은 풍성한 깃털을 블랙 드레스 곳곳에 배치해 리듬감을 가미했다. 로에베는 이번 컬렉션에서 한 마리의 새가 된 것처럼 온몸을 깃털로 감싼 화려하면서도 사랑스러운 룩을 선보였다.
02 여피족이 돌아왔다
당당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여성을 표현하는 패션 수단으로 슈트만 한 게 있을까? 이번 시즌, 1980년대 젊은 엘리트였던 여피족들이 굳건한 어깨 라인을 살려 칼 같이 재단한 셋업 슈트를 입고 런웨이를 장악했다. 발렌시아가는 군더더기 없이 클래식한 테일러드슈트에 부츠를 매치해 동시대적인 스타일을 선보였고, 알렉산더맥퀸은 잘빠진 블랙 슈트에 넥타이를 더해 절제의 미학을 완성했다. 깨끗한 화이트 셔츠에 블랙 넥타이 하나로 악센트를 준 데이비드코마와 발렌티노 역시 근사한 룩을 연출했다.
03 내 이름은 빨강
핑크보다 깊고, 버건디보다 자극적인 레드가 이번 시즌을 지배할 키 컬러로 떠올랐다. 시선을 사로잡는 레드 드레싱부터 액세서리까지 런웨이를 온통 붉게 물들인 것. 웬만해서는 비비드 컬러를 룩에 넣지 않는 더로우마저도 새빨간 코트와 클러치백을 선보였으니, 레드의 기세가 심상치 않은 것은 분명하다. 레더 드레스로 우아한 자태를 완성한 프로엔자슐러, 채도 높은 레드 컬러를 코트에 적용한 스텔라매카트니까지. 올가을 옷장에 들여올 컬러는 단 하나, 레드 아이템을 구비할 때다.
04 낮보다 밤에 더 빛나는
매끄러운 광택의 새틴, 빛에 따라 반짝이는 스팽글과 글리터 등 올가을 주목해야 할 트렌드 중 하나는 바로 메탈릭한 소재다. 차갑고 미래적으로 표현했던 예전과는 달리 이번 시즌에는 좀 더 낭만적으로 변주했다. 1980년대 디스코 파티에서 목격했을 법한 구찌의 화려한 코트부터 영롱한 머메이드 코어에서 영감을 얻은 듯한 릭오웬스의 스팽글 드레스까지. 금빛 드레스를 선보인 시몬로샤와 새틴 소재로 범접할 수 없는 우아함을 자아낸 에르메스도 주목하길.
05 아트 컬렉터
실제로 아트 피스를 소장할 여유가 없다면? 벽에 걸어도 될 만큼 아티스틱한 프린트를 컬렉팅해보는 건 어떨까? 예술가의 혼이 담긴 듯한 프린트를 몸에 걸치고 다니면 작품을 입은 듯한 즐거움이 느껴질지도 모른다. 마치 루브르박물관에 걸린 한 폭의 회화 작품 같은 프린트를 입체적으로 구현한 퍼펫츠앤퍼펫츠는 런웨이에서 시선을 압도하며 존재감을 발휘했다. 실사를 그대로 활용한 랑방과 그래픽 터치를 적용한 질샌더, 손으로 엉성하게 그린 듯한 위트를 보여준 로다테까지 프린트를 자유자재로 요리한 이들의 다양한 룩을 감상해보자.
06 타탄체크는 못 잃어
다채로운 체크를 보니 새삼 가을이 성큼 다가왔음을 실감하게 된다. 특히 순박한 시골 정서와 세련된 도시 감성을 동시에 자아내는 타탄체크의 위상은 런웨이에서도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버버리에서 첫 데뷔를 마친 디자이너 다니엘 리는 기존의 체크 패턴이 갖고 있는 캐멀 색상을 더 활기찬 컬러로 적용해 신선하고 모던하게 재해석했다. 디올의 풀스커트에 올려진 체크, 생로랑의 우아한 타탄체크, 유쾌하고 전위적인 쇼를 선보인 비비안웨스트우드의 타탄체크까지. 이번 시즌 타탄체크의 매력에 푹 빠져보시길.
07 해치지 않아요
가죽 드레싱의 변화무쌍한 변주가 유난히 돋보이는 F/W 시즌! 전형적인 ‘센 언니’ ‘터프한 언니’ 등의 이미지로 대변되는 가죽 소재는 다양한 접근과 해석을 통해 영역을 확장하면서 한층 젊고 세련된 감성으로 업데이트됐다. ‘뉴 프렌치’라는 테마로 플라워 자수 장식 가죽 드레스를 선보인 루이비통, 코트 깃을 가죽 소재 카멜리아로 장식해 우아한 매력을 연출한 샤넬이 대표적이다. 질샌더는 시선을 사로잡는 올 블루 레더 드레싱에 구조적인 실루엣을 더해 미래적인 무드를 완성했다. 비건 가죽으로 실크 못지않은 유려한 드레이핑을 뽐낸 스텔라매카트니도 참고해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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