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혼도 ‘생리불순, 무생리’면 난임 병원 찾아야”[건강 기상청: 현장의 名醫를 찾아서]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8월 30일 03시 00분


박수현·최민혜 연세아이봄여성의원 원장
다낭성난소증후군으로 인한 희발월경·무월경 난임 유발
인공수정이나 IVF 통해 얼마든지 임신 가능

연세아이봄여성의원 박수현(왼쪽), 최민혜 원장은 생리불순일 경우 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을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연세아이봄여성의원 제공.
P(30) 씨는 생리불순으로 산 지 어언 17년째다. 고등학생 때는 몇 달에 한 번씩 생리(월경)하는 게 ‘공부 스트레스 때문이겠거니’ 하고 넘겼다. 성인이 되어서도 생리불순이 이어졌지만 크게 불편한 것도 아니었고, 연애할 때뿐 아니라 여행 갈 때 생리를 하지 않는 게 내심 편하기도 했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만 좋았다. P 씨는 결혼할 생각이 없는 비혼주의자이긴 해도 드문 생리가 은근히 걱정되기 시작했다. ‘임신하지 않을 건데 생리를 안 하면 어때’ 하고 계속 방치해도 되는 건지, 치료를 받아야 하는 건지 여간 고민이 되는 게 아니었다.

P 씨처럼 결혼할 계획도, 의지도 없는 여성의 경우 생리불순(희발월경, 무생리)이 심하다면 꼭 치료를 받아야 하는 걸까? 산부인과 전문의들의 답은 단호하다. “임신·출산에 관심이 없다 해도 반드시 생리불순의 원인을 추적하고 바로잡아야 한다”는 것. 희발월경이나 무월경 등 심한 생리불순이 있으면 가장 먼저 다낭성난소증후군을 떠올리지만 호르몬 검사와 초음파 검사 등의 부인과 검사를 해보기 전에는 원인을 확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생리불순의 원인은 다낭성난소증후군 외에도 △급격한 체중 변화 △갑상선 기능 이상 △난소 기능 저하 △조기폐경 △섭식장애 △호르몬 분비 이상 △자궁내막 병변 △난소 낭종 등 구조적 이상 △그에 동반된 만성질환이나 자가면역질환 △갑작스러운 생활환경 변화 △복용 중인 약물 등 매우 다양하다. 드물게는 호르몬 조절을 담당하는 뇌하수체와 시상하부 근처에 염증이나 종양이 생겨도 무배란, 희발월경(혹은 무월경)으로 이어질 수 있다.

생리불순의 가장 큰 원인은 다낭성난소증후군
여성 중에는 자신이 생리불순인 것조차 모르는 경우가 상당수다. 난임 전문의 박수현 연세아이봄여성의원 원장은 “여성 건강의 척도는 제대로 된 생리를 적절한 타이밍에 하고 그 외의 출혈이 있는지 여부에 달렸다. 상당수 여성이 부정출혈을 생리로 착각하고 생리불순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게 문제”라며 생리불순에 대한 잘못된 상식과 자가 체크의 중요성에 대해 설명한다.

부정출혈은 생리 기간이 아닌데도 출혈량이나 출혈의 기간, 양상이 다양하게 나타나는 경우를 말한다. 주로 호르몬 분비 이상이나 자궁근종, 용종, 자궁내막증식증, 자궁내막암 등의 구조적 병변에서 비롯되는데, 임신 시도 중에 배란기 후 생리 시작까지의 기간이 너무 짧거나 생리 시작 전에 소량의 출혈이 3일 이상 지속된다면 황체기 결함도 의심해볼 수 있다. 부정출혈이 3개월 이상 반복되면 자칫 병변을 키울 수 있으므로 반드시 산부인과에서 검사하고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생리불순을 야기하는 대표적인 원인 중 하나는 다낭성난소증후군이다. ‘다낭성’은 ‘난소에 난포가 많이 있다’는 뜻으로 불분명한 원인, 유전적인 요인 및 체질적 요인 등 복합적인 원인에 의해 시상하부-뇌하수체-난소를 축으로 연결되는 호르몬 분비의 균형이 깨져서 나타난다. 안드로겐(남성호르몬) 과다 분비, 인슐린 저항성 증가, 배란 불균형, 무배란, 다모증, 여드름 증가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박수현 원장은 “다낭성난소증후군일 경우 비혼 여성과 임신을 원하는 기혼 여성의 치료가 근본적으로 다르다”며 “비혼주의자라도 생리가 비정상적인 다낭성난소증후군 여성이라면 자궁내막증식증이나 부정출혈 등의 합병증을 막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치료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미혼·비혼 여성들은 생리불순 치료를 위해 어느 병원을 선택해야 할까. 흔히 산부인과를 떠올리지만 박수현 원장은 “난임 전문병원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난임 전문병원은 임신을 위한 난임 시술(인공수정, 시험관아기)을 주로 하지만, 임신하기 전까지의 생식 내분비 분야 검사와 치료 또한 전문적으로 하기 때문. 일반 산부인과 전문의와 달리 난임 전문의는 초음파를 볼 때도 난소 사이즈와 자궁 내 병변(가임력)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해 생리불순 치료와 원인을 추적하는 데 난임 전문의가 훨씬 더 정확한 진단과 효율적인 처방을 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난소 기능 저하로 인한 생리불순은 조기폐경으로 이어질 수 있어

생리불순의 1차적 치료로는 ‘피임약’ 등의 호르몬제 처방이 대표적이다. 이때 피임약은 여성 생리주기를 조절해주는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 등의 호르몬을 포함한 경구용 호르몬제를 가리킨다.

최민혜 연세아이봄여성의원 원장은 “다낭성난소증후군 여성 중에는 생리를 오랫동안 안 하는 경우도 있지만 생리를 너무 오래 하는 경우도 있고 너무 자주 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한다. 또한 “무월경으로 배란이 전혀 일어나지 않는 경우도 있는데, 모두 호르몬제를 복용해 인위적으로 정상적인 생리주기를 만들어줘야 한다”며 “다낭성난소증후군이면서 안드로겐 수치와 배란 불균형, 인슐린 저항성 증가 등 혈당 대사에 문제가 생겼다면 호르몬제 복용과 함께 내과적 처방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임신을 기다리는 여성에게 생리불순은 난임으로 이어질 수 있다. 다낭성난소증후군에 의한 희발월경, 무월경 증상이 있는 경우 자연임신율이 많이 떨어진다. 하지만 생식의학의 눈부신 발전으로 배란 유도 및 인공수정, IVF(시험관아기 시술) 등의 난임 시술로 얼마든지 임신에 성공할 수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생리불순의 원인이 난소 기능 저하나 조기폐경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경우다. 이런 경우는 조속한 진단 후 난자를 냉동하거나 IVF를 통한 가임력 보존 또는 임신율을 높이는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최민혜 원장은 “지나친 난소 기능 저하로 인한 조기폐경도 생리불순으로 진단될 수 있다”며 “초음파 검사에서 난소의 모양이나 사이즈, 동난포 수 등을 면밀하게 관찰하지 않으면 생리불순의 원인이 난소 기능 저하에 있다는 것을 놓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생리불순을 너무 쉽게 생각하다가 젊은 나이에 조기폐경이 되어버리면 비혼주의라 해도 갱년기 증상 등으로 인해 여성으로서의 행복감이 떨어질 수 있다. 최 원장은 “이런 경우 적절한 호르몬 치료와 관리로 불편감을 줄일 수 있다. 건강 유지를 위해서도 호르몬 치료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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