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대규모 환매 사태를 일으킨 라임·옵티머스 펀드 사태를 재조사한 가운데 이 펀드들에서 투자받은 상당수 기업에서 투자자금이 횡령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피투자 기업에서 횡령된 자금이 정치권으로 흘러 들어갔을 가능성이 불거지면서 이번 사태가 정관계 로비 의혹으로 확산할지 관심이 모인다.
28일 금감원은 라임자산운용이 투자한 5개 회사에서 약 2000억원의 횡령 혐의를 확인하고 검찰에 관련 자료를 넘겼다. 금감원과 검찰은 해당 자금이 불법 로비자금으로 사용되거나 정치권에 유입됐는지 여부를 살피기 위해 자금 흐름 및 사용처를 확인 중이다.
일부 보도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 2018년 12월 부동산 시행사 메트로폴리탄에 라임이 투자한 300억원 중 299억원이 유용된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업체의 임원이 필리핀 리조트 인수 명목으로 유용한 것으로, 일종의 사업 파트너였던 장모씨와 전모씨 등에게 약 25억원이 건네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이 정치권과 연루돼 있다는 점까지 밝혀지며 의혹이 더해졌다. 장씨는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후보 지지모임인 민주평화광장 산하 금융혁신위원회와 기본경제특별위원회 집행위원장을 맡았고, 전씨는 민주당 지역 도당 후원회장과 강원도 민주당 후보의 공동선거대책본부장을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들의 과거 행적만으로 라임 펀드 자금이 정치권으로 흘러갔다고 단정하긴 어렵다. 검찰 횡령 자금이 정치자금으로 쓰였을 수 있다고 보고 관련 수사를 진행 중이다. 라임이 2017부터 2021년까지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 사모사채 등을 투자한 5개 회사에서 적발된 횡령 금액은 2000억원에 달한다.
금감원은 옵티머스자산운용의 자금 흐름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옵티머스가 투자한 특수목적법인(SPC) 회삿돈 15억원이 인출돼 이 중 12억원이 A 변호사의 개인 계좌로 입금된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과 금융당국은 해당 자금이 정치권 로비 자금으로 쓰였을 가능성을 열어 두고 사용처를 추적 중이다.
금감원이 재조사한 3대 펀드가 전 정부 인사들과 다수 연관돼 있어 수사 결과에 따라 파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 현역 의원 중 일부는 라임 전주로 알려진 김봉현 회장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재판받고 있으며, 전 정부 청와대 행정관 가족이 옵티머스 펀드 사내 인사를 지내기도 했다. 디스커버리펀드 또한 전 정부 청와대 인사의 동생이 대표로 있던 디스커버리자산운용이 판매한 사모펀드다.
민주당은 금감원과 검찰이 총선을 앞두고 야당 흠집내기에 나섰다고 비판했다.
이재명 대표는 지난 27일 최고위원회의 이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금감원의 라임 의혹 제기에 대해 “금융감독원이 아니라 금융정치원”이라고 일축했다. 민주당은 이 대표 대선캠프의 외곽 조직에 펀드 자금 일부가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법적 대응을 검토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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