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 허리띠 졸라매도 내년 92조 적자… 나랏빚도 62조 증가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8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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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예산안]
경기둔화-자산 시장 침체 여파
내년 국세수입 33조 넘게 줄어… 2027년 국가채무 1400조 돌파할 듯
R&D 분야-정부 보조금 삭감 속 SOC 예산 큰 폭 늘어 ‘총선용’ 지적

정부가 역대급 세수 감소에 대응해 ‘마른 수건 쥐어짜기’에 나섰지만 나랏빚 문제는 여전히 심각한 상황이다. 경기 둔화와 자산시장 침체의 영향으로 내년 국세수입이 올해 예산 대비 33조 원 넘게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응해 정부는 지출 증가율을 역대 최저로 묶는 초긴축예산을 편성했고 향후에도 건전재정 기조를 이어간다는 방침을 밝혔다. 하지만 세수 부진과 고령화로 인한 복지 예산 수요 증가 등으로 인해 당분간 국가채무는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 허리띠 졸라맸지만…세수 급감에 ‘재정 빨간불’
정부가 29일 발표한 ‘2023∼2027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실질적인 나라살림 상황을 보여 주는 관리재정수지 적자 폭은 내년에 92조 원으로 올해보다 33조8000억 원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도 올해 2.6%에서 내년 3.9%로 1.3%포인트 높아진다. 예산 증가 폭을 크게 줄이고도 정부가 추진 중인 재정준칙 한도(GDP 대비 3.0%)를 크게 넘어서는 수준이다.

이처럼 지출을 줄이고도 나랏빚이 크게 불어나는 것은 세수 부족 때문이다. 올해 예산에서 국세수입을 400조5000억 원으로 예측한 정부는 내년도 국세수입은 이보다 8% 이상 감소한 367조4000억 원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경기 둔화의 영향이 내년도 세수에 반영될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재정수지 적자가 나지 않게 균형재정을 유지하려면 총지출을 14% 줄여야 하는데 그것은 누구도 납득하기 어려운 선택지”라며 “지출을 동결하는 문제까지 검토했지만 써야 할 곳에는 써야 한다는 생각으로 고심 끝에 역대 최저 수준의 증가율(2.8%)로 예산을 편성했다”고 말했다.

● R&D, 보조금 예산 깎았지만 SOC 예산은 늘려
국세수입이 급감하는 가운데 재정지출은 매년 늘어나면서 전체 국가채무도 계속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1134조4000억 원인 국가채무는 내년 1196조2000억 원으로 늘어나고 2027년에는 1417조6000억 원으로 GDP 대비 53.0% 규모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측됐다. 전문가들은 한국 같은 비(非)기축통화국의 국가채무비율이 60%를 넘으면 국가신용도 하락 등의 심각한 부작용이 있을 것으로 경고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금처럼 경기가 침체된 상황에서는 정부가 적자를 감수하면서라도 일정한 재정 지출을 유지할 필요가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재정준칙에 기반한 건전성 관리가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출 구조조정을 위해 ‘이권 카르텔’ 및 나눠 먹기 논란을 빚었던 연구개발(R&D) 분야 예산을 내년에 올해보다 16.6%나 삭감했다. 또 유사 중복되거나 집행 부진, 부정 수급 등이 문제가 된 정부 보조금도 4조 원가량 깎기로 했다.

다만 이런 건전재정 기조 속에서도 내년도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이 큰 폭으로 늘어나면서 ‘총선용 예산’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올해 예산에서 지난해보다 10.7% 삭감됐던 SOC 예산은 내년에 다시 4.6% 늘어나 26조1000억 원이 배정됐다. 이에 대해 추 부총리는 “SOC는 전국에 필요한 필수 소요를 반영한 것”이라며 “이를 선거와 연계시키는 건 지나친 상상력”이라고 말했다.

#내년 92조 적자#나랏빚도 62조 증가#경기둔화-자산 시장 침체 여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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