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액결제거래(CFD) 서비스가 9월1일부터 일부 재개된다.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發) 주가폭락 사태의 원인으로 지목돼 중단됐던 신규 거래가 가능해진 것이다. 하지만 증권사들은 실익과 리스크를 저울질하며 ‘눈치게임’에 돌입했다. 13개 증권사 중 4곳만 우선 서비스재개 의사를 밝혔다.
3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기존 CFD 운영사인 13개 증권사 중 메리츠·교보·유진투자·유안타증권 등 4곳이 9월 1일 CFD 신규거래 서비스를 재개하기로 했다. 사업에서 철수한 SK증권을 제외한 나머지 8개 사는 재개 여부 및 시점을 고심 중이다.
이달 초 9월1일 서비스 재개 방침을 밝혔던 NH투자증권은 시스템 정비를 위해 시점을 10월로 조정했다. 키움·DB금융투자·하나·KB증권도 시점은 정하지 못했지만, 조만간 CFD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신한투자증권도 재개 여부 자체를 재판단하겠다며 선회했다. 삼성·한국투자증권도 같은 입장이다.
CFD는 증거금만 납부하면 실제로 주식을 보유하지 않고도 주가 변동에 따른 차액을 취할 수 있는 장외파생상품이다. 레버리지로 수입을 극대화할 수 있어 인기를 끌었지만, 지난 4월 라덕연 일당이 CFD를 주가조작에 악용하면서 불똥이 튀었다. 이에 금융당국은 8월31일까지 신규거래를 전면 중단하고 관련 제도를 보완해 왔다.
당국이 관련 규정을 대폭 손질하면서 앞으로 CFD 제도 운영이 까다로워진다. 우선 금융감독원 행정지도로 운영 중인 최소증거금률(40%) 규제가 상시화되며, 개인전문투자자의 월말 평균 잔고가 최근 5년간 5000만원 이상에서 3억원 이상으로 강화됐다. 증권사의 신용공여 한도에 CFD를 포함, 자기자본의 50% 이내로 관리해야 하며 향후 100% 이내로 확대된다. 금융투자협회에 매일 CFD 잔고도 제출해야 한다.
재개 시점을 미룬 증권사들은 대부분 시스템 보완을 이유로 들었다. 금융당국이 관련 규제를 강화하면서 해당 가이드라인에 따라 시스템을 조정해야 하며 내규도 새로 짜야 한다는 이유다. 하지만 증권사들이 CFD 재개를 망설이는 ‘진짜 이유’는 떨어진 사업성과 평판 저하 우려라는 것이 업계 진단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규제가 까다로워지면서 손이 많이 가는 사업이 되기도 했고, 투자자 요건도 강화되며 신규 고객이 얼마나 들어올지 가늠이 되지 않는 상황”이라며 “주가조작 사태 관련 조사도 아직 진행 중인데, 덜 여문 규제를 첫 타자로 시행했다가 뜻하지 않게 된서리를 맞을 수 있다는 생각에 다들 몸을 사리는 것 같다”고 했다.
다만 여전히 ‘먹을 게 많은 사업’이라는 것이 증권사들 다수 평가다.
앞서 양정숙 의원실에 제출된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CFD 계좌 잔고 상위 3개 증권사(교보·키움·메리츠증권) 규모는 1조5260억원 수준이었다. 일단 거래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수료 수익만 매달 수억원이다. 여기에 고액 자산가 고객을 유치할 수 있는 수단이라는 점도 구미가 당기는 부분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CFD는 개인이 공매도를 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수단인 데다, 절세가 가능하고 대주주는 양도세 의무나 5% 이상 지분 보유 시 공시 의무에서 빠질 수 있다”며 “규제가 강화됐더라도 자산가들 수요가 여전할 것으로 예상되고, CFD를 통해 유입된 고객을 다른 서비스로 연계할 수 있다는 것이 증권사로서는 장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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