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소비-투자 트리플 감소… ‘상저하고’ 빨간불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9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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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폭염에 中경기부진 겹친 탓
10월 2일 공휴일 지정해 소비 진작

지난 1일 부산항 신선대부두에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다. 2023.8.1 뉴스1
지난 1일 부산항 신선대부두에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다. 2023.8.1 뉴스1
실물경기 동향을 나타내는 생산, 소비, 투자 등 3대 지표가 7월 일제히 하락했다. 폭우·폭염에 생산과 내수가 크게 위축됐고 중국 경기 둔화로 국내 기업의 재고율이 상승하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남은 하반기(7∼12월) 수출 반등과 내수 활성화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정부가 기대해 온 경기의 ‘상저하고’(상반기 둔화, 하반기 반등) 흐름을 장담할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31일 통계청이 발표한 7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이달 전산업생산지수는 109.8로 전월보다 0.7% 감소했다. 설비투자도 전달보다 8.9% 줄었고, 소매판매도 3.2% 떨어졌다.

생산과 소비, 투자 지표가 일제히 하락한 건 올해 1월 이후 6개월 만이다. 특히 설비투자는 2012년 3월(―12.6%) 이후 11년 4개월 만에, 소비도 2020년 7월(―4.6%) 이후 3년 만에 최대 폭으로 감소했다. 김보경 통계청 경제동향심의관은 “기업들의 출하가 감소하며 재고율이 올랐는데 이는 중국 경제가 살아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7월엔 예년에 비해 비가 많이 오는 등 일시적 요인이 많이 반영돼 안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정부는 이날 10월 2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는 등 추석맞이 내수 활성화 대책을 내놨다. 이에 따라 9월 28일부터 10월 1일까지 나흘간의 추석 연휴와 10월 3일 개천절을 포함해 총 6일간의 ‘황금연휴’가 가능해졌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주재하고 “60만 장의 숙박 할인쿠폰을 배포하고 연휴 기간 고속도로 통행료를 면제할 것”이라고 했다.

수출 부진에 제조업 재고율 12%P 쑥… “中경기 회복이 변수”


7월 생산-소비-투자 ‘트리플 감소’
설비투자 11년여만에 최대폭 감소… 하이닉스 올해 투자 50% 축소
정부 “일시적 현상… 회복 흐름 유지”
전문가 “대외 요인 불확실성 커 우려”

LG디스플레이는 올해 3월까지 마치려 했던 3조 원 규모의 대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생산 시설 투자 계획을 2028년 3월로 5년 연장했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2019년 7월 투자계획을 결정했지만 이후에 글로벌 불확실성이 커져 계획했던 투자를 예정대로 집행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경제의 3대 축 중 하나인 설비 투자가 11년 4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중국발 경제 위기와 수출 부진에 따라 기업들의 재고가 쌓이면서 제조업 재고율은 한 달 새 10%포인트 넘게 뛰었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경기 회복 정도가 올 하반기(7∼12월) 한국 경제 반등 여부를 좌우할 것으로 내다봤다.

● 제조업 수출 출하 36년 만에 최대 폭 감소
31일 통계청이 발표한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7월 제조업 재고율은 123.9%로 한 달 전보다 11.6%포인트 상승했다. 한국의 주력 수출 품목인 반도체(4.0%), 자동차(4.8%), 전기장비(4.4%) 등의 재고가 크게 늘어난 결과다. 재고율은 한 달 동안 쌓인 재고가 공장에서 시장으로 출하한 물량의 몇 배인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100%를 넘으면 공장에 쌓인 물건이 더 많다는 뜻이다.

제조업 출하 가운데 수출 출하는 14.5% 감소했다. 1987년 8월(―15%) 이후 35년 11개월 만에 가장 큰 감소 폭이다. 중국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수출 판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경기 상황을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지표인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도 한 달 전보다 0.5포인트 내려가며 2개월 연속 하락했다.

국내 경기 부진이 이어지면서 이미 주요 전자 기업들은 투자를 줄이고 있다. 상반기(1∼6월)에만 6조3000억 원의 적자를 낸 SK하이닉스는 올해 투자 규모를 1년 전보다 50% 이상 축소했다. 삼성전기도 2분기(4∼6월) 실적 발표 후 가진 콘퍼런스콜에서 “연초 계획보다 올해 투자 규모가 감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 폭우, 차 개별소비세 인하 종료에 소비 위축
경제의 또 다른 축인 소비 역시 3년 만에 최대 폭으로 줄면서 경기 회복에 대한 우려를 키우고 있다. 의복이나 신발, 가방 등 준내구재가 3.6% 줄며 두 달 연속 감소했고, 승용차를 비롯한 내구재도 5.1% 줄었다. 음식, 의약품 등 사용 기간이 짧은 비내구재도 2.1% 감소했다. 예년보다 비가 오는 날이 많아 외부 활동이 어려웠던 게 소비 위축에 영향을 미쳤다.

정부는 지난달 생산과 소비, 투자가 모두 줄어드는 ‘트리플 감소’ 현상이 나타났지만 일시적인 요인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소매 판매와 설비 투자가 감소한 건 기상 악화와 자동차 개별소비세 종료 등 일시적 요인에 기인했다”며 “물량 중심으로 반도체 수출 반등 조짐이 나타나는 등 기조적 회복 흐름은 유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중국 부동산 경기 불안, 미국의 긴축 장기화 등 대외 변수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큰 만큼 한국의 경기 회복 속도가 늦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중국 경제 위기라는 위험 요인이 얼마나 현실화되느냐에 따라 한국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 예상보다 경기 회복이 부진한 게 사실”이라며 “경기 조절 측면에서 정부가 재정을 통해 마중물 역할을 할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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