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형 흑자’ 굳어지나…무역흑자에도 수출 11개월째 뒷걸음

  • 뉴시스
  • 입력 2023년 9월 1일 09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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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 8월 수출입 동향 발표
車 호조·6대 품목 양호…감소폭 ↓
유가 하락에 수입은 두자릿수 감소
산업부 "하반기 월별 수출 플러스"

지난 8월 무역수지는 3개월 연속 흑자를 기록했지만 여전히 ‘불황형 흑자’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수출이 11개월 연속 감소하는 가운데 유가 하락으로 수입이 더 큰폭 쪼그라들면서 만들어진 흑자다. 다만 중국발 부동산 위기에도 수출감소세가 한자릿수로 개선돼 하반기 월별 수출 실적이 플러스로 전환될 것이란 전망이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8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은 전년 대비 8.4% 감소한 518억7000만 달러(68조7536억원)로 집계됐다. 수출감소율은 한자릿수로 전월(-16.4%)대비 개선됐다.

수출은 11개월째 감소세다. 우리나라 최대 수출 품목인 반도체 수출 부진이 여전하다. 수입도 감소했다. 지난달 수입은 22.8% 줄어든 510억 달러(67조6005억원)를 기록했다. 유가가 하락하면서 에너지 수입이 42% 줄어든 영향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무역수지는 8억7000만 달러(1조1531억원) 흑자를 기록했다. 전월과 마찬가지로 수출 감소에도 수입은 더 큰 폭 줄어들면서 나타난 흑자로 분석된다. 지난 6월부터 3개월 연속 이같은 ‘불황형 흑자’가 지속되고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자동차 등 부분적으로 수출이 개선되고 있지만 중국 시장 등에서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전체적인 수출 실적은 어려운 상태”라며 “지난달에도 불황형 흑자 기조를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메모리반도체 부진에도 개선세…6대 품목 양호

지난달 반도체 부문은 85억6000만 달러(11조2897억원)을 기록하며 지난해보다 20.6% 급감했다. 반도체 내 수출 비중이 큰 D램·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 가격 하락세가 계속되고 있어서다.

다만 산업부는 지난해 8월 실적이 같은 달 기준 최대치(566억1000만 달러)를 기록한 역기저 효과 등도 있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반도체 수출은 전월과 비교하면 15% 증가한 86억 달러(약 11조3468억원)를 기록하며 1분기 저점을 기록한 뒤 개선되는 모양새다.

반면 자동차는 역대 8월 실적 중 1위를 달성하며 14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지난달 수출액은 전년 동월 대비 52억900만 달러(약 6조9769억원) 증가했다. 이를 포함해 일반기계·선박·자동차부품·디스플레이·가전 등 6개 품목은 올해 들어 가장 양호한 실적을 보였다.

주요 수출 품목인 석유제품과 석유화학의 하락세는 장기화에 접어들었다. 석유제품은 42억9000만 달러(약 5조6593억원)로 35.3%, 석유화학은 38억8000만 달러(5조1184억원)로 12.0% 각각 감소했다. 지난해 유가 하락으로 단가가 내려간 영향이다.

◆미·EU·중동 플러스 전환…中, 100억불 회복


최근 주춤했던 미국과 유럽연합(EU) 수출이 플러스로 전환했다. 각각 전년 동월 대비 2%, 3%, 7% 증가했다. 자동차와 일반기계 수출이 대폭 증가하면서 역대 8월 실적 중 1위를 기록했다.

반면 우리나라 최대 수출 시장인 중국은 20% 감소했다. 반도체 가격 하락이 중간재 수입 감소로 이어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중국은 부동산발 경기 위축으로 수출도 줄어들 것으로 우려됐지만, 전월(-25%)대비 감소율이 둔화되며 100억 달러(약 13조1960억원)대를 회복했다.

아세안 수출은 11% 하락했다. 다만 아세안 수출의 절반(51%)을 차지하는 베트남(4%)은 플러스 전환했다. 디스플레이와 일반기계 수출이 호조세를 보였다.

◆여름철 휴가에도 흑자?…유가 하락에 수입 감소

하계 휴가 등 계절적인 요인에도 무역수지는 3개월 연속 흑자를 이어갔다. 수출 개선세와 에너지 수입 감소로 인한 수입 감소가 겹친 영향이다.

수입은 에너지 가격이 하락하면서 전반적으로 줄어든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달 에너지 수입은 전년 동기 대비 42.0% 감소한 107억1000만 달러(약 14조1232억원)를 기록했다. 3대 에너지 수입은 가스 45.9%, 석탄 41.6%, 원유 40.3% 순으로 줄었다. 이 밖에 반도체·철강 등 주요 품목 수입도 15.3% 감소한 403억 달러(약 53조2524억원)을 기록했다.

김완기 산업부 무역투자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8월은 계절적인 요인으로 무역수지 측면에서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수 있는 만큼, 9월 이후에는 흑자기조가 (더욱) 안착될 것으로 전망한다”며 “자동차와 선박 분야 수출이 앞으로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누적 239.7억불 적자…수출 플러스 전환될까

3개월 연속 흑자를 이어가고 있지만 앞서 역대급 무역적자를 기록한 만큼 이를 해소하기까지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지난달 기준 누적 무역적자는 239억7000만 달러(31조7218억원)로 집계됐다.

산업부는 올해 하반기 수출이 플러스 전환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김 실장은 “전반적으로 하반기에 접어들면서 상반기보다 수출실적이 나아지고 있다. 4분기에 들어가면 수출 증가율이 상당히 개선될 것”이라며 “앞서 저희가 언급한 상저하고(상반기는 저조하지만 하반기에 개선) 전망은 유효하다”고 말했다.

이어 “자동차나 선박 등 우리 수출을 이끌어 온 주력 품목이 호조세를 보이고 반도체 업황도 점진적으로 개선되는 만큼 4분기에 월별 수출 실적 중 플러스를 기록하는 때가 있을 것”이라며 “무역수지 측면에서는 9월 이후 흑자기조가 안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종=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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