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에 외식비 부담 커지자
SNS 게재 전제로 식사권 등 받아
협찬 중개 플랫폼도 성장세
과도한 협찬 요구-노쇼 부작용
회사원 김모 씨(27)는 최근 연인의 생일을 맞이해 서울 종로구 고기집에서 공짜로 ‘한우코스 요리’를 즐겼다. 전채요리부터 한우채끝살 구이에 와인 1병까지 제공되는 코스로 1인당 11만 원짜리다. 원래대로라면 총 22만 원의 버거운 식사비를 내야 했지만 블로그 게재를 전제로 협찬을 받았다. 그는 “크고 작은 블로그 협찬을 받아서 한 달 데이트 비용의 30∼40%를 아끼고 있다”고 했다.
불경기와 고물가로 2030세대 사이에서 데이트 비용을 협찬받는 ‘협찬 데이트’가 확산되고 있다. 인스타그램이나 네이버 블로그 등에 가게의 포스팅을 올려주는 대가로 식사권 등을 받는 형태다. 20만 원이 넘는 고가 식당은 물론이고 1만∼2만 원대의 아이스크림이나 커피, 피트니스, 클라이밍 등 협찬 품목은 다양하다.
인플루언서가 아니어도 일반 개인까지 협찬에 뛰어든 것은 물가 상승에 따른 외식비 부담이 커진 영향이 크다. 3일 통계청에 따르면 7월 기준 소비자물가지수 외식 항목 지수는 117.66으로 2020년 대비 17% 넘게 올랐다. 2020년 12월 이후 31개월째 상승세다. 고물가 시대에 지갑이 가볍고 SNS 활용에 익숙한 2030세대들이 협찬을 통해 ‘데이트 활로’를 찾은 셈.
이모 씨(26)도 올 초 여자친구와 서울 강남구의 ‘시가바’를 찾았다. 이들은 개당 5만 원어치의 시가 두 개피와 칵테일 두 잔을 블로그 포스팅을 조건으로 협찬받았다. 그는 “색다른 데이트 코스를 알아보던 중 평소 접하기 어려운 시가를 피워 볼 기회가 생겨 체험단에 신청했다”며 “추후에도 클라이밍, 향수 만들기 등 여자친구와 같이 할 수 있는 체험 위주의 협찬을 받을 예정”이라고 했다.
협찬을 중개하는 사이트들도 인기다. 네이버 블로그는 지난해 새롭게 200만 개가 증가했다. 이 중 10∼30대가 전체 이용자의 76%로 비중이 가장 컸다. 네이버 블로그가 한때 MZ세대 사이에서는 저물어가는 플랫폼 취급을 받았던 것과 대조적이다. SNS와 가게를 이어주는 플랫폼도 성장세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인플루언서 마케팅 플랫폼 레뷰코퍼레이션의 매출은 지난해 403억 원으로 전년 대비 75.2% 늘었다.
SNS 협찬이 늘며 협찬을 약속받고도 가게를 방문하지 않는 ‘노쇼’ 손님이나 과도한 협찬을 요구하는 손님 등도 눈살을 받고 있다. 서울 용산구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한 업주는 “10명을 협찬하면 꼭 1∼2명은 나타나지 않는 ‘노쇼’ 손님이어서 골머리를 앓는다”며 “반대로 협찬 외에 다른 메뉴를 요구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말했다.
최지혜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은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으로 ‘욜로’나 ‘플렉스’가 주던 과시 소비 트렌드가 실속 지향의 소비로 이어지고 있다”며 “무조건적인 절약을 미덕으로 삼지 않는 MZ세대들이 한정된 자원으로 데이트 방법을 찾은 현상”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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