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간 2%대로 떨어졌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달 3%대로 반등하면서 앞으로 물가 오름세가 다시 들썩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한국은행은 향후 물가 움직임이 평탄하지 않을 수는 있지만 전반적으로는 둔화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면서, 한두 달의 들썩임에 일희일비(一喜一悲) 하지 말 것을 강조했다.
5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3.4%로 전월인 7월(2.3%)과 비교해 크게 확대됐다.
자연스레 물가 오름세가 다시 확대되면서 지난해와 같은 급등세를 나타낼지 관심이 쏠렸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7월 6.3%로 정점을 찍은 뒤 연말까지 5%대를 나타내다가 올해 2월(4.8%) 4%대로 내린 이후 4월(3.7%)에는 3%대에 진입해 6월(2.7%) 2%대로 하락한 바 있다.
이에 한은 조사국 물가고용부 물가동향팀 박창현 팀장과 임웅지 차장은 이날 블로그 글에서 향후 물가 반등 여지를 둘러싼 세간의 우려에 대해 나름의 답변을 내놨다.
우선 한은은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큰 폭 반등은 석유류와 농산물 가격 변화에 기인한다”고 분석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석유류 물가는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7월 2.3%에서 8월 3.4%로 오르는 데 무려 80% 정도를 기여했다. 또 지난달 농산물 물가 상승률은 폭염·폭우 등 궂은 날씨 탓에 5.4%에 달했다.
이에 한은은 “8월 경제전망 당시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수준”이라면서도 “최근 석유류·농산물 가격이 빠르게 오르면서 상승 폭이 다소 커진 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얼핏 들으면 예상보다 높았다는 것인지, 낮았다는 것인지 헷갈리는 발언이다. 이에 관한 한은의 자세한 설명을 들어보면 이렇다.
한은은 지난달 경제전망 당시 유가가 다시 오르면서 그간의 기저효과가 반대로 작용하는 ‘역(逆)기저효과’가 차후 물가 지표에 반영되리라고 예상했다. 작년 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국제유가가 치솟았다가 같은 해 8월부터 어느 정도 안정됐는데, 이에 올해 8월에는 전월까지 지속됐던 기저효과가 사라지는 역기저효과가 발생할 수밖에 없었고, 이 현상이 실제 지표로 확인됐기에 ‘예상 범위였다’고 밝힌 것이다.
한은은 “최근 물가 움직임은 에너지 가격의 기저효과에 크게 좌우되고 있다”면서 “우리나라뿐 아니라 미국·캐나다에서 이미 나타나는 현상이며 유로·영국 등지에서도 연말에 가까워질수록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지난달 경제전망 이후 유가는 계속 오르는 패턴을 보였다. 이것이 8월 물가 상승 폭을 당초 3% 내외로 본 예상치보다 약간 키웠고 이에 한은은 ‘예상 범위 안이지만 유가 탓에 오름 폭이 커졌다’는 평가를 내린 상황으로 풀이된다.
한은은 이 같은 ‘기름값 효과’ 때문에라도 이달 물가는 지난달과 비슷하거나 약간 높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최근 유가 상승 흐름이 이어지고 있기도 하다.
농산물도 기상 여건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큰 가운데 추석 수요까지 겹치면 물가를 밀어올리는 압력을 더할 수 있다.
반면 10월부터는 물가 상승률이 다시 낮아진다는 게 한은의 예상이다. 한은은 “연말까지 3% 내외 수준에서 등락할 것”이라면서 “근원물가 오름세가 수요 측 물가압력 약화 등으로 인해 개인서비스를 중심으로 완만한 둔화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기·가스요금 역시 작년 10월의 인상에 따른 기저효과로 인해 오름세가 크게 둔화할 전망이다. 한은에 따르면 만일 오는 10월 전기·가스요금 인상이 없을 경우 지난해 10월 요금 인상에 따른 기저효과만으로 10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3%포인트(p) 낮아진다.
문제는 8월 유가와 같은 불확실성이 다시 고개를 드는 경우다. 이 경우 전체적인 물가 둔화 흐름은 유지되는 가운데 한두 달의 들썩임이 있을 수 있다.
한은은 “향후 물가 경로 상에는 대내외 여건 변화에 따른 불확실성이 여전히 크다”면서 “향후 유가와 국제식량가격 추이, 기상여건, 국내외 경기 흐름 등과 관련한 상·하방 리스크가 혼재한 가운데 그간 누적된 비용 상승 압력의 파급 영향, 공공요금·유류세 조정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도 남아 있다”고 나열했다.
특히 유가가 복병이다. 한은은 하반기 유가가 기존 전망 당시전제한 배럴당 84달러를 넘어 90달러대를 지속할 경우 물가를 끌어올릴 수 있다고 봤다. 반면 유가가 기존 전제치인 80달러 중반 수준을 유지하면 별 영향은 없게 된다.
그럼에도 한은은 추세적인 물가 둔화세는 꺾이지 않는다고 거듭 강조했다.
한은은 “앞으로 물가 움직임이 평탄하지 않고 울퉁불퉁(bumpy)할 수 있지만 지난 2년에 비해 물가 상승 압력이 완화되면서 기조적으로는 물가 둔화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면서 “한두 달의 움직임에 일희일비하기보다는 추세적인 물가 흐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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