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NOW]
“버리는 식품 줄이자” 기업들 나서
상품성 떨어지는 농산물도 완판… 부산물 활용해 화장품-식품 개발
日-유럽서는 마감 세일 앱 인기… 2032년 세계 시장 110조 규모로 성장
환경에도 도움, 지속적 관심 보여야
9월은 추석 사과라는 별명을 가진 ‘홍로’가 출시되는 달이다. 안타깝게도 올해는 봄철 서리 피해, 여름철 장마와 폭염, 늦여름 태풍까지 덮치면서 홍로 판매를 포기한 농가가 늘었다. 한 해 농사를 접어야 하는 것도 문제지만 나무에 그대로 매달려 있는 열매도 문제다. 판매하기 어려운 과실을 그대로 두면 나무가 상하기 때문에 다음 해 농사까지 망친다. 일일이 따고 폐기하는 과정에서 추가 비용까지 들어간다.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이런 어려움을 조금이나마 덜고자 하는 움직임이 포착된다. 바로 상품성이 떨어지는 농산물을 새롭게 활용하는 ‘푸드 업사이클링’이다. 업사이클링(새활용)은 부산물, 폐자재처럼 버려지는 물건에 가치를 더해 새로운 상품으로 탄생시키는 활동을 뜻한다. 한 번 사용한 물건을 다시 사용하는 리사이클링(재활용)에서 파생된 신조어다. 그간 업사이클링은 패션 산업에서 주로 활용되었다. 트럭용 방수 천막이나 자동차 안전벨트 등 버려지던 폐자재를 활용해 멋진 가방을 만드는 ‘프라이탁’이 대표적이다.
업사이클링은 이제 식품 산업에도 적용되고 있다. 가장 손쉬운 방법은 버려지던 못난이 농산물을 새로운 유통망으로 공급해 소비자의 접근성을 높이는 형태다. 3∼4년 전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한 방송을 통해 ‘못난이 왕고구마’ 300t을 완판시킨 사례가 이에 해당한다. 최근에는 대형 유통사들이 이런 움직임에 자발적으로 동참하고 있다. 편의점 GS25는 이번 수해로 피해가 큰 경북도와 충청도 지역의 과일을 매입해 판매하고, GS더프레시 역시 못난이 채소류를 매입해 할인 판매하기로 했다. 롯데마트도 외관상의 이유로 상품성이 떨어지는 ‘못난이 오이’를 약 10t 매입해 ‘상생 오이’라는 이름으로 판매하고 있다. 홈플러스도 호우 피해가 막심한 강원도 지역의 오이와 고추를 ‘맛난이 농산물’로 명명하고 판매에 나섰다.
푸드 업사이클링의 두 번째 유형은 버려지던 농산물에 신기술을 더해 이업종 상품으로 개발하는 형태다. 스타트업 ‘코코베리’는 딸기 농사 중 버려지는 식물의 줄기에서 항산화 성분을 추출해 스킨 제품을 만드는 기업이다. 다이소에서 판매하는 비건 전용 화장품 ‘비프루브 리얼캐롯’ 시리즈는 제주 제주시 구좌읍에서 생산돼 폐기되던 못난이 당근을 업사이클링해 만들었다. ‘라타플랑’은 전남 순천시의 무농약 못난이 미나리에서 추출한 성분을 활용해 세럼 제품을 선보였다. 국내 식품 대기업도 푸드 테크를 활용한 업사이클링에 동참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깨진 쌀, 콩, 비지 등 식품 부산물을 30%가량 함유한 스낵을 출시해 편의점에서 판매하고 있다. 삼성웰스토리는 농가에서 버려지는 비지를 활용해 단백질 스낵으로 재탄생시켰다.
마지막 유형은 이미 생산된 식품의 폐기를 늦추는 아이디어다. 영국, 프랑스, 덴마크 등에서 활발하게 이용되는 ‘투굿투고’ 애플리케이션은 식당, 식료품, 제과점 등에서 마감 직전의 음식을 3분의 1 가격으로 할인 판매하는 플랫폼이다. 소비자가 특정 지역을 설정하면 앱에 등록된 가게 목록이 뜨는데, 구매를 희망하는 가게를 미리 선택할 수 있고 앱 내에서 결제도 할 수 있다. 할인된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는 상품은 랜덤박스에 포장되어 있기 때문에 매일 어떤 상품이 담겨 있을지 열어보는 재미도 있다. 일본 도쿄 가구라자카 지역에 위치한 ‘밤의 빵집’은 일주일에 3일 오후 7시부터 9시까지만 운영되는 빵집이다. 이 빵집은 빵을 직접 굽지 않는다. 다른 빵집들이 영업을 마치고 남은 빵을 저렴하게 구입해 밤에만 판매하기 때문이다.
푸드 업사이클링은 생산자와 소비자, 나아가 지구 환경에까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전 세계 푸드 업사이클링 시장이 2022년 약 70조 원 규모에서 2032년 약 110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도 이런 분위기에 힘입어 농식품 부산물을 활용한 ‘농식품 새활용’을 10대 푸드테크 영역으로 선정하겠다고 했다. 성공 여부는 △푸드 업사이클링 상품의 완성도 △적절한 홍보와 마케팅 △소비자가 쉽게 업사이클링 상품에 접근할 수 있게 해주는 유통망에 달렸다. 이런 변화가 반짝 인기로 끝나지 않도록 소비자, 기업, 정부의 지속적인 관심이 절실하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