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저감 압박 받는 에너지 기업들… 신규 사업모델 생존경쟁 가속화
SK엔무브, 열관리사업 등 승부수
GS칼텍스, SAF 급유 시범 운항
에쓰오일, 유화제품 생산비중 확대
탄소 저감에 대한 글로벌 압박이 커지는 상황에서 신규 사업 모델을 통한 에너지 기업들의 ‘생존 경쟁’이 가속화하고 있다. 엔진오일 지크(ZIC)로 유명한 윤활유 기업 SK엔무브는 전기차용 윤활유와 열관리 사업에 승부를 걸었다. GS칼텍스는 지속가능항공유(SAF) 공급으로 돌파구를 찾는다.
박상규 SK엔무브 사장은 5일 서울 광진구 그랜드워커힐에서 열린 ‘ZIC 브랜드 데이’ 행사에서 “2040년 전기차용 윤활유 시장에서 글로벌 톱티어로 도약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2040년 42조 원 규모로 확대될 열관리 시장도 선제적으로 공략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비전은 전기차 시대가 도래했을 때를 대비한 생존 전략이다. SK엔무브는 지난해 매출 6조2413억 원, 영업이익 1조712억 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이 17%가 넘는 ‘알짜 기업’이지만 이익 대부분 자동차·선박용 윤활유와 그 원료인 윤활기유에서 나온다. 탄소 중립에 대한 압박이 커지는 상황에서 지속가능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사업 구조다.
SK엔무브는 난제 극복을 위해 전기차 윤활유를 전면에 내세웠다. 전기차 윤활유는 교체 빈도가 적어 시장도 내연기관용에 비해 10분의 1 수준으로 작다. 다만 현재 산업표준도 없는 초기 단계인 만큼 ‘질’을 앞세운 시장 선점이 가능하다. SK엔무브의 전기차 윤활유 개발은 2013년부터 시작돼 금속이 많은 전기차 모터의 부식을 막고 무거운 하중을 견디는 내하중성, 전연성 등을 개선해 왔다.
제품을 냉각유에 담그는 ‘액침냉각’ 방식의 열관리 시장에도 진출한다. SK엔무브는 지난해 액침냉각 기술을 갖춘 미국 GRC에 2500만 달러(약 332억 원)를 투자해 지분을 확보했다. SK텔레콤의 데이터센터에 이 기술을 적용해 성능 실험을 하고 있다. 액침냉각 기술을 활용하면 에어컨을 켜 열관리를 할 때보다 약 30% 전력을 절감할 수 있다.
원유를 수입·정제해 부가가치를 창출해 온 에너지 기업들은 이처럼 다양한 방식으로 탈탄소 시대 생존법을 찾고 있다. GS칼텍스는 이날 대한항공 등과 SAF 시범 운행 기념식을 가졌다. GS칼텍스는 핀란드 네스테사가 생산한 SAF를 대한항공에 공급한다. 대한항공은 인천과 미국 로스앤젤레스 노선을 운항하는 항공기에 SAF를 2% 섞은 항공유를 급유해 3개월간 시범 운항한다. 유럽연합(EU)이 항공유에 SAF를 섞도록 의무화한 법안을 4월 통과시키는 등 SAF 도입은 거스를 수 없는 트렌드가 되고 있다. 유럽을 오가는 항공기는 2050년 SAF를 70%까지 늘려야 한다.
에쓰오일은 울산 공장에 9조2580억 원을 투입해 대규모 석유화학 생산설비를 짓는 ‘샤힌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저부가가치 중질유를 석유화학 원료로 전환하는 ‘TC2C’ 기술을 도입해 석유화학제품 생산비중을 12%에서 25%로 늘리겠다는 방침이다.
HD현대오일뱅크는 블루수소, 화이트 바이오, 친환경 화학·소재 등 3대 신사업의 영업이익 비중을 2030년 70%까지 늘리기 위해 연구개발을 진행 중이다. 현재 석유화학부문의 영업이익 비중은 20%대에 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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