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러규제에 무너지는 중기 생태계]〈6·끝〉 김기문 중기중앙회장 인터뷰
“산단-환경 규제 숨통 트여 다행… 지속적 변화 가능하게 노력 필요
주 52시간제-중대재해법 애로
정부와 국회가 힘 모아 풀어야”
“중소기업을 힘들게 하는 규제의 90%는 정부가 시행령을, 나머지 10%는 국회가 법을 고치면 없앨 수 있습니다. 규제개혁에서 진짜 중요한 건 ‘뒷심’입니다.”
6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관에서 만난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은 “지난달 열린 ‘규제혁신전략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안 되는 것도 되게 하는 것이 규제개혁이다. 공무원이 판사 노릇을 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며 “지속적으로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도록 중기중앙회도 규제 발굴에 꾸준히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또 “윤 대통령이 ‘20, 30년 전에 만들어 놓고도 안 쓰는 법이 많다. 이런 것들을 다 다시 들여다봐야 한다’고 했다”고도 전했다.
김 회장은 올해 5월 대통령실에서 열린 ‘중기인대회’에서 “경제 부처 장관들이 중소기업 현장을 찾아 속도감 있는 규제 해결을 해달라”고 제안하는 등 규제개혁의 필요성을 꾸준히 강조해왔다. 최근엔 중소기업 현장의 킬러 규제를 발굴해 정부에 전달하고 ‘중소기업이 선정한 킬러 규제 톱 100’이란 책자를 내기도 했다.
그는 정부뿐 아니라 국회도 규제개혁에서 역할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중대재해처벌법(중대재해법)이나 화학물질등록평가법 등 킬러 규제는 법 개정이 필요한 경우가 많아 정부와 국회가 힘을 합쳐야 한다”며 “규제개혁 이전에 규제를 덜 만들기 위한 노력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어 “이해 당사자인 기업의 목소리는 제대로 듣지 않고 뚝딱뚝딱 법을 만들어 중소기업은 아무것도 모른 채 피해를 입는 일이 많다”며 “오죽하면 일본에서 어떻게 하면 한국 국회는 그렇게 법을 빨리 통과시키느냐며 벤치마킹을 한다는 소리까지 들었다”고 했다.
실제로 국회미래연구원에 따르면 국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법안 1건당 투입한 평균 심사시간은 20대 국회 기준 13분에 그친다. 정부 입법은 규제영향분석과 규제개혁위원회를 거쳐야 하지만, 의원 입법은 이런 절차가 없다. 이 때문에 정부가 국회를 통해 법안을 제출하는 이른바 ‘우회 입법’ ‘청부 입법’도 늘어나는 추세다. 김 회장은 “의원 입법에도 규제영향분석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가 규제 개선에 적극 나선 덕분에 산업단지나 환경 규제 등에서는 기업 숨통이 트일 수 있을 정도의 규제개혁 방안이 나왔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김 회장은 그린벨트 규제에 묶여 있었던 경기 하남시 ‘K-스타월드’ 조성사업을 꼽았다. 지난해 8월 한덕수 국무총리가 참석한 ‘중소기업 규제개혁 대토론회’에서 “K-스타월드의 환경 규제를 풀어 대형 스튜디오가 들어서게 해 달라”는 건의가 나온 바 있다. 이후 정부가 관련 규제 개선을 검토해 올해 7월 국토교통부가 수질 1∼2등급 지역도 오염 방지대책을 수립할 경우 그린벨트 해제가 가능하도록 하는 관련 법 시행령 개정안을 마련한 상태다.
반면 아직 어려움이 남아 있는 분야로는 노동 분야를 꼽았다. 외국인 고용 규제의 경우 정부가 대대적인 규제완화 방안을 내놨지만, 주 52시간 근무나 중대재해법 개편 논의는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김 회장은 “중대재해법이 당장 내년에 50인 미만 사업장으로 확대되는데 규모가 영세하다 보니 80% 이상이 준비가 안 된 상태”라며 “유예기간을 2년 이상 연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역대 정부가 규제개혁을 외쳤지만 용두사미가 된 경우가 많았습니다. 대(對)정부, 대국회 창구가 부족한 중소기업은 애로가 있어도 기업 활동 하느라 바빠 그냥 넘어가거나 투자나 사업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죠. 정부가 먼저 현장을 찾고, 기업이 규제개혁 효과를 체감하는지 피드백하는 현장 목소리 수렴 체계가 있다면 이번 정부가 ‘규제개혁 DNA’를 가진 정부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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