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하도급 갑질 고발-과징금 4.7%뿐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9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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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간 997건 중 87%가 ‘경고’ 그쳐
솜방망이 처벌에 갑질 근절 안돼

10대 건설사 중 하나인 A 건설사는 2018년부터 올 7월까지 총 7건의 하도급 갑질이 적발돼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를 받았다. 이 건설사는 하도급 업체에 대금을 제대로 주지 않거나 돈을 늦게 주면서 지연이자도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 건설사에 대한 공정위의 처분은 매번 경고에 그쳤다. 또 다른 10대 건설사 B사도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하도급 대금을 부당하게 결정했다. 공정위는 이때도 경고만 내렸다.

최근 아파트 철근 누락 사태의 원인 중 하나로 건설업계의 만연한 하도급 갑질이 꼽히고 있는 가운데 그동안 이에 대한 공정위의 제재가 ‘솜방망이’ 처분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위는 철근 누락이 확인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아파트 시공업체에 대해 불공정 하도급 거래가 있었는지 들여다보고 있지만 미흡한 제재가 사태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국민의힘 김희곤 의원실이 공정위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8년부터 올 7월까지 공정위가 ‘경고’ 이상 제재를 내린 건설사 하도급법 위반 사건은 총 997건으로 집계됐다. 혐의 없음 등으로 종결된 사건을 제외한 숫자다. 이 중 검찰에 고발된 사건은 16건, 고발 없이 과징금이 매겨진 사건은 31건이었다. 각각 전체의 1.6%, 3.1%에 불과하다. 공정위가 1981년부터 지난해까지 ‘경고’ 이상 처분을 내린 4만6481건 가운데 4073건(8.8%)이 고발되거나 과징금을 문 것과 비교해도 절반 수준이다.

불공정 하도급 거래 제재는 관련 고시에 따라 수위를 결정한다는 게 공정위의 설명이다. 해당 고시는 위반 행위의 내용 및 정도, 하도급 질서에 미치는 파급효과, 피해 규모, 과거 전력 등을 고려해 과징금을 부과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건설사의 하도급 갑질이 계속 이어지는데도 제재 수위는 경고를 벗어나지 않았다. 또 다른 10대 건설사인 C사는 하도급 업체에 밀린 대금 이자를 주지 않아 2018년 4월과 12월 공정위의 경고 처분을 받았다. 2020년에도 이런 행위가 반복됐지만 제재는 경고에 그쳤다. 5년간 10대 건설사 10곳이 29건의 불공정 하도급 행위로 공정위 제재를 받았다. 이 중 과징금을 문 건 두 곳뿐이었다.

우월적 지위 남용이 확인됐는데도 처벌 수위가 약한 경우도 있었다. 중견 건설업체인 D사는 하도급 업체와 계약하면서 설계가 바뀌거나 물가가 오르더라도 대금을 더 주지 않겠다고 했다. 해당 계약에는 원청이 부담해야 할 산업재해 처리 비용을 하도급 업체에 전가한다는 내용도 들어갔다. 모두 법 위반 사항이다. 공정위는 2021년 이에 대해 시정명령만 내렸다.

정부 내에서도 하도급법 위반 제재 수위가 상대적으로 낮다는 문제의식은 있었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하도급법을 상습 위반하면 과징금을 세게 물릴 수 있도록 관련 고시를 바꾸기로 하고 이달 14일까지 행정예고 중이다. 하지만 과징금 처분 자체가 드물어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우려가 여전하다. 공정위는 이에 대해 “신속한 피해구제를 위해 자진 시정을 촉구하다 보니 경고로 끝나는 경우가 많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김희곤 의원은 “공정위가 건설업계 불공정 행위에 대해 솜방망이 처벌로 방관해왔다”며 “LH사태 등을 방지하기 위해 철저한 조사와 제재가 필요하다”고 했다.

#공정거래위원회#철근 누락#하도급#갑질#솜방망이 처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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