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차에 들어가는 차량용 반도체, 인공위성이나 발사체에 들어가는 우주 반도체의 성능 테스트를 2025년경이면 국내에서 진행할 수 있을 겁니다.”
홍승우 기초과학연구원(IBS) 중이온가속기연구소장은 6일 국내 첫 중성자가속기 ‘라온’에 대해 “부분 가동을 앞두고 있다”면서 이처럼 말했다. 라온이 가동되면 해외에서 진행하던 일부 반도체의 성능 테스트를 국내에서 할 수 있게 된다. 현재 연구소는 라온의 저에너지 가속 구간을 정비하는 동시에 고에너지 가속 구간에 대한 선행 연구개발(R&D)을 진행 중이다.
이날 대전 유성구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에 있는 IBS 중이온가속기연구소는 가속기의 품질을 높이기 위한 정비가 한창이었다. 홍 소장은 “올해 5월 저에너지 가속 구간의 전체 가동을 마치고 보수 작업을 진행 중으로, 올해 말부터는 국내 연구자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정비를 마칠 예정”이라고 했다. 반도체 검사 등 상업적 운용은 2025년부터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중이온가속기는 우라늄과 같이 무거운 원소(중이온)를 빠르게 가속시킨 뒤 표적이 되는 원소와 충돌시켜 기존에 없던 희귀한 동위원소를 만드는 등 다양한 실험을 진행할 수 있는 시설이다.
가속기에서 만들어진 각종 중이온은 반도체가 우주 방사선을 어느 정도로 견딜 수 있는지 확인하는 데 활용된다. 우주 방사선은 우주 공간에서 지구로 쏟아지는 높은 에너지의 입자와 방사선으로, 반도체에 오류를 일으킬 수 있는 주요 요소 중 하나다. 중이온은 여러 입자 중에서도 에너지가 큰 편에 속한다.
세계적으로 중이온가속기 시설이 귀해 반도체 기업들이 우주 방사선 검사를 하려면 수개월을 기다려 해외 시설을 이용해야 한다. 홍 소장은 “세계적으로 반도체 관련 기술 패권 경쟁이 심해지다 보니 보안도 중요한 이슈로 떠올라 라온에 대한 국내 반도체 기업 및 연구소의 관심이 높다”며 “해외로 흩어져 있는 검사 수요가 국내로 집중될 것”이라고 했다.
라온이 완공되면 기초과학 분야의 국제 협력에서 국내 연구진의 역할이 더 커질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희귀동위원소는 자연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중이온가속기 등 대형 가속기 시설을 이용해야 만들 수 있다. 원소의 기원, 더 나아가 우주의 기원을 추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희귀동위원소와 관련한 국제 협력이 활발하지만, 국내 연구진은 다른 나라의 중이온가속기 시설에서 연구를 진행해야 해 핵심적인 역할을 맡기가 어려웠다. 홍 소장은 “국제 협력에서 중이온가속기 시설을 보유하고 있고, 운영해 본 경험이 있다는 것은 굉장한 힘을 발휘할 수 있다”고 했다.
2011년에 시작한 중이온가속기 사업은 지난해까지 총 1조5183억 원이 투입된 대규모 사업이다. 당초 2021년까지 완공시키려 했지만, 인력 및 예산 부족, 프로젝트 관리 미숙 등 이유로 계획이 4번이나 수정됐다. 그 결과 지난해까지 저에너지 가속 구간을 완공하는 1단계 사업을 완료하고, 2025년까지 선행 R&D를 진행한 뒤 성과에 따라 고에너지 가속 구간에 해당하는 2단계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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