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이온가속기 개발 착착… 2025년 국내서 우주반도체 테스트”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9월 14일 03시 00분


중이온가속기 개발 현장 가보니

대전 유성구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에 있는 기초과학연구원(IBS) 중이온가속기연구소 모습. 연구소는 중이온가속기 ‘라온’의 일부를 완성해 올해 말부터 국내 연구진에게 개방할 예정이다. 중이온가속기연구소 제공
대전 유성구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에 있는 기초과학연구원(IBS) 중이온가속기연구소 모습. 연구소는 중이온가속기 ‘라온’의 일부를 완성해 올해 말부터 국내 연구진에게 개방할 예정이다. 중이온가속기연구소 제공
“자율주행차에 들어가는 차량용 반도체, 인공위성이나 발사체에 들어가는 우주 반도체의 성능 테스트를 2025년경이면 국내에서 진행할 수 있을 겁니다.”

홍승우 기초과학연구원(IBS) 중이온가속기연구소장은 6일 국내 첫 중성자가속기 ‘라온’에 대해 “부분 가동을 앞두고 있다”면서 이처럼 말했다. 라온이 가동되면 해외에서 진행하던 일부 반도체의 성능 테스트를 국내에서 할 수 있게 된다. 현재 연구소는 라온의 저에너지 가속 구간을 정비하는 동시에 고에너지 가속 구간에 대한 선행 연구개발(R&D)을 진행 중이다.

이날 대전 유성구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에 있는 IBS 중이온가속기연구소는 가속기의 품질을 높이기 위한 정비가 한창이었다. 홍 소장은 “올해 5월 저에너지 가속 구간의 전체 가동을 마치고 보수 작업을 진행 중으로, 올해 말부터는 국내 연구자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정비를 마칠 예정”이라고 했다. 반도체 검사 등 상업적 운용은 2025년부터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중이온가속기는 우라늄과 같이 무거운 원소(중이온)를 빠르게 가속시킨 뒤 표적이 되는 원소와 충돌시켜 기존에 없던 희귀한 동위원소를 만드는 등 다양한 실험을 진행할 수 있는 시설이다.

가속기에서 만들어진 각종 중이온은 반도체가 우주 방사선을 어느 정도로 견딜 수 있는지 확인하는 데 활용된다. 우주 방사선은 우주 공간에서 지구로 쏟아지는 높은 에너지의 입자와 방사선으로, 반도체에 오류를 일으킬 수 있는 주요 요소 중 하나다. 중이온은 여러 입자 중에서도 에너지가 큰 편에 속한다.

세계적으로 중이온가속기 시설이 귀해 반도체 기업들이 우주 방사선 검사를 하려면 수개월을 기다려 해외 시설을 이용해야 한다. 홍 소장은 “세계적으로 반도체 관련 기술 패권 경쟁이 심해지다 보니 보안도 중요한 이슈로 떠올라 라온에 대한 국내 반도체 기업 및 연구소의 관심이 높다”며 “해외로 흩어져 있는 검사 수요가 국내로 집중될 것”이라고 했다.

라온이 완공되면 기초과학 분야의 국제 협력에서 국내 연구진의 역할이 더 커질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희귀동위원소는 자연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중이온가속기 등 대형 가속기 시설을 이용해야 만들 수 있다. 원소의 기원, 더 나아가 우주의 기원을 추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희귀동위원소와 관련한 국제 협력이 활발하지만, 국내 연구진은 다른 나라의 중이온가속기 시설에서 연구를 진행해야 해 핵심적인 역할을 맡기가 어려웠다. 홍 소장은 “국제 협력에서 중이온가속기 시설을 보유하고 있고, 운영해 본 경험이 있다는 것은 굉장한 힘을 발휘할 수 있다”고 했다.

2011년에 시작한 중이온가속기 사업은 지난해까지 총 1조5183억 원이 투입된 대규모 사업이다. 당초 2021년까지 완공시키려 했지만, 인력 및 예산 부족, 프로젝트 관리 미숙 등 이유로 계획이 4번이나 수정됐다. 그 결과 지난해까지 저에너지 가속 구간을 완공하는 1단계 사업을 완료하고, 2025년까지 선행 R&D를 진행한 뒤 성과에 따라 고에너지 가속 구간에 해당하는 2단계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중이온가속기 개발#우주반도체 테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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