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5년]
美 빅테크 등장해 증시 상승 이끌어
韓 신성장 이끌 혁신기업 지지부진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지 15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한국 증시는 ‘박스피’(박스권에 머물고 있는 코스피)에 갇혀 있다.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에도 미치지 못하는 저성장 국면에 접어든 데다 이렇다 할 혁신 기업도 나타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스탠더드에 역행하는 시장 규제도 ‘코리아 디스카운트’(국내 증시 저평가)를 유발하고 있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3일 기준 코스피는 2,534.70으로 마감해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첫 증시 개장일인 2008년 9월 16일(1,387.75) 대비 82.6% 올랐다. 같은 기간 미국 나스닥지수는 533.7%,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216.7% 급등했다. 이웃 나라 일본의 닛케이평균주가는 181.7%, 대만 증시는 174.0% 올랐다.
한국 증시의 성장이 선진국 및 경쟁국에 뒤처졌다는 건 경제의 신성장동력이 될 혁신 기업이 적시에 태동하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코스피 시가총액 상승액은 1305조 원이었는데, 이 가운데 26.5%(345조 원)가 삼성전자 시총 증가분이었다. 그만큼 코스피의 특정 기업 의존도가 높다는 뜻이다. 최근 들어 LG에너지솔루션 등 이차전지 업체들이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지만 미국 증시 상승을 이끌었던 빅테크 ‘FAANG(페이스북, 아마존, 애플, 넷플릭스, 구글)’이나 테슬라 등 글로벌 혁신 기업의 파급력에 못 미친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내 기업들의 불투명한 지배구조와 저배당, 주식시장 전반에 대한 신뢰도 부족 등도 박스피 탈출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코스피가 지지부진한 것은 투자 가치가 그만큼 낮다는 뜻”이라며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고 주주 가치 제고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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