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킨슨병은 도파민 분비 신경세포의 사멸로 인해 운동 기능 및 인지 장애가 나타나는 만성 신경퇴행성 질환이다. 미국 내 파킨슨병 환자는 2021년 약 270만 명에서 2031년에는 330만 명까지 증가할 것이라는 통계가 나올 정도로 높은 발병률을 보인다.
전 세계적인 고령화로 인해 발병률이 가속화고 의료 기술의 발달로 파킨슨병 환자의 조기 진단이 높아지고 있지만 아직도 파킨슨병 초기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근원적 질환 개선제는 마땅히 없는 상황이다.
국내 한 천연물 신약 벤처기업이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을 활용해 파킨슨병 치료제 부문에서 안전성과 다중 타깃을 통해 유효성이 검증된 ‘차세대 천연물 신약’ 탄생의 신호탄을 쏘아 올려 화제가 되고 있다.
14일 마곡 본사에서 동아일보와 만난 손미원 엠테라파마 대표는 “합성 의약품, 바이오 의약품과 차별화된 글로벌 천연물 신약을 반드시 탄생시킬 것”이라고 밝혔다.서울 강서구에 본사를 둔 엠테라파마(대표 손미원)가 그 주인공이다.
14일 마곡 본사에서 동아일보와 만난 손미원 엠테라파마 대표는 “지난달 국내에서 유일하게 미국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파킨슨병 치료제 ‘MT101’에 대한 임상 2a상 시험 계획 승인을 받았다”며 “합성 의약품, 바이오 의약품과 차별화된 글로벌 천연물 신약을 반드시 탄생시킬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엠테라파마가 개발 중인 파킨슨병 신약 MT101은 다중 타깃 기전을 밝힘으로써 기존 2세대보다 진화한 차세대 천연물 신약이라는 점에서 다국적 제약사들도 주목할 정도로 화제가 되고 있다. 미국 임상 1상을 통해 이미 안전성과 내약성을 확인한 MT101은 앞으로 임상 2상을 통해 유효성을 입증하고 글로벌 기술 수출에 도전할 계획이다.
천연물 신약이란 인체 안전성이 검증된 수백 가지 식물 추출물(천연물)을 활용해 효능 및 작용 원리를 규명한 뒤 만든 새로운 의약품을 말한다. 미국 FDA에서는 식물 추출물 그 자체를 하나의 API(원료물질)로 규정하고 원료의 동등성 연구 결과를 제시하도록 엄격히 관리하고 있다.
천연물을 이용한 신약 개발은 제조 공정에서 100분의 1까지 수율이 감소하고 작용 기전도 복잡한 데다 원재료 공급도 어려워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한동안 주춤했던 분야다. 하지만 천연물 신약 개발에 성공하면 국내에서는 블록버스터급 신약이 탄생할 확률이 높고 합성·바이오 의약품과 대비해 성분의 부작용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최근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천연물 의약품 개발에 다시 속도를 올리는 추세다.
엠테라파마가 개발 중인 파킨슨병 치료제 MT101은 천연물 3개 소재를 복합한 경구제로 증상 개선과 근원적 질환 개선이 모두 가능한 복합 기전을 가진 신약 파이프라인이라는 점에서 이슈로 떠올랐다.
도파민(신경전달물질)의 생성과 생존에 관여하는 ‘Nurr1’ 단백질의 전사 인자 발현과 활성화를 유도하고 파킨슨병의 원인 물질로 알려진 알파-시누클레인의 응집을 억제해 도파민 신경세포의 사멸을 억제하고 시냅스 신경전달 개선, 세포 내 미토콘드리아 기능 장애 개선 등의 기능을 하는 신규 소재기 때문이다.
천연물 신약은 치료 효능이 미흡한 기존 단일 타깃 치료제들과 달리 다중 성분·다중 타깃이기 때문에 병인 기전이 다양하고 복잡한 만성 난치성 질환 치료에 유효하다는 것이 엠테라파마 측의 설명이다.
손 대표는 “만성 난치성 질환은 그 원인과 증상이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나기에 한 가지 증상만을 타깃으로 하는 의약품은 치료에 한계가 있다”며 “MT101은 ‘멀티 타깃 기반의 혁신 치료제’라는 것이 확실한 차별점”이라고 강조했다.
손 대표의 설명처럼 MT101은 단순 다중 성분의 추출물인 1∼2세대 천연물 의약품 수준이 아닌 차세대 천연물 신약으로 평가받고 있다. 천연물 의약품 내 함유 성분 및 유효 성분의 타깃과 약리 기전을 전부 규명하고 원 생약부터 완제 의약품까지의 배치 간 동등성 및 치료적 일관성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손 대표는 서울대 약대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동아제약과 동아에스티에서 연구소장을 지냈으며 국책 사업인 지식경제 R&D 전략기획단에서 천연물 신약 사업단장을 맡았다. 28년간 제약업계에 몸담으며 국내 신약 개발 및 발매 2건, 미국 임상 완료 3건의 성과를 거뒀다.
엠테라파마는 성분과 기전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핵심 플랫폼 기술인 ‘싸이엠토믹스’를 활용했다. 이는 천연물과 성분·처방·기능·질병 관련 핵심 데이터베이스 500만 건을 구축한 세계 최대 천연물 통합 DB ‘코코넛’과 AI 기반 4000만 건의 빅데이터를 활용한 가상 인체 시스템 ‘코다’가 실험적 다중오믹스 분석과 케미컬 프로파일링 데이터를 결합한 통합 분석 기술이다. AI와 빅데이터를 활용해 기존에 10년 걸리던 성분·기전 규명 과정을 1∼2년 내 완성할 수 있도록 만든 플랫폼 기술로 파이프라인의 작용 기전 규명과 임상 효력 예측이 가능하다. 이러한 기술을 바탕으로 올해 데이터 기반 디지털 바이오 선도 사업(한국연구재단)에 선정돼 고령화 질환을 타깃으로 한 천연물 신약 개발을 위한 AI 모델 개발 및 관련 치료제를 개발 중에 있다. 천연물 의약품은 중국을 제외하고 북미, 유럽 등 해외에서 전문의약품 신약으로서 허가받은 사례는 아직 많지 않다. 천연물 신약 시장은 태동 단계인데 최근 영국 제약사의 소아뇌간증 치료제가 미국 FDA에서 승인받았고 향후 2조 원의 매출이 기대되고 있다.
손 대표는 내년에 MT101 미국 임상 2상을 성공적으로 완료해 약효가 입증되면 기술 수출 성과가 조기에 가시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 에브비, 머크, 릴리, 노바티스 등 다국적 제약 기업들이 먼저 MT101에 관심을 보이면서 최근 ‘바이오 USA’에서도 일부 빅파마와 만나 논의를 진행했다. 손 대표는 “이 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내년에는 기업공개(IPO)에 도전할 계획”이라며 “현재 시리즈 B-2를 진행 중이며 총 167억 원의 자금을 조달한 상태”라고 밝혔다.
한편 엠테라파마는 MT101 외에도 당뇨병성 신경병증 치료제 ‘MT9801(DA-9801, NB-01)’, 염증성 장 질환 치료제 ‘MT102’, 2형 당뇨병 치료제 ‘MT103’, 치매 치료제 ‘MT104’ 등의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주로 만성 난치성 질환을 겨냥한 파이프라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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