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후공정 강자… 품질 우선주의로 해외 제작 장비 국산화 성공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9월 18일 03시 00분


[Stock&Biz]퓨렉스

절삭한 CIS 제품 중 양품만 새로운 링으로 옮겨 담는 CIS(CMOS Image Sensor) 반도체 후공정 물류용 트랜스퍼(Die Transfer) 장비. 퓨렉스 제공
절삭한 CIS 제품 중 양품만 새로운 링으로 옮겨 담는 CIS(CMOS Image Sensor) 반도체 후공정 물류용 트랜스퍼(Die Transfer) 장비. 퓨렉스 제공
김영건 회장
김영건 회장
휴대전화는 물론 태블릿PC의 디지털카메라, 차량 후방 카메라에 사용되는 고화소 이미지 센서(CIS)와 전자제품의 액정 디스플레이 패널 구동 소자(COG) 등을 웨이퍼 상태에서 후가공하는 공정은 반도체 산업에서 최근 들어 떠오르는 분야다. 다만 수입 의존도가 높아 진입 장벽이 높다. 이런 시장에서 저력을 발휘하고 있는 업체가 있다. 40년 차 업력을 자랑하는 ㈜퓨렉스(회장 김영건)다.

경기도 안산 단원구에 있는 이 회사는 우리나라 주력 산업인 반도체 후공정 분야에서 소리 없이 강하다. 반세기 가까이 국내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 생태계에 묵묵히 조력하며 현재는 CMOS(상보형 금속 산화막 반도체) 이미지 센서 분야의 글로벌 기술 혁신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CMOS 이미지 센서는 카메라에서 사람 눈의 망막처럼 이미지를 포착하는 역할을 하는 장치로 대표적 비메모리 반도체로 꼽힌다.

퓨렉스는 다양한 비메모리 반도체를 대상으로 고객 수요 맞춤형 커스터마이징을 지원하며 맹활약하고 있다. 웨이퍼 상태에서 다양한 고객사의 요청을 받아 연삭, 절단, 양품 선별 및 자동 품질 검사까지 초정밀 후공정 수탁을 주요 사업 모델로 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대기업을 비롯해 소니, 라피스 등 일본 기업들과 거래할 만큼 뛰어난 기술력과 품질을 인정받아 왔다.

화려한 수상 실적도 자랑한다. ISO14001 인증을 획득하고 이노비즈 인증, 유망 중소기업 선정 등의 성과를 거두면서 차근차근 존재감을 알려왔다. ‘최초 국산화 장비 성공’이라는 타이틀을 다수 보유하고 있는 퓨렉스는 고가의 후가공 장비인 자동 픽앤플레이스 장비와 반도체 검사 장비, 인라인 시스템, 코팅 장비 등을 비롯해 다이 트랜스퍼 공정의 해외 제작 장비를 국산화하는 데 수백억 원을 투자해 성공했다. 이로 인한 수입 대체 효과만 800억 원대에 이른다. 품질 우선주의와 하이테크놀로지에 각별한 공을 들인 결과다.

퓨렉스는 현재 고화소 이미지 센서 후가공을 위해 약 5950㎡(1800평) 규모의 고 청정 생산라인 10Class(0.3㎛ 입자 크기의 먼지가 10개 미만), 100Class(0.5㎛ 입자 크기의 먼지가 100개 미만) 클린룸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국내 동종 업계 최고 수준이다. 여기에 매출액의 8%를 연구개발에 투자하면서 고객사의 원가 절감을 도왔고 꾸준히 신제품을 개발해 업계를 선도해왔다.

퓨렉스의 이런 성과는 반세기 가까이에 걸친 ‘장기전’의 결실이다. 이 회사는 1980년대 초반 반도체 칩 레이저 마킹 장비의 국산화를 시작으로 2000년 카메라 모듈 양산, 2009년 CMOS 이미지 센서 개발까지 쉼 없이 국내외 시장을 두드렸다.

김영건 퓨렉스 회장은 1983년 33세의 젊은 나이에 반도체 장비 제조 회사인 ‘동양반도체’를 설립하고 당시 불모지나 다름없던 반도체 마킹 장비의 국산화에 성공했다. 이후 2000년대에 들어서며 휴대폰 카메라용 모듈 사업을 시작하고 상호를 변경해 퓨렉스를 탄생시켰다. 오랜 시간 정체성을 잃지 않으며 변화에도 적극 대응한 퓨렉스가 여전히 고객사의 선택에서 견고한 위상을 지키는 건 우연이 아니다. 회사가 40년 만에 세계적 기술 기업으로 성장한 데는 경영진의 사심 없는 몰입과 집중, 단합의 힘을 빼놓을 수 없다. 김 회장은 임직원에게 “나는 미래 시장의 흐름을 읽고 새로운 먹거리를 발굴하는 데 전념할 테니 여러분은 제품을 잘 만들어달라”며 높은 수준의 연구개발과 마케팅을 주문해 왔다.

업계에서는 퓨렉스의 도약에 대해 “전문 경영인과 약 600명 임직원이 ‘글로벌 진출’이란 목표로 합심해 성공한 사례”라며 “중소기업은 국내용이라는 발상의 한계를 깨트리며 한국인의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한다. 김 회장은 고객사가 원하는 최상의 결과를 내놓기 위해 품질 우선주의를 위한 노력과 변화는 한계점에 도달할 때까지 계속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불가능은 없다는 신념으로 매 순간 최선을 다할 뿐입니다. 다수의 최초 국산화 장비를 성공시켰듯이 퓨렉스가 단순히 반도체 부품사를 넘어 반도체 웨이퍼 전문 가공, CMOS 이미지 센서 분야의 진정한 글로벌 기술 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이 또한 산업 애국의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stock&biz#경제#반도체#퓨렉스#반도체 후공정#cm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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