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ck&Biz]퓨릿
반도체 생산수율 높이는 핵심 소재 ‘신너’ 삼성·SK 등에 납품
고순도 제품으로 지난해 매출 1373억, 2019년 대비 2배 성장
퓨릿 경주 1공장.
문재웅 대표내달 초 코스닥 상장을 앞둔 반도체 소재 기업 퓨릿(대표 문재웅)이 폐플라스틱 열분해유 등 신사업으로 지속 성장을 자신했다.
퓨릿은 최근 금융위원회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본격적인 기업공개(IPO) 절차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문재웅 대표는 최근 동아일보와 만나 “앞으로 반도체와 2차전지, 디스플레이 등 첨단 정보기술(IT) 산업 소재 수요는 점점 높아질 것”이라며, “퓨릿만의 고순도 합성, 정제, 재생 기술을 통해 더 많은 소재를 국산화하는 기업이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퓨릿은 9월 20∼26일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 예측을 진행해 공모가를 확정하고 10월 5∼6일 일반 청약을 받는다. 총 413만7000주를 모집하며, 희망 공모가 밴드는 8800∼1만700원 수준이다. 밴드 기준 총 공모 목표 금액은 364∼443억 원, 상장 밸류에이션은 약 1480∼1800억 원 수준으로 예상된다. 상장 주관사는 미래에셋증권이다.
퓨릿은 2010년 신디프테크놀로지라는 이름으로 설립된 화학기업이다. 2019년 한국알콜이 지분 69.9%를 190억 원에 취득하면서 한국알콜 그룹에 편입됐으며, 지난해 2월 퓨릿으로 회사명을 변경했다.
사명인 퓨릿(PURIT)은 ‘PURE + IT’의 합성어로 각종 불순물 농도를 1PPT(1조분의 1) 단위까지 제거한 순수(PURE)에 가까운 제품력으로 끊임없이 변화해 나간다는 기업가치를 내포하고 있다. ‘It’은 반드시 있어야 할 아이템이라는 의미로 사용되는 ‘It-tem’에서 따왔으며, 환경을 있는 그대로 복원하는 물질과 프로세스를 위해 퓨릿의 제품이 꼭 필요하다는 의미를 담았다.
퓨릿의 사업군은 반도체용 제품과 디스플레이용, 산업용 제품으로 구분되며, 생산방식에 따라 크게 합성·정제·리사이클링 3가지로 나뉜다. 현재 경주시 안강읍에 1공장과 2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1공장에서는 주로 리사이클링 및 산업용 제품을, 2공장에서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제품을 주로 생산한다.
주력 제품은 반도체 신너(Thinner)의 원재료로 쓰이는 △프로필렌 글리콜 메틸 에테르 아세테이트(PGMEA) △프로필렌 글리콜 모노메틸 에테르(PGME) △에틸 3-에톡시프로피오네이트(EEP) △에틸락테이트(EL) 4가지 제품이며, 해당 제품들이 전체 매출액의 반 이상을 차지한다.
퓨릿이 양산 중인 PGMEA와 PGME, EEP, EL 등은 반도체용 신너 제조에 꼭 필요한 소재들이다. 신너는 반도체 생산 수율을 결정하는 핵심 소재 중 하나다. 반도체 제조 공정에서 빛을 통과시켜 웨이퍼에 회로를 인쇄하는 노광(포토) 공정에서 사용된다.
PGMEA와 PGME는 저순도의 원료를 고순도의 제품으로 생산하는 정제 방식을 통해 생산하고 있다. 퓨릿의 계열사인 이엔에프테크놀로지에 납품돼 반도체 신너를 생산한 후 최종적으로 SK하이닉스에 납품한다.
EEP와 EL은 정제 기술에서 더 나아가 촉매를 이용해 합성하는 합성기술을 통해 기초원료를 제조한다. 이렇게 생산된 제품은 반도체 소재 기업 동진쎄미켐에 납품해 반도체용 신너로 재탄생한 후 삼성전자에 최종 공급된다.
퓨릿은 폐기물 종합 재활용업 허가를 획득하고 원재료를 수입해 고순도로 재생하는 리사이클링 사업도 영위하고 있다.
리사이클링은 기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IT 생산공정에서 사용 후 배출되는 폐유기용제를 회수해 재생하는 일종의 ‘자원순환 정제’ 사업이다. 반도체 파운드리, 디스플레이와 전자, 필름 제조, 2차전지, 석유화학업체 등에서 발생하는 화학 폐액을 수거해 그중 유효한 화학 성분을 회수한 후 정제 과정을 거쳐 일반 산업용 제품으로 공급하는 방식이다.
퓨릿의 전자재료용 고순도 제품과 리사이클링 제품은 모두 정제 가공을 기반으로 생산된다. 이는 원료에 포함된 불순물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분리해 제거할 수 있는가가 관건이다. 퓨릿과 한국알콜 그룹은 석유화학 분야에서 쌓은 오랜 경험과 노하우를 통해 유효성분과 불순물을 가장 효율적으로 분리할 수 있는 공정과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퓨릿의 사업은 크게 2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는 전자재료 시장으로부터 유입된 폐유기용제를 리사이클링해 액정표시장치(LCD) 산업이나 석유화학 시장으로 판매하는 구조다.
두 번째는 첫 번째와 반대다. 상대적으로 품질이 낮은 석유화학 원료를 정제해 고품질을 요구하는 전자재료 시장으로 판매하는 방식이다. 이는 화학산업에서 전방산업 분야와 후방산업 분야를 적절하게 연결한 것으로, 보다 폭넓은 시장에 진입 가능하다는 것을 뜻한다.
다양한 영역에서 다양한 수요처 확보가 가능해 사업을 장기적이고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으며, 새로운 사업 구조 및 신사업 분야 진출에도 유리한 것이 강점이다.
퓨릿이 양산 중인 소재들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동진쎄미켐, 듀폰 등에 공급된다. 주요 고객사와의 안정적인 거래 관계를 바탕으로 매출도 빠르게 늘었다. 2019년 불과 600억 원 수준이었던 매출은 2022년 사상 최대인 1373억 원까지 불었으며, 영업이익도 2019년 17억 원에서 지난해 142억 원으로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다. 지난 몇 년간 국내 반도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국산화 흐름과 반도체 수요 폭증이 이어진 것도 매출 성장에 한몫했다.
충남도와 1000억 원 투자협약 체결
퓨릿은 내달 상장을 통해 유입되는 공모자금으로 신규 시설 투자를 진행할 예정이다. 공모자금은 공장 증설에 활용된다. 선제적인 생산능력 확장을 위해 충남 예산에 제3공장 증설에 들어갔다. 기존 1공장 및 2공장 내에는 신규 생산시설을 들여놓을 면적 확보가 어렵기 때문이다.
문 대표는 “기존 주력 제품의 매출액 증가 및 신규 제품의 론칭을 위해서는 신규 시설 투자가 꼭 필요한 상황”이라며 “코스닥 입성을 계기로 2019년 한국알콜 그룹 인수 후의 도약보다 더욱 큰 성장을 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2차전지 등 첨단 IT 필수 소재 및 리사이클링 산업 분야에서 독보적 1위로 거듭나겠다는 각오다.
이를 위해 올 3월 22일 충청남도와 투자협약(MOU)도 체결했다. 예산 제2 일반산단 3만3485㎡(약 1만 평) 부지에 1000억 원을 투자해 공장을 신설하는 프로젝트다. 총 분양대금은 96억 원으로, 현재까지 2차 중도금이 납부된 상태다.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는 만큼, 완공 후 큰 폭의 실적 성장이 예상된다. 앞서 문 대표의 설명처럼 퓨릿은 경주 제2공장이 증설된 2019년 이후 급격한 성장을 이뤘다. 그는 충남 예산 제2 일반산업단지 내 신규 공장 증설이 경주 제2공장에 이어 새로운 도약의 발판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생산시설 확보를 위한 공사는 내년 하반기 착공에 들어갈 예정이다.
체질 개선 넘어 재도약으로… 상장 후 신사업 속도
퓨릿은 폐플라스틱 열분해유 사업을 회사의 신규 사업으로 낙점하고 관련 조직을 재정비하는 등 신사업 전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폐플라스틱 열분해유는 폐기된 플라스틱을 수거, 선별해 이를 고열로 녹여 뽑아낸 기름이다. 퓨릿이 열분해유 사업에 뛰어든 것은 반도체 소재 본사업을 넘어 기업 가치를 더 끌어올리기 위한 포석으로 분석된다.
폐기-수거-재생을 원리로 하는 순환경제 논리를 이미 사업단에서 구현하고 있는 퓨릿은 오랜 업력을 바탕으로 폐플라스틱 열분해유 시장까지 공략하겠다는 구상이다.
퓨릿은 가전제품의 스티로폼이나 자동차 내장재 등 폐플라스틱을 회수해 기초원료인 SM을 추출하는 친환경적인 리사이클링 사업을 목표로 한다. 폐플라스틱 열분해유 내 유효 성분을 정제해 추출하는 기술에 대한 특허를 출원해 ‘기술장벽’을 친다는 전략이다.
상장 후 4분기 내 특허 출원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폐플라스틱 열분해유는 순도에 따라 납사와 경질유, 중질유 등으로 나뉘는데 국내에 납사를 양산, 공급하는 기업은 아직 없다.
2차전지 전해질 분야도 신사업으로 검토 중이다. 현재 전해질 첨가제에 대한 연구개발에 착수한 상태다. 전해질 첨가제 중 해외에서 전량 수입하는 품목을 국산화하겠다는 포부다. 2차전지 핵심 소재인 전해액의 소재로 사용되는 유기용매 첨가재 등이 그것이다.
연구개발 이후 양산을 위한 생산 설비 투자를 검토하고 있는 퓨릿은 실제 양산이 시작되는 시점을 2025년 초로 잡고 있다.
문 대표는 “전해액 공정에서 사용하는 제품은 고품질의 순도와 낮은 수분 함량이 요구되는데 우리가 지닌 합성 기술력을 통해 충분히 생산 가능하다”며 “상장으로 제2의 도약기를 맞은 퓨릿은 케미칼 생산 기술에 관한 풍부한 경험과 지식을 토대로 미래 기술 개발과 자원 순환을 위한 지속 가능한 제품 생산의 선두 주자가 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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