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ck&Biz]
‘포메이션’ ‘사이클러’ 양 날개로… 매출 1조 원에 도전하는 원익피앤이
2차전지 테스트 신사업 확대… 美 충전기 거점에 140억 원 투자
343억 원 규모 유상증자 나서… 미국-유럽발 수주 급증에 대응
전기차 등의 배터리에 사용되는 2차전지 성장세에 힘입어 탄탄한 기술력을 갖춘 알짜 기업들의 질주가 매섭다.
그중에서도 근래에 단연 돋보이는 곳이 ㈜원익피앤이(대표 이기채)다. 2차전지 제조 장비를 넘어 후방 산업으로 시장을 확대하며 수익 극대화에 나섰기 때문이다.
유럽 신규 수주에 대응해 최근 343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한 이 회사의 주가도 2차전지 테마를 타고 들썩이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유럽 고객사의 2차전지 설비 증설 계획과 맞물려 원익피앤이가 배터리 조립 장비 등을 지속 수주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하고 있다. 향후 부가가치가 높은 포메이션 장비와 사이클러 장비 중심의 라인업을 감안할 때 독보적인 수익성 지속이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원익피앤이는 배터리 충·방전기를 포함한 화성(활성화) 공정 장비를 제조하는 장비 기업이다. 20년 경력의 1세대 배터리 장비 업체로 꼽힌다.
배터리의 전기적 특성을 부여하고 불량을 판별하는 ‘포메이션’ 장비와 2차전지 성능을 정밀 검사하는 ‘사이클러’ 분야에서 독보적인 시장 지배력을 과시하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 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현재는 전체 매출의 80% 이상이 배터리 장비 및 성능 평가 장비에서 나온다. 특히 이 회사의 성능 평가 장비는 국내 테스트 장비 시장에서 70% 이상의 점유율을 이어가고 있다.
일반인에게 생소한 사이클러는 배터리 셀과 팩을 측정하는 장비로 2차전지 성능과 수명을 평가할 수 있다. 불량 여부를 판별하는 기존 배터리 검사 장비와 달리 2차전지 재활용과 재사용을 위한 잔존 가치까지 판정 가능해 최근 들어 수요가 폭증하고 있다.
완성차 제조사를 비롯해 다양한 인증기관 등 국내외 300개 업체와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 원익피앤이는 향후 사이클러 장비 기술력을 활용해 테스트 사업을 본격화할 방침이다. 최근에는 챔버 일체형 수냉식 사이클러를 개발해 기술적 격차를 또 한번 확인시켰다.
SK·LG·삼성SDI 등에 배터리 제조 장비 납품
원익피앤이는 경기 수원과 충북 청주시 오창 등 7개 제조 거점에서 연간 160GWh(기가와트시) 규모의 장비 생산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SK온,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 업체를 비롯해 유럽 최대 배터리 제조사 노스볼트, 엔비전 AESC, VERKOR를 고객사로 확보했다. 현재 전체 수주의 50%가 해외 고객사에서 나온다.
국내 배터리 3사에는 주로 화성 설비 및 디가스, 폴딩 중심의 양산 설비와 R&D 장비인 사이클러를 공급한다. 파우치형·각형·원통형 등 모든 폼팩터(배터리 형태)로 장비를 공급하는 경쟁력을 갖췄다. 조립·화성 장비 경쟁력을 바탕으로 공간 집약적 설비와 장비 고속화, 고효율화 등의 기술 차별화를 갖췄다는 평가다.
인수·합병으로 시너지… 재도약 엔진 점화
원익피앤이는 다수의 인수·합병(M&A)을 진행하며 성장 동력을 확보했다.
2021년 9월 테크랜드, 같은 해 12월 엔에스, 이듬해 3월 삼지전자의 에너지솔루션사업부를 순차적으로 인수해 포트폴리오를 확장했다.
엔에스는 배터리 형태를 만드는 조립 장비와 배터리 내 가스를 제거하는 디가스 장비 중심의 파우치 조립 전문 업체다. 테크랜드는 각형 및 파일럿 장비 중심의 특화된 조립 공정 사업을 펼친다.
원익피앤이는 엔에스와 테크랜드 인수·합병을 통해 조립공정 및 후공정까지 납품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게 됐다. 조립부터 후공정까지 일괄 수주를 받기 위해 꼭 필요한 퍼즐을 완성한 것이다. 특히 해외 배터리 기업을 대상으로 특정 라인 턴키 수주 역량을 크게 확충했다는 점이 주목된다. 해외 배터리 기업은 국내와 달리 양산에 대한 경험이 적어 하나의 장비 기업에서 턴키로 발주하는 경향이 짙다. 실제로 원익피앤이는 지난 6월 일본계 중국 배터리 기업인 엔비전 AESC에 배터리 제조 장비를 공급한다고 밝혔다. 이번 계약을 통해 사업 분야를 조립 공정까지 다각화하려는 투자 성과가 가시화됐다. 현재 엔비전 AESC는 프랑스, 스페인 등에 배터리 공장을 짓고 있으며 향후 BMW 공급을 위해 미국 현지 투자도 고려하고 있다. 이번 수주 계약으로 원익피앤이는 엔비전 AESC가 투자하고 있는 영국(선덜랜드), 프랑스(두에) 공장에 납품하게 된다. 계약 기간은 2024년 4월 15일까지다.
또한 최근 유럽의 VERKOR에 화성 턴키를 수주한 것으로 보인다. 기존 화성 파우치 설비의 강점을 내세워 프랑스 기가팩토리 프로젝트의 화성 라인을 수주해 유럽 시장 내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원익피앤이는 단순한 턴키 솔루션 제공이 아닌 공정별 핵심 역량을 기반으로 기술 경쟁력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배터리 활성화 설비는 물론 기계제어 및 용접, 레이저 기술을 기반으로 한 각 공정의 핵심 원천 기술을 보유하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이런 경쟁력을 바탕으로 연간 20% 이상의 매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올해는 5000억 원 이상의 수주액을 낙관하고 있다.
20년 기술력 응집… 전기차 충전 사업 ‘파란불’
20년 기술력을 자랑하는 원익피앤이는 기존 2차전지 공정 장비 생산에서 배터리 후방 산업까지 사업 범위를 확장하고 있다. 배터리 테스트 특성 평가 서비스 사업에 진출하고 자회사인 피앤이시스템즈가 추진 중인 전기차 충전 사업도 강화한다.
전기차 충전기의 경우 2030년 5000억 원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 중 수출이 80%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우선 내년부터 미국과 유럽 시장을 두드린다는 전략이다. 피앤이시스템즈는 이미 에너지저장장치(ESS)가 내장된 하이브리드 급속 충전기를 일본으로 수출해 100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피앤이시스템즈 전기차 충전기의 차별점은 약 15년 이상 축적된 노하우를 통해 배터리 ‘열 폭주’를 예방하는 차세대 안전 전기차 충전 기술이 녹아 들어가 있다는 점이다. 오랜 시간 축적된 실증 경험 및 배터리 테스트 데이터를 기반으로 설계해 화재가 발생하지 않고 안전성이 뛰어난 것이 특징이다.
실제 피앤이시스템즈는 지난 15년간 전기차 충전기를 보급해 왔으며 국내 최초로 중부고속도로와 제주도에 전기차 충전 인프라를 구축한 바 있다. 납품한 전기차 충전기의 화재 발생률은 0%라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원익피앤이는 미국과 유럽 진출을 가속화하기 위해 연내 미국 안전인증(UL)과 유럽 안전인증(CE)을 취득할 계획이다. 전기차 충전기를 해외에 수출하려면 인증 획득이 필수적이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대응을 위해 현지에 전기차 충전기 생산 거점도 구축할 예정이다. 현지에 부지를 물색 중인 원익피앤이는 미국 인프라 건립에 약 140억 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미국 내에서 전기차 충전기를 제조하면 전기차 충전기 구축에 75억 달러의 예산을 책정한 연방정부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2차전지의 경우 미국과 유럽 내 지사(최근 스웨덴 법인장 선입)의 역할 강화를 통해 판로 확대를 기대하고 있다.
2025년 2차전지 본격 성장에 대응하며 수주 잔액 1조 원을 목표로 한다.
유럽 시장 수주 잇따라… 매출 서프라이즈 자신
최근에는 잇단 전기차 화재 문제로 배터리 품질의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반사이익도 얻고 있다. 중국산 배터리 제조 장비를 주로 이용해 오던 유럽 배터리 제조사들에 최근 수율 등의 문제가 불거져 생산에 차질을 겪으며 관련 수주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유럽 배터리 회사들이 원익피앤이 등 기술 신뢰도가 높은 국내 업체의 문을 두드리면서 장비 도입을 검토 또는 선정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주목할 점은 단발성 수주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유럽 배터리 고객사 투자 증설에 따라 지속적인 수주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원익피앤이는 사이클러 장비를 유럽 배터리 제조사에 초기부터 공급한 이력이 있는 데다 최근에는 조립 및 화성 설비의 납품도 앞두고 있다. 이러한 흐름으로 볼 때 향후 유럽 고객사의 설비 증설 계획에 따라 포메이션을 비롯한 조립 장비 등을 지속적으로 수주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한편 원익피앤이는 지난달 24일 이사회를 열어 유상증자 안건을 결의했다. 주주 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신주 500만 주를 6860원(예정)에 발행해 총 343억 원을 조달할 예정이다. 회사 측은 대주주가 최소 100% 이상 청약 예정인 만큼 유상증자는 무리 없이 진행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번 유상증자 목적은 유럽 배터리 신규 수주 급증에 따른 원재료 구매 자금 확보다. 증자는 주주 배정 후 실권주를 일반공모로 할 예정이다. 올해 11월 유상증자 작업이 마무리된다.
원익피앤이는 배터리 제조 솔루션을 넘어 폐배터리까지 전 생애에 걸친 배터리 생애 주기를 관리할 수 있는 종합 솔루션을 제공한다는 목표로 투자와 연구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독보적 기술로 배터리 토털 솔루션 기업 도약”
이기채 원익피앤이 대표 인터뷰
“이번 유상증자는 글로벌 시장에서 원익피앤이의 입지를 확대해 나가겠다는 계획의 시작입니다. 2차전지 조립·화성 장비 중심으로 2025년 수주 잔액 1조 원을 목표로 글로벌 넘버원 기술 혁신 기업으로 도약할 겁니다.”
이기채 원익피앤이 대표(사진)는 “2차전지 기술 발전에 맞춰 전 세계 배터리 제조사들이 원익피앤이의 양산 설비와 사이클러 장비를 요구하고 있다”며 “기술 개발 및 생산 역량에 대한 투자를 강화해 2030년 글로벌 톱 5 배터리 솔루션 기업으로 성장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 대표는 삼성SDI에서 법인장, 기술팀장, 제조기술센터장 등을 역임했다. 배터리 장비 업체에서 배터리 기술 전문가는 많지 않다.
이 대표는 유상증자를 통해 조달한 자금으로 유럽 지역 신규 수주에 따른 원재료 구매와 장비 개발, 설비 투자, 해외 인프라 구축을 강화해 글로벌 시장 진출을 가속화할 방침이다.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수요가 늘고 제조 설비 투자 규모도 확대되면서 회사의 주력인 2차전지 장비 수주 잔고는 매년 최대 기록을 세우고 있다.
이 대표는 “올해는 상반기 기준 수주 잔고가 6580억 원으로 지난해 대비 최소 2배 이상 늘었다”며 “배터리의 재사용·재활용 여부를 확인하는 진단 장비 수요가 국내외에서 폭증해 내년 하반기 또는 2025년까지 1조 원 달성이 기대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자회사 피앤이시스템즈가 추진 중인 충전기 사업에도 투자를 지원하고 있다. 해외 로컬 업체의 수주 비중이 30% 넘게 차지할 정도로 커지면서 미국·유럽 현지에 영업 및 서비스센터도 운영하고 있다. 해외 생산 및 영업 거점 구축 등 국내외에서 사업을 확장하며 운영 자금도 그만큼 늘어나는 상황이다. 원익피앤이는 유상증자로 마련된 자금을 바탕으로 원자재 구매와 설비 투자 여력을 확충해 국내외 배터리 업계 수요에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2차전지 제조 장비 및 설비 글로벌 SCM(유통·물류 및 공급망 관리)을 통한 원가경쟁력 확보와 현지화 역량 확보를 위한 준비도 완료됐다.
이 대표는 “원익피앤이의 2차전지 제조 장비와 성능 평가 장비는 국내 배터리 3사와 유럽 최대 배터리 제조사 노스볼트, VERKOR, 엔비전 AESC를 비롯해 다양한 인증 기관에까지 공급되며 높은 점유율을 이어가고 있다”며 “다양한 고객사에 대응한 경험이 충분한 만큼 안정적인 장비 기술력을 바탕으로 배터리 제조사들의 수요에 맞는 차세대 장비를 공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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