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대전환 제언’ 오늘 정부에 전달
AI팩토리 구축해 공정혁신 확산
글로벌인재 유치 레드카펫 깔아야
노동규제 개선-법인세 인하 촉구
“성장은커녕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을 답습하지 않을까 하는 위기감마저 듭니다.”
최근 한국 경제가 맞닥뜨린 문제에 대해 재계에서 나오는 말이다. 전 세계는 첨단산업 분야에서 각축전을 벌이는데 한국의 산업 발전 전략은 찾아보기 힘들다는 의미에서였다.
산업계는 이에 글로벌 첨단산업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정부가 직접 투자에 나서는 ‘국가투자지주회사 설립’, 인공지능(AI)을 주요 산업 생산라인 전반에 활용하는 ‘AI 팩토리 구축’ 등을 정부에 제안하기로 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17일 이런 내용을 담은 ‘산업대전환을 위한 민간 제언’을 발표했다. 이 제언은 대한상의, 한국경제인협회,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무역협회 등 경제단체 4곳과 산업기술진흥원(KIAT), 산업기술평가원(KEIT), 산업연구원 등 3개 연구기관이 머리를 맞댄 결과다. 산업통상자원부가 국내 산업의 미래를 모색하기 위해 지난해 11월 산업대전환 포럼을 출범시킨 후 10개월간의 고민이 담겼다. 대한상의는 6대 미션, 46개 과제로 나눠진 이 제언을 18일 정부에 공식 전달할 예정이다.
산업 투자 분야에서는 정부가 글로벌 첨단산업 전쟁 전면에 나서 달라는 제안이 나왔다. 한 예로 정부가 전액 출자하는 국가투자지주회사를 세운 뒤 첨단 기술 확보를 위한 전략적 로드맵을 수행해 달라는 것이다. 정부가 팹(공장)을 지은 뒤 소유권 및 운영권을 기업에 주되, 그 대가로 임대료를 받는 ‘리버스-BTL(Build·Transfer·Lease)’ 제도도 건의 과제에 포함됐다. 기업이 쉽게 결정하기 힘든 대규모 투자 분야에 대해 정부가 적극적인 모습을 보일 경우 정책 리스크 부담이 낮아질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서다.
글로벌 공급망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앵커기업’이 많은 가전, 철강, 자동차, 이차전지 산업 등을 대상으로는 ‘인공지능(AI) 기반 공급망 선도 프로젝트’ 시행 아이디어도 나왔다. 단순한 자동화 이상을 구현하기 힘들었던 ‘스마트공장’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AI 팩토리의 확산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었다. 저성장 시대 생산 비용 절감과 공정 혁신을 위해서는 AI와 디지털 전환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주요 산업군이 전반적으로 직면한 인재 부족을 해결할 방안도 제언집에 들어갔다. “글로벌 인재 유치를 위해 ‘우수 인재 레드카펫(최고 대우)’을 깔아야 한다” “‘HR 카라반’을 발족해 전 세계 우수 인재 거점을 찾아가 홍보에 나서야 한다” “인재들이 국내에 영구 정착할 수 있도록 신속한 입국 지원 및 파격적 거주 지원이 제공돼야 한다” 등의 구체적인 내용들이다.
해외 기업 투자 유치를 위한 노동환경 규제 개선, 글로벌 수준에 맞춘 법인세 인하 등도 반드시 정부가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혔다.
산업계에서는 기술 및 가격 경쟁력 확보에 필수적인 이른바 ‘급소기술’ 개발과 사업화 지원이 가장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에 산업대전환 포럼 참여 기관들은 “결국 국가가 잘 살려면 반도체같이 세계 시장을 선점하는 제품이 많이 나와야 한다”며 “연구개발 지원 및 해외 기관과의 전략적 협력 등 시장성 있는 프로젝트의 사업화 지원과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다”고 의견을 모았다. 이 밖에도 △의료, 관광, 엔터 등 다양한 데이터의 연계·융합 △서비스 혁신을 위해 ‘개방형 통합 데이터 플랫폼 구축’ △데이터 큐레이터 산업 육성 △성장 인센티브 제공 △첨단 연구 개발 클러스터 조성 등의 제언도 포함됐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에만 한국 경제의 미래를 맡길 수 없는 만큼 정부의 선도적인 역할을 기대한다는 의미로 제언집을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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