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ESG 투자 강조하면서도 사옥관리는 친환경과 거리 멀어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9월 18일 15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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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수은은 화력발전 금융지원 늘려

뉴스1
국민연금공단이 기업투자에서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를 강조했지만 자사(自社) 사옥관리에선 관련 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정책금융기관인 한국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석탄화력발전 사업 투자를 늘려 ESG 경영에 역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영주 의원이 국민연금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국 42개 사옥 중 11개(26%)만 재생에너지 설비를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국민연금은 탄소배출 감축 등을 위해 국내외 주식 및 채권투자를 결정할 때 ESG 사항을 고려하는 책임 투자를 늘려왔다. 2021년 말 130조 원이던 ESG 책임 투자액은 올 2월 411조4000억 원으로 280조 원 이상 늘었다. 같은 기간 전체 투자액 대비 ESG 책임 투자 비중도 16%에서 53%로 뛰었다.

국민연금이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설비 설치 권고 지시를 충실히 이행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에너지공단은 ‘에너지이용 합리화법’에 따라 5년마다 건축 연면적 3000㎡ 이상인 공공기관 사옥에 대해 에너지 효율 진단을 실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2019년부터 국민연금본부 연금관을 비롯해 서울, 대전, 광주, 청주, 전주, 창원 등 사옥 7곳에 대해 신재생에너지 설비 설치를 권고했지만 아직 이행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골드만삭스나 JP모건 등 해외 주요 운용사는 전 사업장의 에너지를 신재생에너지로 조달한다. 이에 비해 국민연금은 투자에서만 ESG를 앞세우고 있다”고 주장했다.

산은, 수은도 석탄화력발전 사업에 대한 금융지원을 늘려 ESG 경영과 배치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6월말 기준 산은의 석탄화력발전 관련 여신 잔액은 1조3918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1억4061억 원)보다 소폭 감소했지만 2019년(7763억 원), 2020년(1조770억 원), 2021년(1조2215억 원)을 웃도는 수준이다.

수출입은행 역시 2019년 2조1133억 원에서 올 7월 3조7827억 원으로 석탄화력발전 여신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체 여신에서 석탄화력발전에 대한 여신이 차지하는 비중도 2.0%에서 3.0%로 높아졌다.

현재 산은과 수은은 각각 2개, 8개의 해외 석탄화력 발전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특히 산은은 녹색 채권(친환경 프로젝트 투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발행한 채권) 지원 방침을 발표하고 관련 표준 관리체계를 수립한 뒤인 2020년 7월 인도네시아 ‘자바(JAWA) 9&10’ 석탄화력 사업 약정을 체결했다.

국책은행 관계자는 “석탄화력발전 사업에 대한 자금은 건설 기간 동안 분할 집행되기 때문에 잔액이 늘어나고 있다”며 “2020년 이후 신규 사업 지원은 중단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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