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인플레이션과 에너지 가격의 급등, 지구 온난화에 따른 탄소중립의 문제가 주요한 화두다. 에너지 전환은 우리에게 필연적인 숙제로 다가오고 있다. 기존 화석연료 발전을 대신해 탄소 배출이 없는 신재생 에너지원을 이용한 발전도 주목을 받고 있다.
국토가 좁고 산악 지형이 대부분인 우리나라는 대규모 부지가 필요한 태양광, 또 평지에서 부는 균일한 바람이 필요한 육상 풍력만으로는 에너지 전환을 이루기에 역부족이다. 결국 넓은 부지와 균질한 바람의 확보가 가능한 해상풍력이 유일하고 합리적인 대안이라 할 수 있다. 많은 해외 해상풍력 개발사들의 국내 진출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한국풍력에너지학회는 국내 해상풍력의 발전을 위해 2000년에 출범했다. 이후 20여 년 동안 꾸준한 연구개발의 성과를 산학연 네트워크를 통해 산업계와 공유해 오고 있다. 풍력학회는 매년 춘·추계 학술대회를 통해 대학과 연구소의 기술을 풍력 산업계 기업들에 전파하고, 이것이 개발사들의 비용 절감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제는 이런 노력의 결과들이 산학연 전체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해상 풍력업계의 발전으로 이어지도록 만들어야 할 시점이다.
하지만 국내 해상풍력은 여전히 갈 길이 멀다. 국내 해상풍력은 높은 리스크로 인한 사업 개발 지연이 산업 기반 위축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에 빠져 있다. 해상풍력 사업은 해상공사로 인한 리스크가 크고 대규모 자본 투입이 필요하다. 그리고 전용 설치 선박과 터빈 사전 조립을 위한 항만, 송전망과 같은 인프라도 필요하다. 이런 이유로 유럽의 해상풍력은 재무 역량과 기술 경험이 풍부한 오스테드, RWE, Vattenfall 등의 에너지 공기업이 주도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유럽 사례를 볼 때 우리도 대규모 자금을 집행할 수 있는 금융 조달 능력과 국내외 발전 사업 경험을 두루 갖춘 에너지 공기업의 역할이 필수적이다. 또 발전 원가 절감을 통해 소비자의 부담을 감소시키기 위해서는 공공성에 초점을 맞춘 에너지 공기업의 주도로 산업계 활성화가 선행돼야 한다.
이에 국내 최대 에너지 공기업인 한국전력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한전을 비롯한 발전그룹사는 전북 서남권 60MW 실증 사업 준공 및 운영, 또 현재 건설 중인 제주 한림 100MW 사업을 통해 초기 국내 해상풍력 사업의 기틀을 마련했고 후속 사업 추진을 위한 개발 역량도 확보했다. 한전 같은 에너지 공기업의 적극적인 참여와 성공적인 사업 추진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상황이다.
학계와 산업계의 상생체계를 바탕으로 산업 기반이 확장되는 선순환 구조의 시발점은 대규모 해상풍력 사업의 실질적인 성공이다. 건설 및 운영 단계에 들어선 사업이 늘어나야 관련 업계 및 학계의 확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 역량 있는 개발사의 성공이 절실한 이때 한전이 국내 해상풍력에 새로운 활력을 주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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