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美제재 이후 과학 자립 가속
네이처 “中, 자연과학 연구 역량
질적으로도 美 제치고 세계1위로”
中 과학굴기, 글로벌 산업계 위협
중국이 ‘과학 굴기(崛起)’를 통해 미국마저 넘고 자연과학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나라가 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미중 갈등으로 양국 간 연구 협력이 크게 줄어든 게 중국의 영향력을 오히려 확대시켰다는 분석이다. 반도체와 배터리 등 첨단산업 공급망에서 중국을 의도적으로 배제하려는 시도 역시 ‘제2의 과학 굴기’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19일 과학계에 따르면 세계적 학술지 네이처는 지난달 5편의 논문을 통해 중국 자연과학 굴기의 현상과 배경을 집중 분석했다. 요약하자면 중국은 미국과의 갈등을 계기로 그간 강조해온 ‘과학기술의 자립자강(自立自强)’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중국 반도체 시장에 대한 미국의 강한 제재에도 불구하고 화웨이가 첨단 반도체를 자체 개발한 것과 비슷한 양상이 과학계에서도 펼쳐지고 있다는 것이다.
네이처에 따르면 중국과 미국의 과학 협력 건수는 2020년부터 점진적으로 줄어들었다. 지난해의 경우 2020년 대비 15% 줄었다. 미국이 양자컴퓨터와 같은 특정 분야의 중국산 장비를 연구에 사용하지 못하게 하거나 중국 연구자와의 공동 연구에 제한을 두고 있어서다.
이에 미국에서 연구하다 본토로 귀국하는 중국인 과학자들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중국의 내부 과학 연구 역량도 비례해 크게 높아졌다. 네이처가 6월 발표한 ‘네이처 인덱스 셰어’에서 지난해 중국의 자연과학 연구 영향력은 미국을 추월해 1위로 올라섰다. 중국은 이 지표에서 전년 대비 21.4% 증가한 1만9373점을 받았다. 미국은 전년 대비 6.9%가 감소한 1만7610점을 받아 2위로 내려앉았다. 자연과학 분야에서 중국 논문의 ‘양’은 2017년 미국을 앞섰는데, ‘질’까지 뛰어넘었다는 평가가 이번에 나왔다. 네이처의 지난달 논문들은 이 같은 변화의 원인을 분석한 것이다.
글로벌 산업계에도 비상이 걸렸다. 중국이 자연과학 경쟁력을 앞세워 중장기적으로는 미래 핵심산업 주도권을 가져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자연과학계에서 드러난 것처럼, 첨단산업 분야 역시 ‘탈(脫)중국’ 흐름은 오히려 중국의 자체 기술 확보를 통한 경쟁력 제고로 이어질 것이란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미국 국립정책재단은 한편으로 중국 과학자들이 미국에서 박사 과정을 마치지 못하는 경우가 속출하면서 미국이 대규모 경제적 손실을 입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과학자 1000명이 미국을 떠나면 약 10억 달러(약 1조3000억 원)의 등록금 손실을 입고, 향후 10년간 2100억 달러(약 277조8000억 원)의 특허 손실이 발생할 것이란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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