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아직 달라질 것 없어"…감산 전략 지속 실행
삼성, 낸드 감산 폭 확대…SK하닉, 신공장 준공 순연
감산 지속에 반등 빨라진다…소재·장비업체 영향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연내 업황 반등을 보일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는 가운데 반도체 업계가 연말까지 감산을 계속 이어갈 방침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한 감산으로 최근 재고 감소가 뚜렷해지고 있어 이 추세라면 연내 제품 가격 반등 가능성도 제기된다.
◆삼성·SK하닉, “하반기도 감산 규모 확대” 20일 업계에 따르면 메모리 반도체 업계 1위 삼성전자는 지난 2분기부터 감산에 돌입한 데 이어 하반기에도 감산 규모를 늘리고 있다.
삼성전자 감산 폭은 현재 지난해 말 대비 30% 수준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특히 재고 정리가 시급한 낸드 위주로 생산량 하향 조정을 크게 가져갈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에 트렌드포스는 삼성전자의 낸드 감산 폭이 지난 2분기 말 25%에서 오는 4분기 35%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측했다.
SK하이닉스도 올해 설비투자 규모를 전년 대비 50% 이상 줄인데 이어, 레거시(구형) 제품 위주로 감산을 계속하고 있다.
신공장 준공도 차례로 늦추는 분위기다. SK하이닉스는 중국 다롄시에 낸드 제2공장을 건설 중인데 완공 시점을 올 하반기로 미룬 상태다.
SK하이닉스가 지난해 5월 착공한 이 공장은 올해 4~5월 준공한 뒤, 하반기부터 장비 반입을 본격화할 예정이었지만 업황 부진에 미국의 대중국 장비 수출 통제 등에 변수가 생겨 공사 일정을 미루고 있다.
SK하이닉스는 또 지난해 청주 테크노폴리스 산업단지 내 43만3000여㎡ 부지에 4조3000억원을 투자해 신규 반도체 공장(M17)을 증설할 계획이었으나, 업황 침체 우려로 결정을 보류했다. 삼성전자도 지난해 평택캠퍼스 3공장 준공 이후 장비 반입 속도를 조절하고, 4~6공장 건설 일정에도 신중을 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메모리 업계의 흑자 전환이 연내 어려운 상황인데다, 아직 소비 시장의 수요 부진이 지속되고 있어 올해 하반기 동안은 신중 행보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감산 전략 지속”…업황 반등에 긍정적 국내 반도체 업계가 감산을 지속한다는 점은 메모리 수급 전환이 빨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 효과가 크다.
최근 스마트폰, PC 등 일부 수요처에서는 메모리 반도체 중 D램 가격이 앞으로 인상될 수 있다는 전망 속에 재고를 늘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PC 업계의 D램 재고 수준은 지난달 말 현재 10~16주 정도로, 전년 말 대비 소폭 높아졌다.
업계에서는 D램 가격이 바닥을 쳤다는 판단에 수요 업체들이 가격 인상에 대비해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으로 재고를 늘리고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
김동원 KB증권 애널리스트는 “올해 4분기부터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공급축소에 의한 수급개선과 재고 건전화에 따른 메모리 가격 상승 영향으로 수급 개선이 시작돼 내년 하반기로 갈수록 반도체 상승 사이클의 기울기는 가파르게 전개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가동 중단에 준공 연기 등…소재·장비 업체 영향 불가피 다만 메모리 업계 감산으로 소재·장비 업계에는 영향이 불가피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기업의 낸드 감산 영향으로, 낸드 관련 반도체 소재를 납품하는 후성은 헥사플루오르프로판(C3H2F6) 생산 공장 가동을 이달 11일부터 중단한다고 공시했다.
국내 장비 도입도 늦어지고 있다. 관세청 통계에 따르면 올해 1~8월 반도체 제조 장비 수입량은 금액 기준 152억8315만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157억6067만달러)보다 3% 감소했다. 특히 7~8월 수입액은 29억6926만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38억2236만달러)보다 22.3% 줄어 하반기 들어 감소 폭이 더 커졌다.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회사 ASML이 2400억원을 투자해 국내에 조성 중인 ‘화성 뉴 캠퍼스’의 준공 시기도 당초 2024년 말에서 2025년 4월로 넘어갔다.
이 캠퍼스는 지하 4층에서 지상 11층 규모의 2개 동 건물에 ▲심자외선(DUV)·극자외선(EUV) 노광장비와 관련한 부품 등의 재제조 센터 ▲글로벌 트레이닝 센터 ▲체험관 등이 들어서는 반도체 클러스터(연합지구)다.
ASML 측은 “착공 이후 완공 시점을 조정한 것”이며 “ASML의 투자는 장기적으로 반도체 시장이 성장할 것으로 보고 결정한 것이어서 단기 시장 상황에 영향을 받진 않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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