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약재로 알려진 인삼, 이젠 식재료로 활용해야[기고/김명수]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9월 21일 03시 00분


김명수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장

최근 인기리에 방영된 드라마 ‘연인’에서는 주인공 역관이 청나라 상인들과 조선의 귀한 물건이라며 인삼과 남초(담배)를 거래하는 모습이 나온다. 인삼은 우리나라 최초의 글로벌 상품으로 삼국시대부터 위(魏), 수(隋), 당(唐)나라와의 외교 활동이나 교역에 사용되며 높은 인기를 누렸다. 17세기 일본에서는 인삼을 수입하기 위해 ‘인삼대왕고은(人蔘大王高銀)’이라는 전용 화폐를 만들기도 했다. 오늘날에도 인삼은 농산물 중 수출 1위 자리를 꾸준히 지키고 있다.

인삼의 식물 이름은 ‘파낙스’다. 이는 그리스어로 ‘모든’을 뜻하는 ‘Pan’과 ‘의약’을 뜻하는 ‘Axox’의 합성어이다. 즉, 모든 병을 치료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본초강목과 동의보감 등 동양의 의서에서도 오래전부터 인삼을 귀한 약재인 상약(上藥)으로 처방해 왔다. 인삼은 대표적인 기능성 성분인 진세노사이드(사포닌)를 포함해 폴리페놀 등 몸에 좋은 유용 물질이 풍부하다. 덕분에 면역력을 높이고 피로감을 낮추며 뇌 기능 관련 신경세포의 작용을 촉진한다.

우리나라 1인당 한 해 인삼 소비량은 2009년 480g을 정점으로 2022년 기준 320g, 약 서너 뿌리 정도 수준이다. 코로나로 인한 경기 침체와 건강기능식품의 다양화로 소비가 다소 정체·감소하는 추세다. 하지만 건강에 대한 소비자의 요구가 강해진 만큼 이제는 인삼도 전통적인 한약재 개념을 벗어나 식재료로의 활용을 적극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

인삼은 기존에 알려진 것처럼 꿀에 재워서 먹거나 삼계탕에 넣어서, 튀김으로 먹어도 좋지만 볶음밥에 곁들이거나 아예 쌀을 안칠 때 대추와 밤, 콩과 함께 인삼 영양밥을 지은 뒤 간장 양념을 넣어 비벼도 좋다. 우유와 꿀을 넣어 만든 셰이크는 쓴맛이 없고 든든한 아침 식사 대용으로 손색이 없다. 특히 인삼은 삼겹살과 궁합이 잘 맞는다. 삼겹살은 돼지고기 중 가장 인기가 많지만 다른 부위보다 지방 함량이 많다. 삼겹살에 인삼을 곁들어 구우면 인삼의 사포닌이 돼지고기의 지방을 분해해 소화를 돕는다. 인삼 특유의 씁쓸한 풍미가 돼지고기의 냄새를 중화해 식욕을 돋우는 역할도 한다.

며칠 뒤면 우리 민족 최대 명절인 추석 연휴를 맞는다. 이번 명절에는 제철 맞은 인삼을 넉넉하게 구매해 선물도 하고, 가족, 지인들과 함께 나눠보면 어떨까. 일상에서 즐기는 인삼은 국민 건강은 물론 소비와 가격 하락으로 어려움을 겪는 농가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상품권이나 현금, 고가의 선물이 즐비한 시대지만 선물을 전하는 이의 정성과 더 건강하고 튼튼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전하는 데 인삼만 한 것이 없다. 가을로 향하는 길목, 인삼을 주고받으며 모두가 넉넉하고 따뜻한 한가위를 맞이하길 바란다.

#공기업 감동경영#기고#인삼#한약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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