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버랜드, 유튜브 성장 전략
업계 최초 100만 구독자 돌파
사육사-동물 교감으로 눈길 끌고
판다 보러 온 방문객 수 2배 증가
에버랜드가 유튜브를 통해 온라인 속 ‘환상의 나라’로 거듭났다. 공식 채널의 구독자 수는 113만 명으로 국내 여행레저 업계에서는 최초로 100만 명을 돌파했으며 기업이 운영하는 유튜브로서도 이례적인 숫자이다. 매번 조회수 100만은 거뜬히 찍는 자이언트 판다 ‘푸바오’의 영상이 현재 핵심 콘텐츠다. 푸바오가 만 4세가 되는 내년 2024년 짝짓기를 위해 중국으로 가야 한다는 사실이 올해 5월 알려지자 푸바오 영상의 조회수가 급증하며 판다 신드롬이 일기 시작했다.
유튜브의 흥행은 에버랜드를 향한 발길로 이어졌다. 올해 6월 에버랜드 판다월드 일평균 방문객 수는 푸바오의 인기 역주행이 시작된 5월 첫째 주에 비해 2배 수준으로 늘어났다. 올해 3, 4월 대비 최근 에버랜드 판다 관련 굿즈 일평균 매출은 80%가량 증가했다.
에버랜드는 2011년 온라인의 가짜뉴스를 바로잡는 등의 목적으로 공식 페이스북, 인스타그램과 함께 유튜브 채널을 개설한 바 있다. 또 2019년 이후 대(大)유튜브 시대가 펼쳐지자 주요 마케팅 채널로서 유튜브를 키워나갔다. DBR(동아비즈니스리뷰) 2023년 9월 2호(377호)에 실린 에버랜드의 유튜브 성장 비결을 요약해 소개한다.
● 실험으로 핵심 코너 발굴
에버랜드의 공식 유튜브 채널에는 2011년부터 동물, 놀이기구 등 다양한 소재의 영상이 올라갔다. 그리고 그중에 특히 높은 조회수를 기록한 영상들이 있었다. 2016년 푸바오의 아빠, 엄마인 러바오, 아이바오가 대나무 ‘먹방’을 하는 영상이 조회수 248만 회를 기록하며 한 차례 가능성을 입증했다. 2020년 7월 푸바오 탄생 직후부터 ‘판다로그’, ‘판다스틱 베베’ 등의 코너를 연재하며 아기 판다의 성장 스토리를 본격적으로 소개했고 이를 계기로 채널이 크게 성장했다.
한편 직원들이 직접 출연하는 예능 채널 ‘티타남’에는 놀이기구 바닥에 어떤 물건들이 떨어졌는지 주워 보는 등 궁금증을 자아내는 실험 콘텐츠, 캐스트(아르바이트생)의 퍼포먼스 영상 등을 꾸준히 올렸다. 그러던 중 2022년 4월 초대박을 쳤다. 바로 ‘소울리스좌’ 영상이 2022년 유튜브가 뽑은 대한민국 최고 인기 동영상 1위로 선정된 것이다. 영상 속 김한나 캐스트는 ‘영혼 없는 눈빛’과 이와 대비되는 생기 있는 목소리, 정확한 발음으로 랩을 하듯 아마존 익스프레스 탑승을 안내했다. “퇴근은 하고 싶어도 할 일은 하는 내 모습과 비슷하다”라는 등의 반응을 받으며 재미와 공감을 끌어냈다. 이후 에버랜드는 쇼츠, 1시간 몰아 보기 등 소울리스좌 영상을 올리며 300만∼1000만 조회 수를 올렸다.
동물 특화 채널 ‘뿌빠TV’는 운영 초기엔 더빙을 통해 동물들이 직접 말을 거는 듯한 영상을 제작했다. 하지만 이렇게 1년간 모은 구독자는 3000명에 불과했다. 사육사들과 함께 콘텐츠를 만들어보자는 아이디어가 제시됐고, 당시 푸바오를 돌보던 강철원 사육사가 합류하며 현재의 인기 코너 ‘전지적 할부지 시점’이 탄생했다. 첫 에피소드 방영 이후 “사육사 목소리가 인위적이지 않아 더빙보다 훨씬 좋다”는 등의 호평이 잇따르자 핵심 코너로 키우기 시작했다. 구독자 수는 전지적 할부지 시점 이전인 2022년 1월 3만2000명에서 현재 54만 명으로 초고속 성장했다. 에버랜드 공식 유튜브를 담당하는 김수진 프로는 “각 콘텐츠가 알고리즘으로 연결돼 노출 및 구독자 증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된다”라고 설명했다.
● 직원들 본업에서 콘텐츠 잠재력 이끌어
에버랜드 유튜브의 일등 공신은 ‘임플로이언서’(직원을 뜻하는 employee와 인플루언서 influencer 합성어)로 활약하는 직원들이다. 판다 영상들은 사육사와의 ‘케미’가 강조된 이후부터 큰 인기를 끌었다. 실제 올해 8월 패널서비스 설문 조사 결과 푸바오의 인기 비결 1위로 ‘사육사 할아버지와의 끈끈한 케미’(38.2%)가 꼽혔다. 소울리스좌 열풍의 주인공 역시 외부인이 아닌 내부 직원이었다.
영상 속 직원들은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진행 솜씨를 뽐내지만, 전문적인 유튜브 교육이 이뤄지는 건 아니다. 강 사육사는 “원래는 내성적인 성격이었지만 오랜 세월 동안 고객들을 응대하다 보니 말하기를 즐기게 됐다”라고 말했다. 사육사, 캐스트 등 관객들을 응대하는 직원들은 안내, 체험 프로그램 등을 직접 진행하며 사람들이 지루해하지 않게 말하고 행동하는 법을 배운다. 특히 베테랑 사육사들은 동물 프로그램에 출연해 방송에 대한 감각을 익히기도 한다. 본업에서 요구하는 역량과 콘텐츠 제작에 필요한 역량이 일치하기에 유리한 부분도 있다.
● 팬덤을 창작자로
‘ZCC(Zoo Creator Club)’는 개인 창작자들에게 공식적인 촬영 권한을 부여해 에버랜드의 유튜브 창작자로 활약하게 하는 제도이다. 심사 과정에는 사육사들이 지원자들의 기존 영상을 검토하며 잘못된 정보, 자극적인 편집 여부 등을 살펴본다.
지난여름 ZCC인 ‘진진TV’ 채널은 호랑이들이 무더위 속에서 어떻게 지내는지 소개했다. 에어컨이 설치된 내실과 야외 방사장을 자유롭게 오가며 생활 중인 호랑이들의 모습을 촬영해 폭염 속 동물에 대한 대중의 걱정을 불식시켰다. 촬영 시간 등도 사전에 협의해 촬영으로 일반 관객의 관람을 방해하는 일도 막는다.
한편 푸바오가 중국에 가면 에버랜드 유튜브의 동력을 잃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김 프로는 “푸바오가 중국에 돌아가도 중국 측과 협의해 주기적으로 푸바오의 소식을 전할 것”이라고 밝혔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