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화재 통합지주 ‘원 메리츠’… 출범 5개월 만에 주가상승 호재
국내 부동산 PF 선순위로 구성… 자산 가치 떨어져도 손실 미미
메리츠금융지주가 증권과 화재 통합 지주사인 ‘원 메리츠’ 출범 이후 약 5개월 만에 시가총액 12조 원을 눈앞에 두고 있다. 메리츠금융지주는 시가총액 기준으로 국내 금융권에서 최상위권이라고 자평했다. 그룹 내 쌍두마차인 메리츠화재와 메리츠증권의 탄탄한 실적과 주주 중심 경영이 주가 상승을 이끌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메리츠금융지주 주가는 올 8월 28일부터 4거래일 연속 52주 신고가를 경신하며 8월 31일 종가 기준 5만4700원까지 올랐다. 연초 주가는 4만1550원으로 올 들어 상승률은 31.6%에 이른다. 통합지주가 출범한 지난 4월 말 시가총액(9조5571억 원)보다 2조 원가량 늘었다.
증권가는 메리츠금융지주의 목표 주가를 높게 책정하고 있다. 현대차증권은 8월 16일 메리츠금융지주의 투자 의견을 ‘매수’로 유지하면서 목표 주가를 5만8000원으로 올렸다. 삼성증권은 투자 의견 ‘매수’에, 목표 주가는 기존 5만2000원에서 6만 원으로 상향했다. 임희연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메리츠금융지주의 부동산 관련 우려는 제한적이고 주주환원 재원은 충분하다”며 투자 의견 ‘매수’와 목표 주가 6만3000원을 제시했다.
메리츠금융지주는 올 상반기(1∼6월) 1조2033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달성했다. 이는 지난해 동기 대비 6.8% 증가한 실적이다. 같은 기간 매출액과 영업이익도 각각 1.6%, 4.9% 증가한 30조6638억 원, 1조5979억 원이었다.
최근 국내외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메리츠금융그룹은 선제적인 리스크 관리로 자산 건전성을 유지하고 있다.
국내 부동산 PF도 선순위 위주의 안전한 투자로 리스크를 줄였다. 메리츠금융그룹의 상반기 기준 국내 부동산 PF 관련 위험 노출 규모는 13조8000억 원이다. 이 중 97%가 선순위이며 담보인정비율(LTV)은 42%다. 담보자산 가치가 절반 수준 이하로 떨어져도 원금과 이자 회수에는 지장이 없다는 뜻이다. 부동산 PF 연체율은 1.3%로 낮은 수준이다. 담보가 충분할 경우 연체이자 회수가 가능해 실제 손실로 이어지는 금액은 미미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 밖에 다양한 재무지표에서도 건전성을 유지하고 있다. 순자본비율(NCR)은 올 6월 말 기준 1994%로 전년 말 대비 310%포인트 상승해 국내 증권사 중 상승폭이 가장 컸다. 부동산 PF뿐 아니라 차액결제거래(CFD) 손실 최소화도 주목할 만하다. 메리츠증권의 CFD 관련 발생 충당금은 5억 원에 그쳐 업계 최소 수준이다. 선제적으로 고객별 CFD 한도를 두고 종목별로도 10%에서 50%까지 레버리지에 제한을 둔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메리츠금융그룹이 진행하는 모든 사업은 ‘프라이싱(가격 정책)’ 전략에 기반을 두고 있다. ‘프라이싱’은 메리츠금융그룹의 경영철학이자 모든 의사결정을 관통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우량과 불량, 시장 진입과 철수, 경쟁의 강도를 결정하는 판단의 절대 기준이 된다. 메리츠금융그룹은 ‘프라이싱’을 통해 시장가격과 손익분기점(BEP)을 비교한 후 시장 진입 여부를 결정한다.
시장의 수익성이 좋을 때는 시장점유율을 늘리는 데 집중한다. 시장가격이 BEP 수준에 있을 때는 흑자 구간에 있는 상품들을 선별적으로 집중 공략해 수익 극대화를 추구한다. 마지막으로 시장가격이 BEP를 밑도는 경우에는 시장에 진입하지 않고 기다리다가 흑자로 돌아섰을 때 공략에 나선다.
이처럼 메리츠금융그룹의 영업 전략은 매출 규모에 맞춰 고정돼 있는 것이 아니라 시장 수익성 변화에 따라 빠르게 변화한다. 통념을 깬 상품 및 영업, 운용으로 차별화된 정책을 빠르게 실행할 수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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