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널리스트의 마켓뷰]중국 증시 앞날 결정할 핵심 요인은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9월 26일 03시 00분


이동연 한국투자증권 수석연구원
이동연 한국투자증권 수석연구원
지난달 말 중국 정부의 주택 거래 규제 완화 발표 이후 중국 증시가 잠시 반등하다 최근 들어 상승세를 멈췄다. 앞으로 중화권 증시 방향을 예측하기 위해 긍정적, 부정적 요인을 점검해볼 때다.

중화권 증시의 긍정적인 요인은 크게 네 가지다. 우선 부동산 분야에서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였던 부동산 개발업체 비구이위안(碧桂園·컨트리가든)이 문제가 된 역내 위안화 채권의 만기를 모두 3년가량 연장했다. 이자 지급 시점마다 증시를 흔들 수 있는 위험이 다소 완화된 것이다. 두 번째로 부동산 주택 거래 규제를 푼 것도 호재다. 특히 10여 년 만에 1선 도시인 베이징, 상하이 등의 부동산 규제가 완화된 점이 의미가 있다. 1선 도시를 중심으로 주택 거래가 회복되는 흐름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증시 활성화 정책을 시행하는 게 증시에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달 28일 증권 거래 인지세를 기존 0.1%에서 0.05%로 인하했다. 이달 8일부터는 신용거래 증거금 비율도 기존 100%에서 80%로 내렸다. 주택가격 부진으로 위축된 소비심리를 개선하기 위해 증시를 부양하는 정책을 시행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중국 빅테크(대형 첨단기술 기업)의 실적 호조와 낮아진 증시 평가가치(밸류에이션) 부담을 꼽을 수 있다. 중국 빅테크의 올 2분기(4∼6월) 실적은 예상보다 탄탄했고, 이들의 밸류에이션이 낮은 점을 고려하면 시장의 관심이 높아질 수 있다.

부정적 요인도 4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부동산 지표가 여전히 부진하다. 지난달 말 주택 거래 정책 완화 이후 1선 도시를 중심으로 주택 거래가 회복되고 있지만, 중소형 도시의 부동산 지표가 회복되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다.

둘째, 실물지표 개선 속도에 대한 의구심이 여전히 남아 있다. 소비나 생산 등의 지난달 주요 지표는 낮아진 시장의 눈높이를 웃돌았지만 다음 달 17일 발표될 9월 실물지표가 기대치를 뛰어넘는 모습을 보일 때까지는 중국 경제에 대한 신뢰가 회복되기 어렵다.

셋째, 중국의 중장기 성장률 둔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미중 갈등과 벤처 투자 및 연구개발 투자 둔화는 중국 잠재 성장률을 낮출 가능성이 있다. 이는 장기 투자자가 느끼는 중국에 대한 투자 매력도를 약화시킬 수 있는 요인이다.

넷째, 화웨이가 최신형 스마트폰인 메이트 60 프로를 출시한 후 미중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미국의 중국에 대한 제재 강도가 더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는 현시점에서 중국 경제의 가장 큰 위험 요인이다.

중국 경제의 긍정적, 부정적 요인을 고려하면 중화권 증시는 단기적으로 횡보하는 흐름이 예상된다. 지난달 증시 조정으로 밸류에이션 부담이 크게 낮아져 하방 압력이 제한적이지만, 부정적 요인을 고려하면 상승 여력 또한 크지 않다. 다음 달 중순 발표될 9월 실물지표가 증시 방향성을 결정지을 가장 중요한 이벤트가 될 것이다. 중국 실물지표가 2개월 연속 시장 예상치를 웃돌면서 분위기 반전에 나설 수 있을지 주목된다.

#중국 증시#핵심 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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