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더쿠’는 한 가지 분야에 몰입해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 가는 ‘덕후’들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자신이 가장 깊게 빠진 영역에서 나만의 브랜드를 만들어 내고, 커뮤니티를 형성해 자신과 비슷한 덕후들을 모으고, 돈 이상의 가치를 찾아 헤매는 이들의 이야기에 많은 관심 부탁합니다.
스포츠 덕질의 진가가 발휘되는 곳은 뭐니 뭐니 해도 경기장. 듣기만 해도 가슴이 웅장해지는 응원가를 옆 사람과 따라 부르고 퇴근길에 좋아하는 선수와 사진을 찍고 사인을 받기도 한다. 시즌별 한정판 굿즈 구입도 필수.
경기 시즌이 되면 한 경기라도 더 보기 위해 목숨을 거는 이들. 이들의 축구, 야구, 농구, 배구 덕질 문화를 낱낱이 파헤쳐 봤다. 경기 룰을 몰라도, 어디서 어떻게 경기를 봐야 할지 몰라도 기죽지 말자. ‘오프사이드’도 모르는 ‘축알못’이지만 월드컵 시즌이면 가슴이 뛰는 당신! 아는 농구라곤 ‘슬램덩크’가 전부지만 스릴 넘치는 경기를 직관해 보고 싶은 당신을 위해 준비했다.
찐 덕후들이 말아주는 응원 문화부터 스포츠 관람 꿀팁까지. 입문자 다 드루와... 스포츠 응원 문화 소개 지금부터 시작한다.
잘 봐, 이게 우리네 응원 문화다!
야구
야구의 ‘야’ 자도 모르는 머글들의 어깨도 들썩이게 한다는 야구장의 꽃 ‘응원가’. 신나는 응원가를 함께 부르다 보면 어느새 골수 야빠가 되는 것은 당연지사요, 흔한 입덕 코스다. 솔직히 야구만큼 응원 문화가 더 신나는 곳이 있을까? 팀 응원가는 물론이고, 경기 시작 전 라인업 송과 선수 개개인의 응원가도 존재한다. 팀이 점수를 내거나 역전을 하게 되면 응원가를 부르며 결속력을 다지고, 감동과 환희를 함께 느끼기도 한다.
현장에서 같이 부르고 들으며 느끼는 그 짜릿한 전율은 이루 표현할 수 없을 터. 어떤 구단이든 응원가를 목청껏 따라 부르다 보면 옆자리에 앉은 모르는 사람과도 금방 친해질 수 있다.
부산을 연고로 한 롯데 자이언츠의 경우, 롯데 하면 떠오르는 견제 응원 구호가 있다. 상대 팀 견제 시 롯데 팬들이 일제히 “마!”라고 외치는데, 이를 들으면 강심장의 투수도 약간의 흔들림이 포착되기도 한다.
광주를 연고로 한 기아 타이거즈의 경우, 기아 팬들의 열정적인 응원이 엄청난 장관을 펼쳐낸다. 이로 인해 탄생한 명곡이 바로 ‘소크라테스 응원가’. 웅장한 트럼펫 사운드와 함께 관중들은 머리 위로 삼각형을 그리고 응원가를 부른다. 심지어 상대 팀을 응원하는 타 팀 팬들도 반대쪽에서 삼각형을 그리곤 한다.
잠실을 연고로 한 두 팀 중 두산 베어스의 경우, 남녀를 구별해서 응원가를 만드는데 대표적으로 양의지 응원가가 있다. 여성 팬들이 “두산의 안방마님 양의지~”라고 응원가를 부르면 남성 팬들이 “양의지!”라고 이름을 연호하는 식. 그리고 경기가 절정에 다다르면 두산은 앰프를 사용하는 대신, 호루라기와 관중들의 목청만으로 응원한다. 정적의 순간과 관중들이 입을 모아 소리치는 그 순간의 조화는 경이롭기도 하고, 그 기세에 압도되기도 한다.
대구를 연고로 한 삼성 라이온즈의 경우, 김상헌 응원단장이 이끄는 허니크루가 직접 음원을 정성 들여 만들어 선수 한 명 한 명에게 응원가를 주고 열정적으로 응원을 진행한다. 대구 팬들의 열정적인 응원이 더해져서 엄청난 함성을 만들어 낸다고.
대전을 연고로 한 한화 이글스도 빼놓을 수 없다. 계속된 패배에 해탈의 경지에 올라버린 한화 팬들의 심경을 대변하기 위해 부처 탈을 쓰고 온 사람들도 있고, 어린아이들도 인생 2회차를 사는 어른처럼 리액션하게 만들기도 한다. 한화의 응원을 들어보면 ‘와… 진심으로 야구라는 스포츠를 즐기고 있구나.’라고 생각이 들 정도다. “나는 행복합니다. 이글스라 행복합니다.”라는 구절만 들어도 한화 이글스 팬들의 열정을 잘 알 수 있다.
축구
축구는 야구만큼 선수별로 응원가는 없지만 골을 넣은 선수에게 응원가를 불러주는 편이다. 대표적으로 리버풀 FC의 ‘You will never walk alone’ 같은 유명한 응원가가 있다.
다른 종목도 마찬가지겠지만 축구는 응원복 문화가 잘 되어있다. 때문에 좋아하는 구단 혹은 선수 유니폼을 입고 응원을 하는 팬들이 많다. 유니폼이 이쁘다 보니 컬렉터가 많고 응원할 때뿐만 아니라 일상복으로 많이 입기도 한다. 찐 마니아들은 옷이 상할까 봐 관상용으로 구매하기도 한다.
축구 유니폼은 크게 지급용, 어센틱, 레플리카 총 3가지로 구분된다. 첫 번째로, 지급용은 선수들에게 지급되는 유니폼으로 매치 원(Match Worn), 매치 이슈드(Match Issued), 플레이어 이슈(Player Issue)가 있다.
매치 원은 선수들이 경기에 실착한 유니폼으로 선수들의 땀과 경기 중 생긴 얼룩 등이 묻어있다. 매치 이슈드는 선수들에게 경기용으로 지급되는 2개의 유니폼 중 선수가 실착을 하지 않고 라커룸에 보관해 둔 예비 제품이다. 플레이어 이슈는 위 2개와 동일한 제품이나 시중에서 판매하는 유니폼이다. 선수들이 실제로 경기에 착용한 유니폼이 아니기 때문에 디테일이 다를 수 있다.
두 번째, 어센틱은 선수들이 실제 착용하는 지급용과 비슷하나 디테일적으로 차이가 있는 판매용 유니폼이다. 마지막으로 레플리카는 팬들의 응원용 유니폼으로 선수들이 착용하는 지급용이나 어센틱과 핏, 재질이 다르다. 어센틱과 레플리카는 판매용이기 때문에 구매할 수 있지만 지급용 유니폼은 판매용이 아니기 때문에 구하기가 어렵다.
농구
매 시즌마다 홈 구장에서 열리는 경기를 10번 중 8번은 보러 간다는 열혈 팬 정 모씨(25)에 따르면 농구는 다른 프로리그 스포츠에 비해서 응원 문화가 크게 발달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공격 시간이 24초에 불과해서 노래를 부르고 흥겹게 응원할 시간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이다.
하지만 농구 팬들만이 즐기는 응원 문화는 분명히 있다. 대표적으로는 홈 구장에서 경기할 때, 상대 팀이 공격하면 홈 구단 팬들이 ‘디-펜(Defense)’이라고 외치는 것이다. 수비를 잘 하라는 뜻인데 KBL뿐만 아니라 NBA에서도 관중들이 목이 터져라 외치는 말이다.
또한 공격 시간이 짧기는 하지만 선수마다 응원가도 있기는 하다. 선수가 슛을 넣으면 그 선수의 응원가가 나오는데 종목 특성상 속도감 있고 바운시한 노래들이 나와서 흥을 돋운다.
배구
배구 역시 야구나 축구에 비해서는 응원 문화가 상대적으로 약한 편이다. 하지만 배덕(배구 덕후)들은 배구야말로 ‘직관’의 참맛을 느낄 수 있는 스포츠라고 확신한다. 우선, 실내 경기인만큼 감독과 선수들이 전략을 짜며 나누는 대화를 모두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치 경기를 같이 뛰는 듯한 생동감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또, 경기장에 가면 운좋게 ‘사인볼’을 획득 할 수 있다는 점도 큰 장점으로 꼽힌다. 배구는 매 경기마다 선수들이 입장하면서 관중석에 사인볼을 나눠주는데, 사인볼에는 팀 내 모든 선수의 사인이 적혀 있다. 당연히 모든 관중에게 주는 것은 아니고 응원을 열심히 하거나 운 좋게 눈이 마주친 관중에게 나눠준다. 시즌마다 구단별 공의 디자인이 달라지는데 이를 모으는 재미도 쏠쏠한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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