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 ‘재건축 최대어’ 잠실주공 5단지를 최고 70층으로 재건축하는 정비계획안이 무산 위기를 딛고 결국 ‘조합원 3분의 2 이상’ 동의 요건을 충족했다. 올해 입주 45년 차인 5단지가 서울시 신속통합기획 자문방식으로 재정비할 길이 열릴지 주목된다.
잠실5단지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은 26일 조합원 3분의 2 이상의 동의서 징구를 완료해 송파구청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시정비법) 제14조에 따르면 토지 등 소유자(조합원) 3분의 2 이상의 동의로 정비계획의 변경을 요청하는 경우 입안권자에게 정비계획 입안을 제안할 수 있다.
앞서 조합은 지난 23일 정기 총회를 열고 정비계획변경안을 승인하려 했지만, 전체 조합원 4048명 중 찬성 표가 2669표에 그쳐 부결됐다. 안건을 승인하려면 2699명이 찬성해야 하는데, 30표가 부족했던 것이다.
다만 당시 총회에선 조합원 1718명이 참석했을 만큼 재건축에 대한 뜨거운 열기가 확인됐다. 이미 2667명이 사전서면결의서를 제출했음에도 총회가 열린 대강당은 앉을 의자가 없어 마당까지 모인 조합원들로 붐볐다.
조합 관계자는 “총회 당시 찬성표가 30표 부족했지만 반대 표는 46표(서면 32, 현장 14)에 그쳤고 현장에서 조합원들의 재건축 의지를 확인한 만큼 승인을 확신하고 추가 동의서를 징구했다”고 전했다.
총회 사흘 만이지만 부결 소식에 추가 동의서도 필요한 30표를 훌쩍 넘었다고도 이 관계자는 부연했다.
잠실5단지는 한강 변을 낀 지역 최고 입지로 시장의 관심을 받지만 재건축은 2013년 조합설립인가 이래 답보 상태다. 지난 2017년 당시 2030 서울플랜에 따른 최고 50층 정비계획안을 서울시에 제출해 5년 만인 지난해 정비계획 결정 고시를 받자, 이를 강행할지 고민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변수는 작년 3월 취임한 오세훈 시장이 이른바 ‘35층룰’로 불려온 한강 변 층수 규제 등을 대폭 완화한 2040 서울플랜을 발표한 것이다. 한강변 스카이라인을 정비하는 그레이트 한강 정책에 따라 준주거지역 용적률을 400%까지 확보할 길이 열리자, 고심 끝에 용적률 혜택이 있고 빠른 사업이 예상되는 서울시 신통기획 자문방식 선회를 추진한 것이다.
이미 서울시 자문위원회의 최초 자문이 지난 12일 이뤄졌으며, 조만간 2차 자문을 진행할 예정이다.
정비계획 변경안에 따르면 층수를 높이는 대신 건폐율은 줄어 기존 15층 30개동 3930가구에서 최고 70층 28개동 6303가구로 거듭나게 된다. 기존 재건축 속도를 더디게 했던 신천초등학교 용지 이전도 하지 않고 원래 위치를 유지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현재로선 재건축을 반대하는 비대위연합이 이달 4일 송파구청에 ‘신통기획 자문방식 철회 동의서’를 제출한 점은 아직 변수로 남는다. 철회에 참여한 주민은 410명으로 전해졌는데, 전체 조합원의 10% 반대 의견으로 신통기획 신청을 철회할 수 있어서다.
지난 주말 총회장 입구에서도 비대위 관계자들은 “공공재건축을 진행하면 ‘닭장 임대아파트’가 된다. 민간재건축으로 제대로 된 사업을 원한다”면서 조합원들의 반대 참여를 독려, 이 과정에서 찬성 측 조합원들과 충돌하는 소동을 빚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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