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미래차, 바이오 등 첨단산업의 글로벌 공급망을 선점하고 수요처를 확보하기 위해 우리 기업들이 국제기술협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 주최로 22일 서울 강남구 조선팰리스에서 열린 ‘산업기술 국제협력 활성화를 위한 전문가 간담회’ 참석자들은 규모를 키우려는 스타트업일수록 국제협력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차세대 반도체 소재를 개발하는 아이브이웍스의 노영균 대표는 “10년 전 질화갈륨이라는 차별화된 소재 개발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국내에는 관련 연구자들이 별로 없어서 기술을 검증하고 평가해 줄 고객사를 해외에서 찾아야 했다”며 “첨단 기술을 선도하는 회사, 권위 있는 연구자들과의 접점을 만드는 데 국제협력이 필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제공동기술개발을 통해 독일 BMW 공장에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를 납품하는 서울로보틱스의 이한빈 대표도 “정부 지원이 없었다면 BMW 같은 굴지의 해외 파트너와 협력을 이끌어내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적극적인 국제협력 도전이 성장의 원동력이었음을 강조했다.
산업통상자원부 국제공동R&D의 경우 기본적으로 정부 간 합의에 기반해 추진된다. 해외 파트너는 신뢰를 바탕으로 사업에 임하며, 현지 에서 마케팅·홍보 활동을 펼치거나 규제 당국의 까다로운 인증과 허가를 얻는 데에도 ‘정부 보증 사업’이라는 꼬리표는 든든한 지원군이 돼 준다.
인공지능(AI) 기반 의료기기 개발기업인 아이도트 임윤재 본부장은 “정부가 지원하고 현지에 협력 파트너가 있는 기업이라는 이미지가 해외 규제 당국과 협의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이점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임 본부장은 국제협력이 매끄럽게 이루어질 수 있게 전문기관이 적극적으로 역할해 줄 것을 주문했다.
이한빈 대표는 “스타트업 입장에선 안정적 수요처를 확보하기까지 발생하는 매몰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며 “기술력이 좋아도 정작 수요처와 연계되지 못해 빛을 못 보는 기업이 많은데, 수요연계형 방식의 국제공동R&D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대폭 늘어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김태곤 한양대 ERICA 캠퍼스 스마트융합공학부 교수는 해외 반도체 연구소에 파견돼 연구했던 인재가 국내 중소기업에 취업한 뒤 해당 연구소 주재원으로 간 사례를 소개하면서 해외 연구 현장을 경험한 인재들이 국내 산업에 기여하는 선순환 구조를 활발하게 하자고 제안했다. 김 교수는 “국제협력이 더 매력적으로 보이려면 기술 교류 못지않게 인력 교류가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 재외한인공학자 네트워크(K-TAG)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을 주문했다.
민병주 KIAT 원장은 “지난 1년간 외국을 다니면서 우리나라와의 기술협력을 우호적으로 고려하는 분위기를 많이 느꼈다”며 “KIAT가 10여 년간 쌓아 온 신뢰 기반 네트워크와 두터운 전문성을 바탕으로 앞으로 국제기술협력 사업을 더욱 체계화하고 전략적으로 주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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