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서 빠져라” 사후조치서 배제
현장 관리자, LH에 보고도 안해
국토부 감찰… “공공주택 일제 점검”
벽식 구조 아파트 중 처음으로 아파트 외벽 철근이 빠진 채로 공사되고 있는 게 확인된 인천 검단 아파트의 감리단장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 요구로 사실상 교체된 것으로 확인됐다. LH는 철근 누락 사실을 발견해서 LH에 알리고 아파트를 다시 지어야 한다고 했던 당사자에게 “현장에서 빠지라”고 하며 향후 조치 과정에서 오히려 배제한 것이다. 특히 LH 본사는 현장에서 이 같은 일이 벌어졌다는 사실을 최근까지도 몰랐던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교통부는 LH가 해당 사안을 처리한 과정에 대해 감찰에 나서고, 현재 짓고 있는 공공주택 일제 점검에 나서기로 했다.
26일 국토부와 LH에 따르면 해당 아파트 외벽 철근 누락 사실은 감리업체 소속 감리단장 A 씨가 LH에 올해 6월 보강 공사를 요구하면서 처음 알려졌다. 이 단지는 설계 단계에서 구조설계업체가 벽체 내부에 들어갈 철근의 배치 간격을 잘못 설정해 13개 동 중 4개 동에서 철근이 최대 50%까지 누락됐다.
보강 공사 방법을 정하는 과정도 매끄럽지 못했다. LH는 감리 및 설계업체, 시공사 등과의 대책회의와 전문가 자문을 거쳐 보강 방안을 마련했다. 이 과정에서 철근 누락을 처음 발견한 감리단장 A 씨는 철근이 누락된 벽체를 해체하고 처음부터 다시 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는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기존 벽체에 철근이 들어간 콘크리트를 덧대는 ‘증타 보강’ 방식이 채택돼 이달 11일부터 공사가 시작됐다. A 씨는 자신이 속한 감리회사 인사위원회에 회부됐고, 현장엔 다른 인력이 투입됐다. A 씨는 현장에서 빠지라는 LH 측 요구를 거부해서 벌어진 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해당 감리업체 관계자는 “현장에서 감리단장과 LH 사이 보강 공사 방법 갈등이 있어 LH 쪽에서 감리단장을 교체했다고 보고받았다”며 “인사위원회는 다른 문제로 개최됐고 절차가 진행 중”이라고 했다.
특히 LH의 현장 관리자는 철근 누락을 지역 본부나 본사에 보고하지 않았고, 입주 예정자들에게도 알리지 않았다. 인천지역본부장은 물론이고 본사 담당 본부장도 최근 언론사 취재가 시작되기까지 철근 누락 사실부터 보강공사 관련 갈등, 감리단장 교체 사실 등을 모르고 있었다. LH는 “교체를 압박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사실 관계 확인을 위해) 국토부 감사도 곧 시작될 것”이라고 했다.
또 이번에 철근 누락이 발견된 단지의 구조설계를 맡은 업체와 감리업체 모두 올해 4월 지하 주차장 붕괴사고가 발생한 GS건설 공사에 참여한 업체로 확인됐다.
이날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정부서울청사에서 LH 외벽 철근 누락 관련 긴급 회의를 열고 “(LH가 이런 식이라면 장관이나 대통령이 LH를 직접 지휘하더라도 안 된다”며 “설계 점검 및 감리 과정에서 LH가 이기적으로 대처하는 것이 만성화돼 있지는 않은지 등을 보고해 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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