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아도 남는 게 없습니다”…철근시장에 무슨 일이?

  • 뉴시스
  • 입력 2023년 9월 27일 10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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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과잉에 日·中 저가 철근 유입까지
철근 뿐 아니라 강재·후판으로 확대 가능성

국내 철근 시장의 공급 과잉이 뚜렷해지는 가운데 중국·일본산 수입 철근까지 급증하며 시장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최대 철근 생산업체인 현대제철과 동국제강이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이들 업체는 전기료 인상으로 원가 부담이 늘어난 상황에서 철근 판매까지 주춤하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韓 생산 증가에 日·中 저가 철근 유입…가격 하락


27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철근 생산 능력은 2021년 1140만톤에서 지난해 1210만톤으로 증가했다. 올해는 지난달 포스코의 철근시장 진입에 따라 1280만톤 이상 생산할 전망이다.

반면 수요는 ▲2021년 11124만톤 ▲2022년 1030만톤 ▲2023년 970만톤으로 감소세다. 철근 수요 감소는 건설 경기 침체와 주택 착공 감소에 따른 영향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코일 철근 시장의 수요와 공급 불균형은 더 심각하다. 국내 코일 철근 생산능력은 22022년 100만톤, 2023년 170만톤(추정)인 반면 수요는 2022년 50만톤, 2023년 45만톤으로 공급대비 절반에 그친다.

국내 기업들의 생산 능력 대비 수요가 이 같은 불균형을 보이는 가운데 철근 수입 물량은 올해 4월 3만8958톤에서 5월 3만6873톤, 6월 4만5636톤, 7월 4만7690톤 등 지속적인 증가세다.

중국산 철근의 경우 지난 4월 2만2183톤이 수입됐지만 6월에는 2만8300톤으로 늘었다. 일본산도 엔저 현상으로 중국산 철근보다 가격이 더 낮아진 7월 2만8721톤 수입량을 보였다. 이는 전달 대비 수입량이 1만1413톤 급등한 것이다.

공급 과잉은 철근 가격까 낮추고 있다. 올해 1월 1톤당 97만9000원에 판매되던 철근 가격은 8월 87만5000원 수준까지 떨어졌다. 2021년 5월 107만3000원을 이후 줄곧 100만원 선에서 거래된 철근 가격이 올 들어 무너진 셈이다.



◆전기료 인상 등 원가부담 가중으로 어려움 가중

기업들은 철근을 팔아도 남는 게 없다고 토로한다.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는 전기요금이 일단 비용 증가의 주 원인이다. 산업용 전기료는 지난해 2분기부터 올 2분기까지 5번에 걸쳐 올랐다. 인상액은 킬로와트시(㎾h)당 40.4원으로 인상률은 40%에 달한다. 2021년 대비로는 50% 가격이 올랐다.

지난 2021년 2분기 이후 한전 영업적자가 늘어난 만큼 올 하반기나 늦어도 내년 상반기에 전기료 인상 수순을 밟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특히 전기료 추가 인상은 기업들의 원가부담을 더 가중시키는 원인이다.

올 하반기 전망도 암울한 편이다. 엔저 현상을 등에 업은 일본 철강업계의 물량 공세가 더 심화될 수 있고, 중국도 이에 대응하기 위해 가격을 낮춘 철근을 앞세워 국내 시장을 잠식할 수 있다는 진단이다.

현재 철근 시장만 공급 과잉 현상이 나타나고 있지만 일본과 중국의 저가 공세가 조선용 후판, 차량용 강판 등 철강 시장 전체로 확대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업계에선 일본 철강사들이 자국 시장보다 저렴한 가격에 한국에서 철강재를 판매하는 것에 대해 반덤핑 제소 같은 정부 차원의 조치가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업계 관계자는 “2021년 철근 대란이 발생한 후 톤당 100만원 이상 거래됐던 철근 가격이 중국·일본산의 국내 유입 증가로 하락세로 돌아섰다”며 “시장 질서를 무너뜨리는 외국산 덤핑 철근에 대해 민관이 힘을 모아야 한다”고 전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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