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EU 시정조치안 제출로 남은 해외 기업결합심사 박차 가한다

  • 동아경제
  • 입력 2023년 9월 27일 11시 47분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의 인수·통합을 위한 선결 조건인 해외기업결합 승인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남아있는 EU, 미국, 일본 경쟁 당국의 승인을 위해 마지막 발걸음을 내디디는 것이다. EU 경쟁 당국에 최종 시정조치안을 내는 것을 시작으로 막바지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늦어도 10월 말까지는 EU 집행위원회(EC)에 시정조치안을 확정해 제출한다는 계획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EU 경쟁 당국과 현재 경쟁 제한성 완화를 위한 시정조치안을 면밀히 협의하고 있으며, 늦어도 10월 말까지는 시정조치안을 확정해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한항공이 10월 말까지 시정조치를 확정해 제출하면, EU 집행위원회가 홈페이지를 통해 제출 사실을 공지하게 된다. 최종 시정조치에 대한 심사 기한을 거쳐 마지막 결과를 공지하는 시점도 함께 안내될 공산이 크다. 올해 안으로 결론 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인수·통합을 위해 2021년 1월 14일 이후 총 14개 경쟁 당국에 기업결합을 신고했다. 그중 11개국은 결합을 승인하거나 심사·신고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심사를 종료했다. 하지만 현재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해외기업결합심사는 올해 3월 영국 경쟁 당국의 승인 이후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특히 EU와 미국 경쟁 당국의 깐깐한 요구를 맞추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상황에도 ‘대한민국 항공산업의 생존과 재편’이라는 큰 목적을 갖고 이번 거래를 주도적으로 진행하는 대한항공의 의지는 확고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시장에서는 EU 경쟁 당국에서 요구하는 수준을 맞추기 위해 아시아나항공의 화물사업 부문을 매각하고, 4개 유럽 노선의 슬롯을 반납할 수도 있다는 안도 나오고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현재 협의 중인 시정조치안 세부 내용은 경쟁 당국의 지침상 밝히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사실상 시너지가 약화하고 국부가 유출될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기업결합이 불발되고 3자 매각도 실패하면, 자생력을 갖추지 못한 아시아나항공은 공중분해 될 가능성이 크다.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한 글로벌 네트워크가 쪼개지면, 대한민국 항공산업의 전반적인 파이가 줄어들고 경쟁력도 잃는다는 의미다. 이러한 점 때문에 국내 항공업계에서는 어떻게든 통합을 관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일부 국내 저비용항공사와 다수의 사모펀드에서도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 인수에 관심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여객 노선의 경우에도 대한항공도 국내 저비용 항공사를 대상으로 신규진입항공사를 물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국부 유출의 우려도 적다.

만약 EU 경쟁 당국의 관문을 넘게 되면,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작업은 한층 더 순항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경쟁 당국 또한 EU와 유사한 수준의 요구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양국 간 항공사들이 활발히 노선을 운항 중인 일본의 벽을 넘는 것도 어렵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대한민국의 항공산업은 날이 갈수록 국제 경쟁력을 잃고 있다. 다른 글로벌 항공사들이 넓은 내수 시장이 있어 자생력을 충분히 갖추고 있지만, 대한민국 항공사의 경우 국내선 매출비중이 10%에도 미치지 못한다.

몸집 키우기를 통해 경쟁력을 키우는 글로벌 항공사를 상대하기 위해서는 대한민국 항공산업도 규모의 경제를 이뤄내야 할 필요가 있다.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도 이러한 당위성을 인식한 정부와 산업은행의 주도로 진행됐다.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도 절실하다. 자국 이기주의 기조 속에서 기업이 혼자 각국 경쟁 당국의 벽을 넘기는 쉽지 않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대한민국 항공산업의 생존 여부는 결국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이 이뤄지느냐 아니냐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이를 위해 남아있는 EU와 미국, 일본 경쟁 당국의 요구를 충분히 반영해 받아들일 수밖에 없지만, 정부에서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서 지원해야 할 필요성도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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