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원희룡 장관, 농어촌주택 1가구 1주택 제외 제시
2: 국토 균형 발전 위한 ‘4도 3촌’ 생활환경 조성
3: 국토연구원은 다주택자 기준 완화 필요 제안
4: 천덕꾸러기 중소도시 빈집 가치 높아질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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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도(都)3촌(村)’이 가능하게 농산어촌 주택은 1가구 1주택에서 제외하자.”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2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초청 토론회’(이하 ‘토론회’)에서 한 발언이 큰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원 장관은 “국토의 균형적인 발전을 위해 국토 이용 방식에 근본적인 대전환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여기에서 '4도 3촌'은 원 장관이 만든 표현으로 "(일주일 가운데) 4일은 수도권이나 대도시 등에서, 나머지 3일은 농산어촌 지역에서 지내는 생활"을 의미합니다.
원 장관의 발언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4일 부산에서 개최됐던 ‘지방시대 선포식’에서 “대한민국은 산업화 민주화를 이뤄냈고, 이제는 지방시대를 통해 더욱 도약해야 한다”며 내놓은 여러 대책과 궤를 같이합니다.
국토부의 싱크탱크인 국토연구원이 이달 초 다주택자 기준을 완화해야 한다는 보고서(‘국토이슈리포트-다주택자 규제정책의 전환 필요성과 과제’)를 내놓은 점도 원 장관의 발언을 주목하게 만듭니다. 보고서의 핵심은 “다주택자 기준을 2주택에서 3주택으로 높이고, 특별시나 광역시, 특례시, 인구 50만 명 이상 대도시를 제외한 지역의 주택은 다주택 기준에서 제외하자는 것”입니다.
정부는 이미 농·어촌 및 지방 중소도시에 위치한 공시가격 3억 원 이하 주택을 매입했거나 상속받아서 다주택자가 된 경우, 1주택자 수준의 종부세를 매기고 있습니다. 즉 공시가격만 과세표준에 합산하고 주택 수는 제외해 주는 식입니다. 국토연구원의 제안은 이보다 한발 더 나아가 일정 조건을 갖춘 주택에 대해선 아예 1주택 산정에서 제외하자는 것입니다.
이러한 일련의 움직임을 고려할 때 비수도권 중소도시 부동산의 가치에 큰 변화가 예상됩니다. 특히 저출산 고령화에 인구유출까지 겪으면서 최근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빈집’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장기간 방치되고 있는 빈집은 대부분 현지에서 천덕꾸러기, 또는 처치 곤란한 골칫거리로 치부되기 일쑤입니다. 마을 미관을 해칠뿐더러, 안전사고 위험이 크기 때문입니다. 범죄에 악용되거나 주변 지역의 정주 환경을 악화시키고, 사회적 평판을 떨어뜨리는 일도 다반사입니다. 빈집이 한 번 생기면 주변에 빈집이 늘어나는 ‘전염 효과’도 무시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원 장관의 발언이 현실화한다면 빈집의 가치는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미 정부는 비수도권 지역의 빈집 활용에 적극적입니다. 2021년에 관련 법(‘빈집 및 소규모 주택 정비에 관한 특례법’·이하 ‘소규모 주택 정비법’)을 개정해 관할지역 시장·군수에게 정기적인 관리의무를 부여했고, 빈집 활용에 대한 시민공모도 정기적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올해 6월에는 여러 부처마다 제각각으로 실행하던 빈집 관련 실태조사를 통합했습니다.
임시휴일과 개천절을 더한 연휴 기간이 그 어느 때보다 긴 이번 추석에 비수도권 지역 중소도시에 위치한 고향을 방문하셨다면 마을 빈집을 꼼꼼히 둘러보실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원 장관의 발언 내용과 국토연구원 보고서,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빈집 활용 방안 등을 정리해보겠습니다.
● “농산어촌 주택을 대도시권 거주자 별장으로 쓰자”
원 장관은 21일 열린 토론회에서 모두발언을 통해 “(제주도지사로) 지방자치 행정도 해보고 국토교통부 장관 업무도 해본 입장에서 국토 재배치 수준의 국토 이용의 대전환이 불가피한 시점이 오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현재 정부가 활용하는 국토 이용의 큰 틀은 박정희 대통령 때 만들어졌고, 큰 성과를 냈지만 50년이 지나면서 과도한 수도권 집중과 소멸 위기에 처한 지방이라는 문제에 부닥치고 있다는 것입니다.
원 장관은 과도한 수도권 집중은 집값 급등과 같은 문제를 낳고, 이로 인해 결혼 포기, 출산 포기, 사회생활 포기 국가 성장 제한으로 이어진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지방은 효율적인 자원 배분도 어려운 상태에서 나눠갖기식 자원 배분과 경쟁적인 서로 베끼기식 지방개발로 인해 모두가 특별해지지 못하는 상황이 몇십 년째 반복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원 장관은 “이런 결과로 인구소멸과 인구 고령화, 초저출산이라는 한국적 현상으로 나타났다”며 “수도권과 지방의 첨단화를 이뤄내기 위해선 국토의 재배치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국토 재배치 방안으로 ▲국토 이용 방식의 대전환과 ▲농산어촌 주택에 대한 ‘1가구 1주택’ 해제 ▲산업단지 재배치 등을 제시했습니다.
토지 이용 방식의 대전환은 경직적이고, 부처 할거주의로 운영되고 있는 토지 이용 방식의 수정을 의미합니다. 국토부가 국토 이용에 관한 권한을 갖고 있지만 농지나 산지, 해양, 국립공원 등으로 지정된 곳은 손을 댈 수 없는 현행 방식을 바꾸자는 겁니다.
산업단지 재배치는 수도권 지역에 집중되고 있는 기업과 산업시설의 지방 분산과 함께 울산 창원 광주 등 지방지역 산업단지의 적극적인 활성화 지원 등이 핵심입니다.
가장 눈길을 끄는 농산어촌에 대한 1가구 1주택 해제는 ‘4도 3촌의 생활이 가능한 환경 조성을 염두에 둔 표현으로 해석됩니다. 수도권이나 비수도권 대도시 거주자가 농산어촌 지역의 집을 갖도록 장려해 4일은 도시에서, 3일은 농산어촌에서 생활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주자는 게 핵심입니다.
원 장관은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에서는 자기 연봉의 15배를 바쳐야 내 집 마련이 가능하지만 지방에서는 절반 수준으로 내 집 마련도 가능하다”며 “이게 된다면 농산어촌으로 묶여 있는 지방 국토를 넓게 쓸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수도권은 수도권, 농촌이면 영원히 시골이 되는 상황도 타개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원 장관은 또 토론 과정에서 나온 질문에 답변하면서 “수도권 또는 대도시 거주자들이 지방에서 주택들을 구입해 별장이 됐든, 재택근무 공간이 됐든, 회원제 주거, 관광공간이 됐던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며 농산어촌 주택에 대한 1가구 1주택 해제 조치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습니다.
● “다주택자 기준 2주택에서 3주택으로 완화하자”
원 장관의 주장이 실현되기 위해선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 완화가 선행돼야 합니다. 국토연구원이 이달 7일 발표한 보고서(’국토이슈리포트-다주택자 규제정책의 전환 필요성과 과제’)가 주목받은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보고서의 핵심은 다주택자를 규정하는 기준을 완화하자는 것입니다. 2주택자부터 다주택자로 보는 현행 기준이 세제 형평성을 훼손할 뿐 아니라 ‘똘똘한 한 채’가 있는 인기지역에 주택 수요를 집중시켜 지역 소멸 부작용을 초래하는 만큼, 인구 및 자가점유율, 지역 쇠퇴 상황 등을 감안해 통상적 다주택자 기준을 단계적으로 확대하자는 것입니다.
단계적 확대 방안은 3단계로 나뉘어 추진됩니다. 우선 1단계에서는 주택 수를 2채 이상에서 3채 이상으로 높이고, 이를 비수도권 지역 중 인구가 10만 명 미만이고 자가점유율이 상위 30%에 들어오는 지역, 1000명당 주택 수가 많은 강원·충청·전라·경상 지역부터 적용합니다.
2단계에서는 주택 수 상향 적용 지역을 비수도권 인구 20만 명 미만 중소도시(103개 시군) 가운데 자가점유율 상위 40% 이상인 지역으로 확대합니다. 이런 기준을 초과하는 대도시 지역은 가격 기준으로 다주택자를 판단합니다.
즉 대도시라면 기준가액을 초과한 경우 다주택자로, 기타 지역은 주택가액 합산 또는 소유 주택 건수 중 선택 적용할 수 있도록 하는 식입니다. 대도시 고가 주택 1채를 소유한 사람과 지방에 2채를 소유한 사람이 받는 규제가 동일한 것이 오히려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을 반영한 조치입니다.
마지막 3단계에서는 주택 수 기준을 특별시 광역시 특례시 인구 40만 명 이상 대도시를 제외한 전국으로 확대합니다. 기타 지역의 인구 50만 명 이상 대도시 지역이라면 가격 기준을 적용합니다.
다만 이런 다주택자 기준 확대가 전·월세 시장 안정에 기여할 수 있도록 2주택자의 경우 거주 주택 이외의 주택은 임대주택으로 8년 이상 활용하거나 본인이 이용한다면 연간 90일 이상은 거주해야만 하는 단서를 달도록 했습니다. 또 다주택자 기준을 바꾸기 위해 사전에 국민적 합의를 도출하기 위한 절차를 거치고, 정교하게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다행스러운 것은 설문조사 결과 국민 절반 가까이는 다주택자 기준의 재설계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점입니다. 또 다주택자 기준도 현행보다 높아도 수용할 가능성이 높았습니다. ‘다주택자 기준’에 대해 가장 많은 응답자의 48.3%가 ‘주택 3채를 보유한 가구’라고 대답했습니다. ‘2주택자’(44.2%)보다 4.1%포인트(p) 높은 수치입니다.
이는 국토연구원이 지난해 1월 18~2월 4일까지 전국 152개 시군구에 거주하는 성인 668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화조사와 지난해 3월 7~21일까지 실시한 전문가 45명을 대상으로 한 서면조사 결과입니다.
● 전국 빈집 13만여 채…전남 경북 전북 순으로 많아
중소도시에 위치한 빈집은 이런 일련의 조치에서 최우선 수혜주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인구유출 심화 등으로 지방소멸이 가속화되면서 늘어나는 빈집 관리 문제가 발등의 불이 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빈집은 제대로 관리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아왔습니다. 통계청과 관리 책임을 진 국토부와 농식품부, 해수부 등이 제각각으로 통계를 산정해온 것이 대표적입니다. 그 결과 빈집 수치가 기준에 따라 10만여 채에서 151만여 채로 달라지면서, 고무줄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또 기초 지자체(시군구) 228곳 가운데 24%인 54개 지역에서는 관련 조례조차 없는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습니다.
이에 정부는 2021년 3월 ‘소규모 주택 정비법’을 개정해 관할지역 지자체장(시장·군수)이 5년 단위로 의무적으로 빈집에 대한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주변 환경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빈집에 대해서는 집주인에게 안전조치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으면 이행강제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또 올해 6월에는 국토부 농식품부, 해수부 등 3개 부처가 공동으로 빈집실태조사의 세부 추진 절차와 지자체의 빈집 관리 전담부서 지정 등에 대한 지침서(‘전국 빈집실태조사 통합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전국 지자체에 배포했습니다.
이에 따르면 그동안 도시와 농어촌에서 서로 달랐던 빈집 기준이 ‘1년 이상 아무도 거주 또는 사용하지 않는 주택’으로 통일됐습니다. 또 빈집의 관리상태에 대한 구분도 1~3등급으로 일원화됐습니다. 빈집 조사와 정보 관리 업무는 국토부 산하기관인 한국부동산원으로 단일화됐습니다. 6월 이후 ‘빈집정보시스템’을 구축 중인 부동산원은 앞으로 시군별 통계 등 맞춤형 정보를 제공할 예정입니다.
한편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국 빈집은 모두 13만2052채입니다. 도시지역이 4만2356채, 농촌지역이 6만6024채, 어촌지역이 2만3672채입니다. 다만 이는 도시지역과 농어촌지역을 별도 기준으로 조사한 결과입니다. 도농복합지역이나 반농반어지역 등 일부 지역이 중복 조사돼 실제보다 수치가 부풀려졌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입니다.
시도별로는 전남이 2만 8019채로 가장 많습니다. 뒤를 이어 경북(2만 1963채) 전북(1만 9104채) 경남(1만 4455채) 등도 1만 채 넘는 빈집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가장 적은 곳은 세종(647채)였습니다. 서울(2859채) 부산(4897채) 인천(2985채) 등 대도시에도 빈집은 있습니다.
빈집이 생기는 원인은 다양합니다. 농어촌이나 지방 중소도시는 지역산업의 쇠퇴에 따른 일자리 감소, 주택 소유자의 고령화, 주택 상속 등이 주원인입니다. 반면 대도시지역은 주택의 물리적 상태가 양호하고, 주택에 대한 임대수요가 있지만 소유자가 재건축·재개발 등을 기대하고 빈집으로 방치하는 경우가 적잖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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