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수출 감소폭은 1년새 최저
무역수지, 7개 분기 만에 흑자
반도체-對中수출 회복 긍정신호
“연내 수출 본격 회복은 어려울듯”
지난달 수출이 12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가며 올 3분기(7∼9월) 수출이 1년 전보다 10%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수입이 더 큰 폭으로 줄면서 무역수지는 63억 달러 넘게 흑자를 냈다. 한국 수출의 양대 축인 반도체와 대중(對中) 수출이 나아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올해 말까지 큰 폭의 수출 회복은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 9월 무역 흑자, 2년 만에 최대
2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3분기 수출액은 1570억4000만 달러(약 213조 원)로 집계됐다. 1년 전보다 9.8% 줄어든 규모로, 지난해 4분기(―10.0%) 이후 4개 분기 연속 감소세다. 수출액은 지난달에만 4.4% 감소하며 지난해 10월(―5.8%)부터 12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갔다. 월간 수출이 1년째 줄어든 건 2018년 12월∼2020년 1월 이후 처음이다.
다만 지난달 수출 감소율은 지난해 10월 이후 가장 낮았다. 반도체 수출 실적이 소폭 개선되고 대중 수출이 회복세를 보인 영향이 컸다. 올 들어 59억6700만 달러까지 쪼그라들었던 반도체 수출액은 지난달 99억4000만 달러로 지난해 10월 이후 최대였다. 1년 전과 비교하면 13.6% 줄어든 규모지만 올 들어 가장 작은 감소 폭이다. 대중 수출액도 올해 최대인 110억 달러였다. 8월에 이어 두 달 연속 100억 달러를 넘어섰다. 대중 무역수지는 1억 달러 적자로 6개월 연속으로 적자 폭이 줄었다.
3분기 수입액은 1506억5800만 달러로 전년보다 21.7% 줄었다. 수입액이 수출액보다 더 크게 감소하면서 3분기 무역수지는 63억8200만 달러 흑자였다. 분기 기준으로 무역수지가 흑자를 보인 것은 2021년 4분기 이후 처음이다. 9월 한 달 무역수지만 37억 달러 흑자로 2021년 10월 이후 가장 많았다.
● “4분기 수출, 큰 폭 회복은 어려울 것”
방문규 산업부 장관은 “우리 수출이 플러스(+) 전환의 변곡점에 위치하고 있다”며 “세계적 고금리 기조, 중국의 경기 둔화 등 여전히 녹록지 않은 대외 여건 속에서도 개선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반도체 대신 수출을 지탱해온 자동차 수출도 1년 전보다 9.5% 늘어 역대 9월 중 가장 많았다.
하지만 일각에선 글로벌 경기 영향으로 수출 침체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조상현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한국은 수출 품목의 70% 이상이 중간재인데 중간재 수출이 살아나려면 먼저 투자 수요가 발생해야 하지만 그러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의 금리 인상 추세가 이어지고 있어 투자가 살아나기까진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올해 말까지는 큰 폭의 수출 회복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수출 경기의 향후 흐름을 보여주는 지표도 오히려 뒷걸음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가 지난달 발표한 4분기(10∼12월) 수출산업경기전망지수(EBSI)는 90.2로 직전 분기보다 18.5포인트 하락했다. EBSI는 무역협회가 매 분기 시작 전 2주에 걸쳐 2000여 개 업체를 대상으로 수출 계약 상황과 수출국 경기 등을 종합 조사해 산출하는 수치다. 100을 기준으로 이보다 높으면 무역 전망이 밝고, 낮으면 어둡다는 것을 의미한다. 무역협회는 “중국을 비롯한 주요국의 경기 둔화와 유가 상승이 수요 부진과 원가 상승을 연쇄적으로 유발해 수출 여건이 악화됐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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