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 있는 대기업집단, 내부지분 올해 처음 60% 넘어

총수일가 지분은 3.6%로 감소
계열사 출자 늘려 지배력 강화

총수가 있는 대기업집단의 내부지분(동일인 및 친족, 계열사 등이 보유한 지분)이 60%를 처음 넘어섰다. 상속세 부담으로 총수 일가 지분은 줄어든 반면 계열사 출자가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3일 공정거래위원회는 올해 공시대상기업집단(자산총액 5조 원 이상)으로 지정된 기업집단의 주식 소유 현황을 분석해 발표했다. 총수가 있는 72개 기업집단의 내부지분은 지난해(59.9%)보다 1.3%포인트 늘어난 61.2%로 처음 60%대를 넘겼다. 이 중 총수 일가의 지분은 1년 전보다 0.1%포인트 줄어든 3.6%였다. 반면 계열사 지분은 1.4%포인트 늘어난 54.7%였다.

총수 일가가 적은 지분으로도 계열사 출자를 활용해 그룹 지배력을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2, 3세 승계 과정에서 상속세 등의 부담으로 총수 일가의 자금 동원력이 줄어든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들을 포함한 82개 대기업집단 전체의 내부지분은 61.7%로 지난해(60.4%)보다 1.3%포인트 늘었다.

총수 일가가 20% 이상 지분을 보유한 43개 국외 계열사 중 11개는 국내 계열사에 직간접으로 출자했다. 이 중 롯데 등은 총수 일가가 국외 계열사를 통해 국내 핵심 계열사를 지배했다. 총수 일가의 국외 계열사 지분 보유 현황과 출자 구조는 공시 의무가 부과된 지 2년이 지나지 않아 여전히 감시의 사각지대에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외 계열사나 종교, 학교, 사회복지법인 등 비영리법인을 통해 우회적으로 그룹 지배력을 강화하는 추세도 확인됐다. 46개 기업집단의 86개 비영리법인이 148개 계열사 지분을 보유한 것으로 조사됐다. 공익법인은 출연을 받더라도 증여세를 내지 않아도 돼 세금부담 없이 지배력을 유지하는 수단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