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높은 금리수준이 장기간 지속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예상치 못한 금융불안 발생 시 유동성이 적시에 충분히 공급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잘 정비해야 한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한은 별관 컨퍼런스홀에서 열린 ‘한국은행·한국금융학회 공동 정책심포지엄’에서 축사를 통해 고금리 장기화에 대해 우려하며 한은의 유동성 공급 역할에 대해 강조했다.
이번 행사는 최근 실리콘밸리 뱅크런 사태 등 미국의 중소은행 위기를 되돌아보고, 한은의 비은행금융부문의 금융중개기능 확대 등 정책 효과와 향후 계획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 총재는 올해 초 SVB(실리콘밸리은행)사태가 전 세계 중앙은행 정책 담당자에게 디지털 뱅크런 상황 하에서 금융안정 기능을 어떻게 수행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지난 7월 대출제도 개편안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7월 한은 금통위는 대출 제도 개편안을 의결했다. 한은은 시중은행이 지방채와 우량 회사채 등을 담보로 맡겨도 언제든지 유동성을 제공하기로 하고, 은행의 대출 채권도 적격 담보로 받아주기로 했다.
또한 금통위 의결만 거친다면 비은행 예금 취급 기관에 대해서도 은행처럼 유동성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번 조치로 은행과 비은행이 조달받을 수 있는 유동성 규모는 각각 90조원과 100조원 등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 총재는 “우리나라의 경우 특히 디지털 뱅킹과 소셜미 디어가 발달로 급격한 자금 이탈 가능성은 매우 큰 반면, 현행 한은의 대출제도는 주요국에 비해 적격담보증권의 범위가 좁고, 비은행예금취급기관에 대한 유동성 지원이 제약되는 등의 한계가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런 점들을 고려해 한은은 대출 적격담보증권 확대와 대출 가산금리 인하 등을 포함한 상시대출제도개편을 통해 예금취급기관의 대출 가용자원을 크게 확대함으로써 유동성 안전판 역할을 강화했다”고 평가했다.
대출 제도 개편의 후속 과제로는 도덕적 해이와 같은 부작용을 줄여야 한다는 점을 꼽기도 했다.
이 총재는 “중앙은행이 최종대부자 역할을 수행함에 있어서 유동성 문제인지 혹은 지불 능력 문제인지를 구분하기 위해서는 상시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끝으로 그는 “한은의 정책 변화가 금융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파악하는 것은 저희 앞에 놓인 숙제”라면서 “대출 적격 담보 확대가 담보시장 발전 및 담보관리 방식의 선진화와 함께 은행들에게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한 연구로까지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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