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한창일 때 부모님께 도움 받고 부족해 2금융권 대출을 받았는데 상황이 그대로라 겨우 이자만 내고 있어요. 금리가 너무 높은데 언제쯤 떨어질까요? 급해서 받은 대출이었는데 너무 힘드네요.”
서울 마포구 대흥동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최모씨(39)의 하소연이다.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사상 초유의 위기를 버티기 위해 대출을 끌어썼던 자영업자들이 고금리·고물가·경기불황 장기화로 벼랑 끝에 내몰렸다.
불어날대로 불어난 대출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처럼 자영업자들의 목을 옥죄어오는 가운데 정부도 계속해 지원책을 내놓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해 폭발시기를 늦추는 역할에 그치고 있다.
5일 한국은행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분기 기준 자영업자의 전체 금융기관 대출 잔액은 1043조2000억원으로 역대 최대 기록을 경신했다. 코로나 팬데믹 초기였던 2020년 1분기 700조원 수준이었던 자영업자 대출이 3년만에 1000조원가량 늘어난 셈이다.
같은 기간 자영업자 대출 연체액(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도 역대 최대인 7조3000억원에 달한다. 연체율은 8년9개월 만에 가장 높은 1.15%다. 한은은 대출금리가 0.25%포인트(p) 오를 경우 자영업 다중채무자의 전체 이자와 1인당 평균 연 이자는 각각 1조3000억원, 73만원 늘어난다고 추산했다.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자 자영업자들은 원금을 갚을 엄두도 내지 못한 채 비싼 이자만 내면서 버티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고, 이마저도 갚지 못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심각성을 인지한 정부도 관련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전날 정부는 대표 정책금융상품인 햇살론15의 약정서를 개정해 상환유예 기간을 기존 최대 1년에서 2년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또 11월에는 금융위원회에서 서민금융 종합 대책을 내놓을 계획이다. 계획안에는 햇살론 15, 소상공인·자영업자 채무조정프로그램(새출발기금), 최저신용자 한시 특례보증, 청년도약계좌, 청년희망적금 등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대안을 내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보니 ‘언 발에 오줌 누기’ 정도의 효과 밖에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금융기관을 압박해서 재원을 마련하는 방안도 자칫 연쇄 부실을 초래할 수 있어서 사용하기 어렵다.
정부 관계자는 “민간의 자금이 대규모로 유입돼야 자영업자들이 숨통을 틀 수 있지만 이 경우 대부분 투자형태로 기업들에게 가기 때문에 자영업자들에게 닿기는 어렵다”며 “민간 은행들 역시 리스크 헤지(위험 분산)가 필요해 금리를 계속 낮추도록 유도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정부로서도 근본적인 대책을 내놓기는 어려운 상황이지만 벼랑 끝에 몰린 자영업자들은 이같은 상황을 알고도 어쩔수 없이 추가 대책만 기다리고 있다.
인천에서 삼겹살 전문점을 운영하고 있는 송모씨(39)는 “주위 자영업하는 이들 중 대출이 수천만원 정도 없는 사람은 못봤다”며 “많은 사람은 수억원씩 있을 텐데 사실 이자를 내기도 버겁다”고 토로했다.
이어 “코로나 때 좋은 물건(재료) 받기 위해 미수 안 쌓으려고 대출을 늘렸는데 그게 패착이었다. 그런데 막상 그 돈이 없었으면 못 버텼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학원을 운영하고 있는 오모씨(38)도 “직원들 월급 안 밀리려고 받았던 대출 이자가 지금은 감당 안 될 정도로 높아졌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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