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치 자료를 요청했는데, 뜸만 잔뜩 들이더니 달랑 작년 치만 보내주더라고요. 기본적인 통계조차 없었다는 거죠.”
8일 양향자 한국의희망 의원실 관계자는 이렇게 전하며 한숨을 쉬었다. 양 의원실이 최근 산업통상자원부에 질의해 확보한 자료를 바탕으로, 본보는 6일자 1면에 ‘핵심기술 유출 7년간 47건…보호위반 제재 조치는 0건’ 제하의 기사를 보도했다. 정부는 국가핵심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기관이나 기업들이 기본적인 기술 보호 의무 사항을 잘 지키고 있는지 관리감독을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지난 15년간 단 한 차례의 행정제재가 없었다는 내용이었다.
사실 양 의원실 질의나 본보 취재에 대한 담당 부서의 답변은 오락가락했다. 기관 및 기업들을 상대로 한 지난 5년간 현장 표본조사 실시 여부에 대해 처음에는 “올해 20곳”이란 답변만 돌아왔다. 매년 현장조사를 하고 있지만 따로 정리해 두진 않았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실제 2020년과 2021년에는 현장조사가 없었던 것으로 추가 확인됐다. 지난해에도 대상 기관 및 기업 265곳 중 6곳에 대한 조사가 이뤄졌을 뿐이었다.
국가핵심기술은 해외 유출 시 국가 안보 및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주는 중요 자원이다. 갈수록 첨단 기술을 둘러싼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지며 국가핵심기술은 더 큰 유출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 중국, 미국 등 경쟁국에서 우리 기술을 빼돌리기 위해 온갖 수법을 동원하는 현실이다. 이 때문에 기업들이 철저한 방지책을 세워 유출 자체를 막는 게 가장 중요하다. 민간 기업들의 자산인데도 ‘국가핵심기술’이라고 지정해 둔 만큼 정부 역시 강력한 관리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방심하는 순간 보호막은 뚫리게 돼 있다.
그동안의 부실 행정에 대한 비판이 따갑더라도 이를 감추려기보다는 당장 현실을 정확히 파악하고 문제를 바로잡아야 한다. 인력이나 예산이 부족한지, 실효성 있는 행정제재를 위한 법령·고시 등 제도 정비가 필요한지 등을 다각도로 점검할 때라고 본다. 이미 소를 잃었지만 지금이라도 외양간을 고쳐 더 큰 손실을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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