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에 대한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기습 공격 이후 대한항공은 현지 한국인을 귀국시키기 위한 조치에 나섰다.
대한항공은 9일 오후 2시 35분 출발 예정이던 인천발 텔아비브행 항공편(KE957)을 결항 조치했다. 하지만 현지에 있는 한국인의 귀국을 위해 두바이 노선에 있던 KE958 편(218석 규모)를 텔아비브로 보냈다. KE958 편은 10일(현지 시각) 오후 1시45분 텔아비브에서 출발해 인천국제공항에 11일 오전 6시10분 도착 예정이다.
대한항공은 월, 수, 금 텔아비브행 항공기를 띄워왔다. 텔아비브에 도착한 항공기를 당일 바로 한국으로 출발시키는 시스템이다. 9일 인천발 텔아비브행 항공기 결항 조치에 이어 11일 텔아비브행 항공편도 결항을 공지 했다. 11일 텔아비브에서 인천으로 오는 항공편 운항 여부는 추후 확정할 계획이다.
이스라엘을 방문 중인 한국인 여행객 360여 명은 10일 이후 차례대로 대한항공 항공기 등을 통해 귀국길에 오를 전망이다. 이스라엘 현지에서 교민 안전 대책을 총괄하는 김진한 주 이스라엘 대사는 9일 통화에서 “현지 교민들은 (비교적 안전한) 예루살렘, 텔아비브 등에 있다”며 이같이 전했다.
570여 명으로 추정되는 이스라엘 내 교민들도 이스라엘에선 비교적 안전한 예루살렘이나 텔아비브 지역의 방공호 등에서 지내며 상황을 지켜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교전 지역인 가자지구와 가까운 아슈켈론 등에 거주한 일부 교민은 대사관 권고에 따라 비교적 안전한 지역으로 이미 대피한 상태다. 외교부에 따르면 9일 현재 이스라엘 내 한국 교민과 여행객의 피해 상황은 접수되지 않았다. 정부는 “주재국 정부와 긴밀하게 협조하고 있고, 상황 악화에 대비해 안전 확보와 대피 계획을 강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스라엘 성지순례 여행 상품을 판매하는 여행사들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여행사들은 10월 중 예정된 이스라엘 여행 상품은 주변국 여행으로 변경한다는 방침이다. 성지순례 전문 여행사 로뎀투어 관계자는 “미리 휴가를 낸 손님들이 취소 대신 대체 상품을 문의하고 있다”며 “이스라엘행 상품을 그리스, 튀르키예 등 주변국 여행으로 대체할 것”이라고 밝혔다. 환불 문의에 대해선 항공사 방침을 따른다는 입장이다. 모두투어 관계자는 “항공사에서 관련 정책에 대한 확정이 나오는 대로 환불에 대한 입장을 밝힐 예정”이라고 말했다.
현재 여행 중인 관광객들은 현지에서 귀국하는 경우를 제외하곤 모두 요르단으로 이동할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과 국경을 접한 요르단은 요단강 등 기독교 성지가 많아 성지순례 여행 상품 판매 시 이스라엘과 함께 묶이는 경우가 많다. 모두투어 관계자는 “8일 밤 모든 투어 팀이 요르단으로 이동했으며, 향후 여행 취소 여부나 요르단 여행 속행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지에 진출한 기업들은 안전을 위해 근무 형태를 바꾸는 등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스라엘 현지 직원의 안전을 위해 재택근무로 전환하고, 본사와 현지 간 비상 연락망을 가동해 상황을 수시로 점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현지 판매법인과 연구소에 한국인 직원 10여 명이 주재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현지 직원까지 포함하면 수백 명이 근무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아직 큰 피해는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전했다.
LG전자는 안전을 고려해 텔아비브 판매지점에 근무하는 한국인 직원들을 국내로 귀국시키기로 했다. 한국으로 돌아오는 인원은 LG전자 직원 및 가족까지 모두 20명 안팎으로 알려졌다. 현재 최대한 빠른 항공편을 물색하는 등 관련 절차를 밟고 있다.
이스라엘에서 기술연구소와 대리점 등을 운영하는 현대차그룹도 아직 직원 및 사업장 피해를 입지 않았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이스라엘에는 차량생산 설비나 현지 법인이 없다”며 “현지 대리점을 통해 차량을 판매하는데 아직 피해가 접수된 건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현대차와 기아차가 각각 이스라엘자동차 시장 점유율 1, 2위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계속해서 상황을 예의주시한다는 입장이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충돌 지역과 사업장이 떨어져 있어 초기 피해는 없지만, 충돌이 장기화 되거나 지역이 넓어질 수 있어 걱정이다. 충돌이 확대되면 정부가 철수 명령을 내릴 수도 있을 것 같다”며 “기업이 할 수 있는 건 하면서 정부의 지침에 협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정서영 기자 cer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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