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희망적금 수순 밟나…“적금은 사치” 청년도 외면하는 ‘청년도약계좌’

  • 뉴스1
  • 입력 2023년 10월 10일 06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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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T타워 내 청년도약계좌 비대면 상담센터에 청년도약계좌 안내 포스터가 붙어 있다. 2023.6.3/뉴스1 ⓒ News1
서울 중구 T타워 내 청년도약계좌 비대면 상담센터에 청년도약계좌 안내 포스터가 붙어 있다. 2023.6.3/뉴스1 ⓒ News1
# 30대 직장인 유모씨는 청년도약계좌 가입을 결국 포기했다. 5년짜리 적금을 들 만한 금전적, 심적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유씨는 “빠르면 1년 안에 결혼을 할 수도 있고 전세대출에 들어가는 이자도 만만치 않다”며 “청년희망적금 가입을 놓쳐서 잘됐다 싶었는데 포기하기로 했다. 현금에 여유가 없어 몇 년 전 가입했던 소득공제 펀드도 해약할 판”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가 청년층 자산형성을 위해 내놓은 ‘청년도약계좌’ 신청자가 급감하고 있다. 생애주기 상 결혼, 출산, 이사 등으로 큰돈이 들어가는 청년 특성상 금리 혜택을 받으려면 5년을 버텨야 하는 조건이 허들이 된 것으로 보인다. 고금리와 경기악화로 중도해지자가 급증했던 지난 정부의 청년희망적금 수순을 밟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위원회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청년도약계좌 신청자 수는 처음 출시됐던 지난 6월 76만1000명을 기록했다가 매월 감소하고 있다. 7월에는 44만명, 8월에는 15만8000명으로 출시 두달 만에 신청자 수가 5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이런 현실에 일각에선 중도해지자가 급증한 청년희망적금 수순을 밟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2월 출시 당시 청년희망적금 가입자는 289만5546명에 달했지만 올해 상반기까지 70만명에 달하는 가입자가 중도 해지했다.

청년희망적금을 중간에 해지하면 만기 2년을 채워야만 받을 수 있는 연 9%의 금리 혜택을 받을 수 없다.

그런데도 그간의 혜택을 포기하는 청년들이 많은 이유는 ‘가처분 소득’이 줄어든 결과로 풀이된다. 생애주기상 결혼, 출산, 거주 마련 등으로 거액의 목돈이 필요한 특성상 2~5년의 만기를 버티기란 쉽지 않다. 고금리로 ‘역머니무브’ 붐이 불었지만 청년들 사이에선 “적금은 사치”라는 자조 섞인 말이 도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청년들에게 한 달 최대 납입금이 50만, 70만원인 청년희망적금과 청년도약계좌는 ‘언감생심’이란 평가를 받는다. 고금리로 대출 이자가 크게 뛴 상황에서 청년희망적금 중도 해지가 늘자 일각에선 “부모가 대신 납입해 줄 수 있거나 소득이 안정적인 이들이나 가입하는 ‘금수저 적금’”이란 비판도 제기됐다.

정부도 이를 인지하고 청년도약계좌 출시 당시 청년희망적금의 전철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한 제도들을 마련했다. 퇴직이나 폐업, 질병치료, 생애최초 주택구입 등의 특별한 이유로 중도 해지 시에는 약속한 정부기여금과 비과세혜택을 받을 수 있게 했다. 예적금을 담보로 대출을 제공하고, 적금 계좌는 유지할 수 있게 하는 방안도 마련했다. 하지만 이런 제도적 장치도 고달픈 현실의 벽을 뛰어넘지는 못한 것이다.

김성주 의원은 “일반 적금상품보다 훨씬 높은 금리를 준다고 해도 가입을 유지하기 힘들어한다는 건 그만큼 청년들의 삶이 팍팍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라며 “좀 더 실효성 있는 청년 목돈 모으기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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