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 가면 푸른 숲이 있는 게 지금은 당연하게 여겨지지만, 그렇지 못한 시절도 있었다. 6·25전쟁으로 국토가 초토화되고, 산에 불을 놓아 밭을 일구는 화전민이 늘면서 산에 나무를 찾아보기 힘든 때가 있었다. 당시 유엔도 한국의 산은 숲으로 복구될 수 없다고 할 정도였다.
정부는 푸른 숲을 되살리기 위해 국토녹화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1973년 제1차 국토녹화 10개년 계획을 시행했다. 온 국민의 의지로 1978년 조림 목표량인 100만 ha보다 많은 108만 ha를 달성하여 계획을 4년 앞당겨 마무리했다. 학생, 마을 주민, 기업 등 모두가 나섰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산림청은 2002년 ‘세계 산의 해’를 맞이하여 잘 가꿔진 100대 명산을 선정하였다. 이후 많은 국민이 명산을 찾아 우리 산의 중요성과 아름다움을 느끼고 있다. 하지만 산을 오르려면 많은 시간과 체력이 필요하기에 오르고 싶어도 오를 수 없는 사람도 많다. 또 100대 명산 선정 후 20여 년이 지나면서 국민이 산을 찾는 이유도 다양해졌다.
특히 코로나19를 겪으며 사람들로 북적이지 않는 한적한 장소를 찾는 여행자가 늘었다. 이러한 수요에 부응하고자 산림청은 올해 국토녹화 50주년을 맞아 ‘대한민국 100대 명품숲’을 선정했다. 생태적, 역사·문화적, 경관적 가치가 높은 숲을 실태조사로 찾아내고 국민의 추천을 보태 총 914개의 후보지를 발굴했다. 서류 및 현장 심사 후 국민 온라인 심사와 선정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명품숲 100곳이 선정되었다.
산림청이 가꾼 대표적 명품숲으로 ‘인제 자작나무숲’과 ‘울진 금강소나무숲’을 들 수 있다. 이 숲에는 연간 약 25만 명이 각각 방문해 지역경제에도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가 가꾼 명품숲에는 고려시대부터 지금까지 보호하고 있는 충남 태안의 ‘안면도 승언리 소나무숲’과 개발로부터 지켜낸 소나무 군락지인 서울 ‘우이동 솔밭공원 소나무숲’이 있다.
개인이 가꾼 명품숲으로는 1974년 한국과 독일의 협력으로 조성한 울산 울주 ‘소호리 참나무숲’과 숲의 명예전당에 헌정된 고(故) 진재량 독림가가 조성한 전남 화순 ‘무등산 편백숲’이 있다. 이 밖에도 기업이 가꾼 명품숲으로 SK임업이 50년간 체계적으로 관리해 한국산림경영인증(KFCC-FM)을 받은 충북 충주 ‘인등산 인재의 숲’을 꼽을 수 있다.
산림청은 대한민국 100대 명품숲을 책자와 영상으로 제작해 홍보하고, 많은 국민이 찾을 수 있도록 지역 관광자원으로 육성해 나갈 계획이다. 또한 아름다운 숲이 거저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나무를 심고 가꾸는 분들의 노력 덕분이라는 것도 함께 알릴 계획이다. 여행하기 좋은 가을, 대한민국 100대 명품숲을 걸으며 일상의 수고로움을 잠시 내려놓고 아름다운 계절을 만끽하시길 바란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