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들어 주요 시중은행들이 가산금리를 늘리거나 우대금리를 줄이는 등의 방법으로 대출 금리 인상에 나서고 있다. 가계대출 주범으로 지적된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주담대)’가 전달부터 사실상 중단됐음에 가계대출 증가세가 여전하자 금리를 통해 수요를 억제하려는 취지로 분석된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이날 영업점 등에 주택담보대출 혼합형 금리와 신잔액코픽스 기준 변동금리(6개월 신규)를 각 0.1%p, 0.2%p 인상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내려보냈다.
신잔액코픽스 기준 전세대출 변동금리(6개월 신규)도 0.2%p 높아졌다. 아울러 KB국민은행은 오는 13일부터 50년 만기 주담대도 ‘만 34세 이하’에만 내줄 예정이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가계대출 적정 포트폴리오 유지를 위해 금리 운용 기준을 변경한 것”이라며 “변경 이후에도 당행의 대출금리가 주요 은행들 가운데 낮은 편으로, 특히 혼합형 금리의 경우 은행권 최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KB국민은행을 제외한 나머지 주요 은행들도 비슷한 움직임이다.
하나은행은 지난 1일부터 하나원큐 모바일 앱을 통한 비대면 대출상품인 ‘하나원큐아파트론’과 ‘하나원큐주택담보대출(혼합금리)’의 상품별 금리감면율을 0.15%p 축소 조정했다. 금리감면율이 줄어드는 만큼 금리가 인상된다는 의미다.
우리은행도 13일부터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0.1∼0.2%p 올리고, 전세자금대출 금리도 0.3%p 상향 조정하기로 결정했다. 신한은행과 NH농협은행 역시 내부적으로 현재 대출금리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이르면 이번 주 중 인상이 적용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업권 안팎에서는 이번 은행들의 조치가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수요 억제 요청에 대한 호응으로 해석하고 있다. 최근 가계대출이 빠르게 늘어나자 금융 당국과 5대 은행 부장단은 매주 금요일 정기적으로 회의를 열어 가계대출 동향을 점검하고 수요 억제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5대 은행의 9월 말 가계대출 잔액은 682조3294억원으로 전달(680조8120억원) 대비 1조5174억원 늘었다. 9월부터 50년 만기 주담대가 규제되기 시작했음에도 5월 이후 5개월 연속 증가다.
은행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요청에 더해 4분기 대출 취급분부터는 그해 수익에 반영이 덜되는 시기적 특성도 감안된 정책으로 보인다”며 “가산금리 조정 등을 통해 대출 수요를 억제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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