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승계 계획 있어… 아직은 공개 못해”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0월 12일 03시 00분


회장 취임 25년… 후계관련 언급

최태원 SK그룹 회장(사진)이 외신 인터뷰를 통해 그룹 승계 계획을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1998년 최종현 SK 선대회장 타계 직후 경영권을 물려받은 지 올해로 25년이 됐다.

최 회장은 9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진행된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승계 관련 질문을 받자 “정말 많은 생각을 하고 있고 준비를 해야만 한다”고 답했다. 그는 “만약 제가 불의의 사고를 당한다면 누가 그룹 전체를 이끌 것인가”라며 “승계 계획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나만의 계획이 있지만, 아직은 공개할 때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최 회장은 이날 ‘2030 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위원회’와 대한상의가 파리 파빌리온 가브리엘에서 개최한 부산엑스포 심포지엄 참석차 파리를 방문했다.

최 회장이 그룹 후계 관련 발언을 한 것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11월 최 회장은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자녀들의 경영 참여 가능성에 대해 “스스로 선택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경영에 나서는 길을 택하면 그다음에 고생할 것도 스스로 훤할 것이라 본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는 또 “어려운 일을 하려는 각오가 잘돼 있어야 하고, 능력도 따라야 되고, 여러 가지 조건들이 있다”고 덧붙였다. 2021년 말 BBC코리아 인터뷰에서는 ‘전문경영인도 후계자로 고려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기회는 모든 사람에게 열려 있고, 제 자녀도 노력해서 기회를 얻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계에 따르면 최 회장은 최근 수년간 그룹 경영 구도에 대한 고민을 지속해 왔다. 최 회장은 이혼 소송 중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의 자녀로 장녀 윤정 씨(34)와 차녀 민정 씨(32), 장남 인근 씨(28)를 두고 있다. 윤정 씨는 SK바이오팜 전략팀 파트장으로 일하고 있으며 민정 씨는 SK하이닉스를 거쳐 미국에서 교육 봉사 등에 몸담고 있다. 인근 씨는 SK E&S 입사 이후 현재 북미 법인 ‘패스키’에서 일하고 있다.

현재 세법상 증여세율 50%, 대기업 최대주주 할증 20%를 가정할 경우 SK그룹이 4세 경영을 이어가긴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SK는 2012년부터 산하 위원회를 중심으로 한 그룹 협의체인 수펙스추구협의회를 운영하고 있다. 2021년부터는 최 회장이 앞서서 계열사별 이사회 중심 경영 기조를 강조해 왔다. 자녀 세습 외에 전문경영인과 이사회 체제로의 전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셈이다.

최 회장은 1998년 9월 1일 SK㈜ 회장에 취임했다. 취임 당시 그룹 주력 사업이었던 에너지와 통신에 이어 배터리·바이오·반도체(BBC) 등 첨단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며 그룹 덩치를 키웠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1998년 32조8000억 원이던 SK그룹 자산은 올해 5월 기준 327조3000억 원으로 10배 가까이로 늘었다. 그 사이 재계 순위도 5위에서 2위로 올라섰다.

한편 이날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최 회장은 미국 정부의 중국 내 반도체 장비 반입 규제 유예 결정에 대해 “좋은 소식을 듣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또 중국 화웨이의 신형 스마트폰인 ‘메이트60 프로’에 SK하이닉스 반도체가 들어간 것에 대해서는 “미스터리”라며 “우리 거래선이 아니다. 내부 조사에 따르면 관련 거래선을 더 이상 사용하지 않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최태원#sk그룹 승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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