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년 만의 국가 연구개발(R&D) 예산 삭감을 두고 여야가 11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정감사에서 정면 충돌했다. 야당은 대통령 말 한마디에 졸속 삭감을 하다 보니 기준이나 근거가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여당은 R&D 예산의 비효율성은 지난 정권 때부터 제기돼 온 문제로, 원점에서 다시 검토해야 한다고 맞섰다.
더불어민주당 민형배 의원은 “연구 현장에서 R&D 예산 삭감에 반발하는 핵심적인 이유는 ‘근거 없이’ 줄였다는 점”이라며 모든 사람이 납득할 수 있는 통일된 기준이나 근거가 없다고 강조했다.
같은 당 이정문 의원은 “정부가 비효율 R&D라고 지적한 12개 사업은 지난해 정부가 발표한 ‘2022∼2026년 국가재정운영계획’에 따르면 오히려 올해 대비 126억 원이 증액될 예정이었다”고 지적했다.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은 이에 “예산이 줄어든 사업의 근거를 하나로 설명하기는 어렵다”며 “여러 요인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한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김병욱 의원은 “R&D 예산의 비효율성은 갑자기 나온 것이 아니라 지난 정권 때부터 제기됐던 문제”라고 반박했다. 이어 “평균 R&D 예산을 보면 전 정부는 24조3000억 원, 현 정부는 2년간 28조5000억 원”이라며 “내년 예산이 조금 줄었다고 마치 대통령이 과학자를 범죄 집단으로 내몰았다고 하는 음해성 정치 공세는 과도하다”고 꼬집었다.
현재 과학계에서는 삭감된 R&D의 원상 회복을 촉구하고 있다. 국감에서 역시 이에 대한 과기정통부의 입장을 묻는 질의가 이어졌으나 이 장관은 “예산 증액은 국회에서 잘 논의해 주실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선을 그었다.
이날 국감에서는 우주항공청에 대한 논의도 이뤄졌다. 여야는 우주항공청을 과기정통부 외청으로 두는 것에는 합의했다. 다만 R&D를 우주항공청 업무에서 배제할지를 두고는 여전히 논쟁 중이다. 여야는 원래 이달 5일 우주항공청에 대한 결론을 내리기로 했지만 스스로 정한 시한을 넘기면서, 당초 계획이었던 올해 개청은 어려워졌다.
김 의원은 “외청은 모두 모(母)법인 과학기술기본법에 따라 연구개발 업무를 수행하도록 되어 있다”며 “과기정통부 외청인 우주항공청에서 R&D 기능을 배제한다는 것은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이 장관도 “우주항공청은 선도적인 연구 개념 등을 발굴하는 역할로 (야당에서 우려하는 것처럼)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천문연구원 등의 연구를 침해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에서는 이용자 보호를 위해 플랫폼 기업의 자율 규제가 아닌 법제화 필요성, 지난해 카카오 먹통 사태를 일으켰던 데이터센터 화재와 관련한 안전 강화 등이 논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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