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가계대출 억제 주문에 은행권 가산금리 인상 행렬
올라가는 대출금리 상승폭 더 키워
은행권이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조이기에 맞춰 대출금리를 줄줄이 인상하고 있다. 최근 채권금리 상승으로 대출금리가 오르는 와중에 인상 폭이 더 커지는 상황이다. 과도한 대출을 억제한다는 취지지만 상환능력에 따른 대출의 부익부 빈익빈이 심화하는 양상이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는 이날 기준 연 4.17~7.138%로 집계됐다. 주담대 고정금리는 4.25~6.542%로 나타났다.
국민은행은 전날 주담대 금리를 고정형 0.1%포인트, 변동형 0.2%포인트 각각 인상했다. 전세자금대출 금리는 고정과 변동 모두 0.2%포인트 올렸다.
우리은행은 13일부터 주담대 금리를 0.1~0.2%포인트 인상하고, 전세대출 금리도 0.3%포인트 높인다. 신한은행과 농협은행도 대출금리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지난 1일부터 비대면 주담대 상품의 금리감면율을 0.15%포인트 축소한 바 있다. 금리감면율이 줄어드는 만큼 대출금리가 올라가는 효과다.
이처럼 은행들이 잇달아 대출금리를 올리는 건 금융당국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당국은 급증하는 가계대출의 주요 원인으로 은행권의 50년 만기 주담대와 비대면 대출 등을 지적하며 과도한 대출 억제를 주문해왔다. 이에 은행들은 50년 만기 주담대를 사실상 폐지한 데 이어 대출금리를 줄줄이 높이는 모습이다.
은행들이 자체적으로 가산금리와 우대금리를 조정해 대출금리를 올리기 전에도 최근 대출금리는 오름세를 나타내왔다. 미국의 긴축 기조가 장기화할 것이란 전망에 국채금리가 급등하면서 국내 금융채 금리도 상승했다.
안으로는 1년 전 레고랜드 사태 당시 고금리로 조달했던 자금의 만기가 돌아오면서 은행채 발행이 늘고 수신금리가 오르는 상황이다. 이 같은 대내외 요인으로 대출금리가 오르는 가운데 은행의 자체적인 조정은 인상 폭을 한층 더 키우는 모습이다.
불어나는 부담은 고스란히 금융소비자들의 몫으로 돌아오고 있다. 금리가 올라도 대출이 필요한 차주들은 늘어나는 이자상환 부담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과도한 대출을 억제한다는 취지지만 금리가 오를수록 상환능력에 따라 대출도 부익부 빈익빈이 심화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은행의 기존 대출 가산금리에 지급준비금과 예금보험료가 포함되고, 중도금대출 가산금리 편차가 크다는 지적도 국회에서 제기됐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민병덕 의원은 전날 금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올해부터 신규 대출자에게만 면제되고 있는 부당가산금리인 지급준비금과 예금보험료 적용 현황 자료를 확인했다”며 “기존 대출자들의 부당가산금리를 면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병덕 의원이 우리은행과 국민은행에서 받은 2023년 1~8월 자료에 따르면, 우리은행 신규·연장 대출 계약 고객은 207억원, 국민은행 신규·연장 대출 계약 고객은 680억원 부당가산금리 이자 면제 혜택을 본 것으로 집계됐다. 두 은행은 기존 대출자들에게는 0.12~0.14% 수준의 부당가산금리를 대출금리에 포함시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 의원은 “은행이 편하게 이자장사를 하고 있다”며 “불투명하게 운영되는 금리의 원칙을 세워야 한다. 투명하게 금리가 공개돼야만 고무줄 금리 원칙이 사라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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