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성비는 해커스” 댓글, 직원들이 썼다… 해커스, 네이버 카페 몰래 운영-광고 활용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0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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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0만 가입 ‘독취사’ 등 16개 운영
공정위 “기만적 광고” 7억 과징금

28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역에 해커스 광고판이 설치돼 있다. 2023.6.28/뉴스1
28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역에 해커스 광고판이 설치돼 있다. 2023.6.28/뉴스1
사교육 업체 해커스가 수험생들의 자발적인 커뮤니티인 것처럼 네이버 카페를 운영하면서 이를 광고에 활용한 사실이 적발됐다. 해커스 직원들은 조직적으로 움직이며 수험생인 척 해당 카페에 광고성 게시물을 올렸다.

12일 공정위는 해커스 어학원, 챔프스터디, 교암 등 해커스 계열사 3곳의 기만적 광고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7억8000만 원을 부과한다고 밝혔다. 해커스는 2012년부터 2019년까지 ‘독취사(독하게 취업하는 사람들)’, ‘토익캠프’, ‘독공사(독하게 공무원 준비하는 사람들)’ 등 16개 네이버 카페를 직접 운영하면서 해커스와의 관련성을 숨겼다.

이들 카페는 당초 수험생들의 자발적인 커뮤니티로 알려졌던 곳이다. 회원 수가 가장 많은 독취사는 현재 약 330만 명이 가입돼 있고 나머지 카페도 수십만 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다만 해커스는 공정위 조사가 시작된 2019년 무렵부터 이들 카페 메인에 순차적으로 ‘with hackers’를 기재했다.

해커스는 자사가 운영하는 카페가 포털 상위에 노출될 수 있도록 접속자 수와 게시글·댓글 수 등을 관리했다. 하루에 몇 회 이상 카페에 의무 접속하도록 직원들에게 지침을 내린 것이다. 가족, 지인 등 명의로 여러 아이디를 만들어 게시글과 댓글을 달도록 지시하기도 했다. 예를 들면 하루 5개 이상 게시글, 30개 이상 댓글을 작성하라는 등 실적 관리를 한 것이다. 이 같은 업무에 직원뿐 아니라 아르바이트생, 인턴 등 최대 70여 명이 동원됐다.

이렇게 키운 카페는 해커스의 교재와 강의를 광고하는 상업적인 용도로 활용됐다. 해커스 직원들이 일반 수험생인 것처럼 카페에 광고성 게시물을 올린 것이다. 인터넷 강의를 추천해 달라는 게시글에 “가성비는 해커스 아닌가요” 등의 댓글을 달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회사는 공문을 내려 “해커스 교재만 봐도 충분하다고 쓰라”는 등 구체적인 문구를 주문하기도 했다. 반면 경쟁업체를 추천하는 게시글과 댓글은 삭제하고, 해당 글을 올린 회원의 카페 활동을 정지시켰다.

또 한 카페에서는 최고의 토익강좌를 뽑는 설문조사를 실시하면서 해커스 상품이 1위로 뽑히도록 직원들이 투표에 참여하고 해커스 강사를 추천하는 댓글을 달았다. 직원들은 투표 진행 상황을 수시로 점검하면서 이를 보고하는 등 조직적으로 움직였다. 공정위 관계자는 “오랫동안 은밀히 카페를 운영하면서 상업적인 광고를 일반 수험생의 글처럼 게시해 소비자를 기만했다. 이 같은 부당광고가 소비자들의 강의, 교재 선택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해커스#광고#독취사#카페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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