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위 통계청 국정감사
“문서 요청 없이 자료 제공은 문제
가중값 변경, 내부 협의없이 이뤄져”
이형일 통계청장이 문재인 정부 당시 통계청의 세부 통계 자료가 외부로 유출된 건 ‘절차상 하자’였다고 인정했다. 또 문제로 지적됐던 가중값 변경에 대해선 여러 부서가 함께 논의하도록 내규화하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12일 정부대전청사에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통계청 국정감사에서 이 청장은 “법적 근거 없이 세부 마이크로데이터가 외부로 나간 것은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밝혔다. 이 청장은 “청와대로 간 자료는 자료 제공으로 봐야 하지만 그렇게 제공하기 전에 문서 요청이 없었던 것은 절차상 문제가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발표된 감사원의 중간 감사 결과 통계청은 2018년 5월 홍장표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 요청에 통계자료제공심의위원회 승인 없이 과거 17개 분기 응답자 8만 명에 대한 소득과 지출 정보 등을 청와대에 제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청와대는 해당 자료를 노동연구원 소속 박사에게 따로 전달했다. 이 청장은 “이 과정에 직원들이 어쩔 수 없는 처지에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직원들이 감사원 감사를 받고 검찰 조사를 받는 것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이 있다”고 말했다.
이 청장은 통계 조작 논란의 또 다른 쟁점인 2017년 2분기(4∼6월) 가계소득 조사 가중값 변경에 대해선 “수사 요청된 부분은 표본 설계를 전문으로 하는 부서인 표본과의 의견과 다르게 조사 부서인 복지통계과가 가중값을 적용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사 대상이 가중값 변경 자체가 아니라 내부적으로 협의가 이뤄지지 않고 변경된 부분이라는 점을 명확히 한 것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통계청은 해당 분기 가계소득이 1년 전보다 0.6% 감소한 것으로 나오자 ‘취업자가 있는 가구’ 소득에 ‘취업자 가중값’을 임의로 주면서 소득이 1.0% 증가한 것처럼 조작했다.
이 청장은 “(가중값 변경을) 여러 부서 간 관련자들이 모여서 논의했다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며 “가중값이 어느 정도 변경될 경우 어떤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내규화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가중값 변경이 황수경 당시 통계청장 승인 없이 이뤄진 건 “위임전결 규정상 통계청장 승인은 의무 사항이 아닌 걸로 안다”고 했다.
이날 기재위 국감에선 통계청의 통계 조작 논란을 두고 여야의 날선 공방이 이어졌다. 국민의힘은 문재인 정부가 소득주도성장의 성과를 부풀리기 위해 소득 통계 산출 과정에서 임의로 가중값을 부여하고 통계 자료를 외부로 유출하는 등 국기 문란 행위를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최종 통계의 정확성과 정합성을 높이기 위한 보정 절차에 불과하며 감사원이 무리한 ‘정치 감사’를 벌인다고 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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