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PEF) JKL파트너스가 롯데손해보험의 매각 주간사로 글로벌 투자은행(IB) JP모건을 선정했습니다. 앞서 JP모건은 2020년에는 KB금융지주의 푸르덴셜생명 인수를 도왔고, 2019년에는 신한금융지주를 대리해 오렌지라이프 인수를 성사시켰습니다. 보험사 매각에서 높은 성과를 보인 것을 고려하면 JKL파트너스가 JP모건을 롯데손보의 매각 주간사로 선정한 게 그리 이상한 것은 없습니다.
다만, IB 업계에선 매각 주간사 선정 과정에서 국내 증권사나 회계법인 등 국내 IB가 철저히 배제된 데 주목하고 있습니다. JKL파트너스가 처음부터 의도적으로 글로벌 IB를 고집한 것이니까요. JKL파트너스는 왜 글로벌 IB를 선정했을까요.
IB 업계에선 JKL파트너스가 롯데손해보험의 새로운 주인을 국내보단 해외에서 찾겠다는 포석으로 해석합니다. JP모건 선정도 국내에서의 보험사 매각 경력보다 해외 사례를 더 높이 평가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JP모건은 3일 말레이시아의 금융그룹 암뱅크와 글로벌 보험사 메트라이프의 합작사인 암메트라이프를 싱가포르 보험사 그레이트이스턴에 매각할 때 매각을 담당했습니다. 지난달에는 아비바그룹을 대리해 싱라이프의 지분을 일본 스미토모생명에 넘기는 작업도 맡았죠. 한 IB 업계 관계자는 “JP모건이 글로벌 보험사 매각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글로벌 금융회사들과 네트워크도 뛰어난 편”이라고 평가했습니다.
JKL파트너스가 해외에서 인수자를 찾으려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아무래도 최근 국내 금융지주들이 롯데손보 인수에 그다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아서인 듯합니다. 최근 수년간 국내 금융지주사들은 비은행권 수익 강화를 위해 보험사 인수에 열을 올려왔습니다. 푸르덴셜생명·LIG손해보험(KB금융지주), 오렌지라이프(신한금융지주), 더케이손해보험(하나금융지주) 등의 매각 사례가 대표적입니다.
하지만 최근엔 다수의 보험사 매물이 나오면서 국내 금융지주사들이 조금은 느긋한 분위기입니다. 실제 KDB생명을 비롯한 MG손해보험, ABL생명 등의 보험업체들이 매물로 나와 있습니다. 동양생명 등도 잠재적 인수 후보로 거론되고 있어 서두를 것이 없다는 입장이죠.
IB 업계에서는 JKL파트너스가 이 같은 분위기를 감지하고 해외 매각이라는 새로운 탈출구를 찾지 않았겠냐는 반응입니다. 실제 과거에 비해 해외 업체들이 국내 보험사들에 관심이 높아졌습니다. 올해 1월부터 IFRS17이라는 새로운 회계기준이 도입되면서죠. IFRS17은 보험사 부채의 평가 기준을 원가에서 시가로 변경하는 게 핵심입니다. 이에 저축성보다 보장성 상품이 많은 회사가 유리하고, 생명보험사보다 손해보험사 실적 개선이 뚜렷하게 나타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실제 2021년 미국 보험사 처브그룹이 라이나생명을 약 4조 원에 인수했습니다. 라이나생명은 생명보험사이지만 판매 상품의 90%가량이 손해보험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처브그룹 외에도 다수의 해외업체가 국내 손해보험사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JKL파트너스가 결국 국내에서 인수자를 찾지 않겠냐는 예상도 있습니다. 대주주 적격성 승인 등에서 국내 회사들이 더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해외 업체를 물색하는 것은 매각가격 극대화를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이죠.
JKL파트너스는 이번 주 JP모건 등과 롯데손해보험 매각을 위한 킥오프 미팅을 시작합니다. 본격적으로 매각 닻이 오른 셈이죠. 과연 롯데손해보험의 새로운 주인은 누가 될까요. 국내 혹은 해외 금융사가 될 지, 아니면 또 다른 PEF 운용사가 될 지 궁금증이 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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